정부 발표 '가격제 기본 설계안' 역차별 우려
제도 취지 무색..김태흠 "적극 대응" 지시
분산에너지특구, 지정 전략 마련 시급
정부가 2025년부터 수도권 집중 전력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본격 시행하는 가운데 전력자급률 국내 2위인 충남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최근 공개된 ‘지역별 가격제 기본설계안’에 따르면 차등 권역을 일률적으로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권으로 나눴을 뿐, 각 지역의 전력생산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전력자급률이 213.6%인 최상위권 충남이 3.1%인 최하위권 대전과 같은 비수도권으로 묶여 동일한 수준으로 차등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 제도는 지난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전국이 똑같은 가격을 유지하는 현행 전기요금제를 자급률이 높은 지역은 낮추고 반대로 낮은 지역은 올리는 게 골자다.
충남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잔뜩 기대감을 가졌다. 제도의 목적처럼 타 지역보다 전력자급률이 높은 만큼 전력 수급 단가가 인하되면 전력 다소비 기업 유치에 이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취지와 다른 설계안이 짜여지면서 오히려 역차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태흠 “적극 대응” 지시..공조체계 구축할 듯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18일 도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제69차 실국원장회의에서 “전기요금 차등제가 제대로 설계되도록 적극 대응하라. 전력이 곧 지역 경쟁력이다”라며 “전기 소매요금의 시·도별 차등 적용을 위해 자급률이 높은 7개 시·도, 16개 시·군과 공동으로 적극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충남과 같은 처지에 놓인 지역은 인천과 경남, 부산 등이다. 그중 인천이 대표적인데 전력 자급률이 186.3%에 달하면서도 수도권으로 분류돼 비수도권 지역보다 전기료를 더 부담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자급률 9.3%로 낮은 광주는 비수도권으로 묶여 저렴한 요금 혜택을 보게 된다. 전력 자급률이 215.6%로 전국 1위인 경북과 3위인 212.8%인 강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역시나 비수도권으로 분류돼 자급률에 비해 요금제 혜택 효과는 못 보게 된다.
당연히 각 지자체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허종식·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지자체 전력자급률과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하도록 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영남권 5개 시·도(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는 정부의 이번 요금제 도입에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충남 도전 ’분산에너지 특구‘는 어떻게?
특별법은 차등 요금제 제도 뿐 아니라 ‘분산에너지 특구’ 특례 근거도 포함한다. 충남도 분산에너지법 본격 시행을 호재로 여기며 특구 지정에 도전한 상황이다.
충남은 국내 산업화가 시작됐던 1970년도부터 석탄화력으로 인근 주민의 희생을 감수하며 수도권 등으로 전력을 공급했지만, 차등 요금제의 역차별과 더불어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까지 요원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구는 한국전력공사가 국내 전력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현행 중앙 집중형 공급 시스템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전기를 전력시장(한전)을 거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구로 지정되면 지역 내 생산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어, 전력 다소비 산업을 지방으로 유치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의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충남 전력 생산의 핵심 축이었던 석탄화력발전소는 단계별 폐지될 예정으로, RE100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밟고 있는데, 분산에너지 특구도 이를 기반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다만 경쟁력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사 유치가 관건인데, 아직까지 뚜렷한 전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예산군에 조성 중인 농생명 클러스터 RE100 산업단지 외에는 특별히 추진되고 있는 사업도 없다.
도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은 충남의 현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충남의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등 요금제에 긴밀히 대응할 것”이라며 “특구도 기업 유치 등 과제에 당면한 상황으로, 다각도의 방안을 놓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