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조성·특구 지정, 정부 태도 '미온적'
당장 내년, 태안 화력발전소 절반 폐쇄 돌입
정부, 노동자·지역 위한 '정의로운 전환' 의지는 있나

태안화력발전소 전경. 자료사진.
태안화력발전소 전경. 자료사진.

정부의 ‘석탄화력발전소 단계별 폐지 계획’에 따른 피해가 분명하게 예상되지만 업계 노동자와 지역 지원을 위한 특구 지정과 기금 조성 등은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충남은 전국 석탄화력발전호기 60기 중 30기를 보유했고, 폐지 예정인 28기 중 14기가가 몰려있어 폐쇄로 인한 경제, 고용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특구 지정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 계획 고시안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내년에 태안에 있는 화력발전소 10기 가운데 6기가 폐쇄에 돌입한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서면답변서에 따르면, 산자부는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계획을 수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전국 최초로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조성해 피해 규모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과 산업구조 재편을 위한 정부 움직임이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에 도는 산자부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지속적으로 특구 지정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발송하고 있다. 김태흠 지사도 올해 3월 산자부 1차관을 만나 재차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로운 전환’ 기금, 국가는 ‘뒷짐’?


도는 2021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과 노동자 지원을 위해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조성했다. 2025년까지 도(30억 원)와 보령·당진·서천·태안(각 10억 원), 발전3사(30억 원)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75억 원이 조성됐다.

기금의 용도는 지역영향 분석, 고용안정 및 일자리 전환 사업, 기업유치, 주민 복지 사업 등에 쓰인다.

주로 석탄발전 노동자 역량강화 지원, 에너지 신산업 지원센터 설치, 에너지 전환 네트워크 구축 등에 쓰였으며, 노동자와 지역 상권을 위한 지원 폭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기금 조성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지난 몇십 년 간 충남 경제를 이끌어온 이 산업이 당장 절반 이상으로 축소하는 상황에서 100억 원으로 노동자와 지역의 여파를 감당할 수 없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시급하게 기금 조성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김 지사도 줄곧 이 기금의 ‘국가 책임제’를 강조하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도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비효율 적이다. 국가에서 기금을 마련하고 도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서로 보완해야 한다”고 제시해 왔다.

다만 산자부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정부의 시각이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산자부는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법상 기금 신설 기준에 미부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석탄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안은 해당 기금을 정부 등의 출연금 및 타 회계 전입금을 재원으로 해 자체 수입이 없어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성이 크지 않아 별도 기금 설치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자부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계획’ 언제쯤?


산자부는 또 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특구 지정에도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이미 산자부의 산업위기지역과 고용노동부의 고용위기지역, 중소기업벤처부의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 등이 있다. 정의로운 전환 특구가 이 제도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로운 전환 특구가 기존 타 부처 사업과 유사성을 띄고 있다는 판단이다.

발전소가 폐쇠되면 보령에서만 6조  4810억 원의 생산유발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태안은 7조 868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환 의원은 "산업부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후 정의적 관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1대 국회에서 추진되자 폐지됐던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도 이번 22대 국회 들어서 여야를 넘어 의원 6명이 각각 발의하며 제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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