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선발진 기복과 불펜진의 부진

최원호 한화이글스 감독.
최원호 한화이글스 감독.

2024시즌 프로야구는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LG트윈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뒤숭숭하게 시즌을 시작한 KIA타이거즈, 투, 타 밸런스가 훌륭한 KT위즈가 3강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KIA를 제외하곤 3강으로 지목된 두 팀이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5강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NC와 SSG, 하위권으로 예측한 키움이 KIA와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형이라는 명장을 영입하면서 가을야구를 꿈꾼 롯데는 아직 ‘김태형 효과’를 노리지 못한 채 하위권에 처져 있고 지난 시즌 초보 감독으로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이승엽 감독의 두산도 아직은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위권으로 예상된 삼성은 예측대로 하위권에, 3강으로 지목된 KT의 하위권 순위는 시즌 초반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막 후, 7연승을 내달리면서 깜짝 출발했던 한화이글스는 급격한 추락을 경험하면서 5위 언저리에서 버티고 있다.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기존 선수들 활약의 엇박자, 젊은 선수들의 성장통, 부상 선수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위기’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시즌 초반 나쁘지 않은 분위기에서 중위권 경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추락하면서 하위권으로 처질지는 최원호 감독의 운영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원호 감독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2024시즌 한화이글스의 시즌 초반이다.

선발진의 기복과 불펜진의 부진, 최원호 감독의 투수 운영이 중요한 시점

한화이글스의 선발진은 류현진의 복귀로 10개 구단 중 최강 선발진으로 평가를 받았다. 시즌 초반 7연승을 내달릴 때만 하더라도 그 평가는 들어맞는 듯했다.

오히려 류현진의 부진이 눈에 띌 정도로 다른 선발진의 출발이 정말 훌륭했다. 외국인 듀오 페냐와 산체스 그리고 돌아온 토종 에이스 김민우, 미래의 에이스 문동주, 심지어 고졸 신인 황준서까지 선발로서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한 선수가 부진에 빠지니까 모두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특히, 류현진의 부진이 다른 선발 투수들에게 영향을 준 것처럼 팀이 연패의 늪에 빠지는 데 훌륭했던 선발진이 큰 몫을 차지했다.

류현진이 복귀 네 번째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왔음을 알린 것이 위안이지만, 토종 에이스로 돌아온 김민우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팀의 에이스로,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발휘하면서 3년 차 계약에 성공했던 페냐가 급격한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첫 두 경기에서 2승을 챙겼지만, 이후 두 경기에서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대량 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올 시즌 류현진의 복귀로 성장의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문동주의 성장통도 아쉬운 상황이다. 한화이글스의 에이스를 넘어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성장이 기대되던 문동주의 시즌 시작이 기대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다.

세 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이 무려 8.10에 이르고 피안타율은 0.367에 달한다. 13⅓이닝을 소화하면서 볼넷도 8개를 허용했다. 세 경기에 불과하지만, 올 시즌 업스텝을 노린 문동주의 성적으로는 한참 부족하고 어색한 기록이다.

류현진이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산체스가 좋은 출발을 알리고 있는 것은 호재이지만, 페냐의 부진, 김민우의 이탈, 문동주의 성장통은 선발진의 ‘위기’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선발진과 더불어 불펜진은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전개되면서 최원호 감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불펜진의 믿을맨 김범수의 부진과 퓨처스행은 불펜진에 큰 부담을 주고 있고 마무리 박상원의 불안감과 보직 변경 그리고 부진은 불펜진의 ‘위기’에 정점을 찍었다.

마무리로 전환한 주현상이 건재한 것은 좋은 신호지만, 그만큼 셋업맨의 약화는 어쩔 수 없는 한화이글스 불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적 듀오 한승혁과 이미우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안정감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현재 최원호 감독은 예상했던 불펜진을 모두 갈아엎는 수준으로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최원호 감독의 투수 운영이 중요한 시즌 초반이다.

다시 돌아올 김범수, 최근 합류한 장시환,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이상규가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줘야만 주현상까지 이어지는 승리 공식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페라자의 깜짝 활약, 채은성과 안치홍의 엇박자, 젊은 선수들의 성장통이 아쉬움

한화이글스는 외국인 타자 ‘복’이 있는 팀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한화이글스 외국인 타자는 ‘민폐’ 그 자체였다.

이번 시즌 한화이글스 외국인 타자의 선택은 경험보다 성장과 현재에 포커스를 맞춘 영입이었다. 그 대상이 바로 ‘요나단 페라자’였다.

페라자는 기대에 부응하듯이 개막과 동시에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만년 하위권 한화이글스를 연승으로 이끌었고 팀의 상위권 도약에 큰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팀의 부진과 함께 페라자의 상승세도 한풀 꺾인 상황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지만, 페라자는 분명 좋은 활약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칠 임팩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채은성의 영입과 활약은 대성공이었다. 이번 시즌 안치홍의 영입은 채은성의 영입과 같은 흐름이다. 하지만, 채은성과 안치홍의 활약이 엇박자가 나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두 선수의 활약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페라자의 활약, 채은성과 안치홍의 동반 활약이 전제될 때 한화이글스 타선의 힘이 배가 될 것이다. 노시환은 시즌 초반 장타는 터지고 있으나 아직 제 궤도에 오른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경험한 슬럼프 탈출법이 있기에 빠르게 자신의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스토브리그에서 공을 들인 정은원의 외야 포지션 변경은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외야로 나간 정은원의 공격이 좋았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은원을 밀어낸 고졸 2년 차 문현빈도 문동주와 마찬가지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지난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 시즌 큰 폭의 성장을 기대했으나 아직은 평범한 모습이다. 오히려 공, 수에서 결정적인 미스 플레이를 하면서 많이 위축된 모습이다.

절치부심하면서 다시 내야의 야전사령관으로 돌아온 하주석의 부상 이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즌 초반 좋은 모습으로 하위권에서 공격의 맥을 이어주고 수비에서는 안정적으로 후배들을 이끌었으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연승이 끊긴 후, 연패 기간에는 타선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았고 특히, 많은 결정적 기회에서 결정적인 타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타자들이 동반 하락하는 모습이 결국 팀이 상위권에서 중위권 경쟁으로 처지게 된 이유가 됐다.

최원호 감독이 라인업 구성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톱타자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크다. 정은원을 시작으로 최인호, 문현빈, 이진영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아쉬운 대목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제대로 된 톱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페라자와 위협적인 테이블세터진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됐을 때, 노시환, 채은성,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선발진이든 불펜진이든 투수진에는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여기에 야수진도 컨디션과 상황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 최원호 감독의 리더십이 제대로 시험대에 올랐다.

최원호 감독의 운영이 빛을 발할 때, 한화이글스의 도약은 다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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