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안정적인 최강 투수진과 기막힌 시너지 효과 내는 야수진

승리를 기뻐하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승리를 기뻐하는 한화이글스 선수들.

2024년 4월 1일. ‘만우절’이다. 한화이글스의 2024시즌 성적은 1위다. 그냥 1위가 아니다.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내달리며 완벽한 1위다. 만우절의 ‘거짓말’ 같지만, 실화이다. 현실이다.

한화이글스의 2024시즌 출발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류현진이 등판한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LG에 덜미를 잡혔으나, 두 번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승 1패로 개막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SSG와 만난 인천 원정 주중 시리즈에서도 공, 수의 완벽한 밸런스로 스윕을 거두면서 4연승을 내달렸다. 인천에서의 스윕은 2006년 이후 18년 만의 쾌거였다.

개막 5경기에서 4승 1패를 거두고 홈으로 돌아온 한화이글스는 올 시즌 3강으로 평가받는 KT를 만났다.

역시나 류현진이 홈 개막전에 선발로 출장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는 질 수 없었다.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면서 5연승을 달성했고 페냐의 호투로 6연승을, 김민우 대신 선발로 등판한 1순위 신인 황준서까지 호투하면서 7연승으로 시즌 초반을 수놓고 있다.

특히, KT와의 일요일 경기에서는 경기 초반부터 타선이 대폭발하면서 외국인 투수 벤자민을 무너뜨렸고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던 이도윤, 김태연, 이원석 등도 자신의 몫을 다하면서 14:3의 대승을 거두었는데, 무려 2점이 2사 후에 나올 정도로 집중력이 좋았다.

현재, 한화이글스는 공, 수의 밸런스가 완벽하고 최원호 감독이 특별하게 요구할 게 없을 정도로 선수들이 경기를 잘 풀어가고 있다.

현재의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히 꺾이는 순간이 올 것이고 슬럼프도 올 것이다. 이때 최원호 감독이 슬기롭게 팀을 이끈다면 올 시즌 초반의 기세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최강 선발진 구축과 새로운 얼굴로 최강 불펜 도전에 나선 한화이글스 투수진

2024시즌 한화이글스 선발진을 한 문장으로 서술하면, ‘류현진의 저력, 김민우의 회복, 문동주의 성장, 황준서의 등장, 페냐와 산체스의 안정감으로 최강 선발진 구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한화이글스 선발진은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복귀로 다른 구단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대표 에이스로 성장 중인 3년 차 문동주의 성장 폭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류현진의 복귀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였다.

페냐와 산체스로 이어지는 외국인 투수의 재계약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평가가 있었다.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NC의 페디를 비롯해서 두산의 알칸타라, KT의 쿠에바스 같은 리그 에이스급 외국인 투수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준수한 2, 3선발에 적합한 수준이었다.

강팀으로의 도약에 나선 만년 하위 팀 한화이글스에는 팀의 연패는 확실히 끊어주고 연승을 이어갈 수 있는 확실한 외국인 에이스 카드가 필요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의 선택은 페냐, 산체스와의 재계약이었고 이는 안정적인 투구를 펼친다면 평균 이상의 성적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국가대표 문동주의 성장 기대치와 두 외국인 선수의 안정적인 피칭만으로도 꽤 준수한 세 명의 선발 카드를 쥘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4-5선발 후보군도 훌륭했다. 베테랑 이태양과 절치부심의 토종 에이스 김민우, 젊은 유망주들인 김기중과 황준서의 경쟁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전격적 복귀로 단숨에 리그 에이스급 선발이 확보되면서 1선발에서 4선발까지 훌륭한 선발진이 구축되었고 선발 기회는 한 선수에게만 주어지게 되었다. 4-5선발 경쟁에서는 토종 에이스 김민우가 고졸 신인 황준서에 한발 앞서며 먼저 기회를 받게 되었다.

개막 첫 주간에 한화이글스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2024시즌의 힘찬 출발을 알렸다. 특히, 선발 투수진의 호투가 이어지면서 경기를 초반부터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디펜딩 챔피언 LG와 만난 개막전에 류현진(3⅔이닝 5실점(2자책), 첫 선발패), 2차전 페냐(6⅔이닝 2실점, 팀 첫 QS이자 첫 선발승)가 나섰고, 주중 첫 경기이자 시즌 3차전인 SSG전에는 김민우(5이닝 무실점, 두 번째 선발승), 4차전 산체스(5⅔이닝 1실점, 세 번째 선발승), 5차전 문동주(5이닝 2실점, 네 번째 선발승)가 차례대로 등판했다. 결과는 4연속 선발승으로 4연승 질주.

주말 홈 개막전에는 KT를 맞아 류현진(6이닝 2실점, 노디시전), 페냐(5이닝 2실점, 다섯 번째 선발승), 고졸 신인 황준서(5이닝 1실점, 여섯 번째 선발승)가 차례로 선발로 등판했다. 결과는 파죽의 7연승.

류현진이 등판한 홈 개막전에서는 쿠에바스를 상대로 고전했으나, 임종찬의 끝내기가 나오면서 승리를, 두 번째 경기에서는 페냐의 호투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연승을, 고졸 신인 황준서가 프로 데뷔 경기를 치른 세 번째 경기에서는 타선이 초반 대폭발하면서 두 번째 시리즈 스윕을 완성했고 개막전 패배 후, 7연승을 내달렸다.

5선발 경쟁에서 김민우에 밀린 고졸 신인 황준서는 퓨처스에서 선발 수업을 받으며 후일을 기약하게 되었는데, 3월 31일(일) 등판 예정이던 김민우의 담 증세로 인해 예상보다 빠르게 1군 마운드에 서는 기회를 얻었다.

황준서는 왜 자신이 2024시즌 전체 1순위인지 단 한 경기 만에 증명했다. KT 강타선을 맞아, 지난 시즌 15승에 빛나는 외국인 투수 벤자민과의 맞대결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피안타는 단 3개, 문상철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탈삼진은 5개, 볼넷은 없었지만, 몸에 맞는 공이 두 개 있었을 뿐이다.

최원호 감독은 6선발 체제도 고민할 수 있을 정도의 좋은 피칭이었다. 과연 최원호 감독, 행복한 고민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선발진의 호투 속에 불펜에서는 기아 이적생 듀오 한승혁과 이민우가 불펜에 큰 힘이 되고 있고 베테랑 이태양이 조금 아쉽지만, 지난 시즌 특급 불펜으로 거듭난 주현상이 지난 시즌에 이어 완벽한 믿을맨으로 시즌 초반 불펜진을 이끌어주면서 중반 이후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범수가 불안하고 마무리 박상원도 안정감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이 있지만, 팀에 민폐를 끼칠 정도는 아니다.

개막 후, 일곱 경기 만에 마운드에 처음으로 선 지난 시즌 특급 신인 김서현이 황준서에 이어 멀티 이닝을 깔끔하게 소화하면서 불펜진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검증된 베테랑과 복덩이 페라자, 젊은 야수들의 성장이 가져온 기막힌 시너지 효과

시즌 초반, 한화이글스의 타선은 그야말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같은 타선이다. 여기에 한화이글스 특유의 다이너마이트 타선도 재현되고 있다.

타선의 핵은 검증된 베테랑 채은성과 안치홍 그리고 복덩이 외국인 타자 페라자다. 여기에 지난 시즌 홈런왕 노시환이 타율은 낮으나 개막 첫 주에 3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장타 본능을 뽐내고 있다. 9타점은 덤이었다.

채은성은 지난 시즌에 이어 해결사 역할(1홈런 8타점)을 톡톡히 하고 있고 안치홍은 부진한 듯 보였지만 보란 듯이 홈 개막 시리즈(1홈런 3타점)에서 살아나면서 왜 자신을 영입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젊은 유망주 외국인 선수인 요나단 페라자는 그야말로 ‘복덩이’다. 지난 시즌 외국인 타자에 심하게 실망했던 한화이글스 팬들은 개막 1주일 만에 페라자에 ‘환호’하고 있다. 7경기에서 무려 4개의 홈런과 7개의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5할을 훌쩍 넘기고 있다.

페라자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는지 아무도 알 수는 없지만, 현재 페이스라면 한화이글스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를 넘어 올 시즌 한국 무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될 가능성도 크다.

한화이글스의 타선이 제 몫을 다해주는 데에는 ‘변수’였던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톱타자로 기용됐던 정은원과 최인호가 부진하니까 고졸 2년 차 문현빈이 톱타자로 올라와서 자신의 가치를 맘껏 알리는 활약을 펼쳐주면서 최원호 감독의 고민을 덜어줬다.

군에서 복귀해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개막 엔트리에 합류한 임종찬은 중, 장거리포(2루타 2개, 3루타 2개)를 앞세워 7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절치부심의 하주석은 상위 타선과 하위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주고 있고 포수 최재훈은 이재원의 영입으로 체력 안배에 성공하면서 효율 높은 알토란 활약을 해주고 있다.

주전들의 활약으로 출장 기회가 없던 김태연, 이도윤도 선발 기회를 입은 일요일 경기에서 활발한 공격력과 수비를 뽐내면서 자신을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한편, 문현빈에게 톱타자 자리를 내준 정은원과 최인호는 외야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톱타자에서 내려온 후, 타격감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이고 그 경쟁은 한화이글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이다.

멀티 포지션과 치열한 주전과 백업의 경쟁으로 야수진의 시너지 효과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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