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류현진 가세로 안정적인 투수진, 야수진은 신, 구의 조화가 관건

한화이글스 선수들.
한화이글스 선수들.

한화이글스 최원호 감독의 어깨는 무겁다. 10개 구단 감독의 어깨가 다 그렇겠지만, 한화이글스 최원호 감독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인다.

어느 프로스포츠든 소위, 신임 감독이 취임하면, 구단에서 ‘선물’을 준다고 한다. 즉, 신임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에서 전력 보강을 해준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비록, 지난 시즌 5월에 감독에 취임했지만, 최원호 감독에게는 이번 시즌이 첫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시즌은 수베로 감독의 잔여 시즌을 치렀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최원호 감독에게 한화이글스 구단은 뒤늦은 부임 선물로 ‘최상의 전력 보강’을 선사했다. 류현진의 합류는 논외로 치더라도(사실 이게 최고인 것은 부정하지 못함) FA 안치홍을 비롯해서 베테랑 김강민과 이재원의 합류가 있었다.

류현진이 합류하는 순간, 최원호 감독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제는 어떤 변명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무조건 성적, 즉,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그 책임은 온전히 감독의 몫이 될 것이다.

최원호 감독은 베테랑의 가세와 젊은 선수들의 성장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잡아 팀 전력을 상승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최원호 감독이 가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팀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이제 스프링캠프를 끝내고 시범경기에 돌입했다. 과연, 최원호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한화이글스의 2024시즌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시기이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동안 치러진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 그리고 계속되는 시범경기를 통해 최원호 감독이 그리는 2024시즌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류현진의 가세로 안정적인 선발진 구축, 불펜진에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

최원호 감독은 2024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페냐와 산체스로 이어지는 두 외국인 투수와 지난 시즌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 문동주를 축으로 4-5선발은 경쟁 체제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었다.

4-5선발의 경쟁 후보군은 베테랑 이태양과 지난 시즌 주춤한 토종 에이스 김민우 그리고 좌완 김기중과 역시 좌완인 고졸 신인 황준서였다.

그런데, 2차 스프링캠프 시작 무렵, 오매불망이었던 현역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합류가 전격적으로 결정되면서 선발 한자리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다.

두 외국인 투수와 류현진 그리고 문동주로 이어지는 네 명의 선발은 어느 구단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여기에 선발로만 뛰었던 토종 에이스 출신 김민우가 절치부심하면서 예전 기량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현재 5선발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상황이다. 최원호 감독이 그리는 5선발의 첫 카드는 김민우이다.

김민우는 불펜 자원으로서는 부적합하다. 그렇다면, 베테랑 이태양이 불펜으로 이동하면 불펜진은 더 탄탄해진다. 여기에 김범수를 제외하면 좌완 불펜이 부족한 상황에서 김기중도 좌완 불펜 활용이 가능해진다. 고졸 신인 황준서는 롱맨이나 퓨처스에서 여유를 가지며 선발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류현진의 가세로 2024시즌 투수진의 운영이 한결 수월해진 것이다. 좌완 김기중이나 고졸 신인 황준서는 김민우에게 먼저 기회가 가더라도 유사시에 충분히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준비된 선발 자원이다. 최원호 감독의 5선발, 두, 세 번째 카드가 될 것이다.

아마도 이 카드들이 모두 실패하면서 최후의 보루인 이태양의 선발 투입 시나리오 가동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예상대로 불펜진에 합류하면, 기존의 주현상, 윤대경, 김범수에 마무리 박상원까지 필승 불펜진은 완성된다.

여기에 장시환, 이민우의 베테랑과 김규연, 슈퍼 루키 김서현이 도전하는 불펜진의 경쟁은 질과 양이 풍부해지게 된다. 김기중의 좌완 불펜진 운영도 가능한 상황이다.

류현진의 절친 후배인 베테랑 장민재도 언제든 활용이 가능하고 파이어볼러 한승혁과 스프링캠프를 완주한 정이황, 지난 시즌 한 단계 성장하면서 올 시즌을 기대케 하는 한승주도 대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1군에서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 어림잡아 2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확실한 자원인 류현진이 가세했으니 얼마나 든든한 투수진이겠는가. 최원호 감독의 혜안이 돋보여야 하는 2024시즌이다.

투수진의 가장 중요 포인트는 건강한 외국인 투수의 활약과 5선발로 낙점될 선수의 시즌 초반 퍼포먼스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적인 투수진에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서 위기가 오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시즌에 비해 활용할 자원은 확실히 많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은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투수 출신 최원호 감독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투수진 운영을 기대해본다.

베테랑의 가세와 젊은 야수들의 성장으로 신, 구 조화가 이루어질 야수진

FA 안치홍의 가세로 한화이글스 2루수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었다. 하지만, 반드시 교통정리는 이루어져야 하고 그에 따른 도미노 현상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그 책임도 명확해져야 한다. 여기에 베테랑 김강민과 이재원의 가세로 센터라인이 한층 두터워지고 여유로워졌다.

최원호 감독의 행복한 고민의 출발이자 어려운 선택과 판단이 중요해진 이유이다.

필자가 판단한 현재 최원호 감독의 복안은 정은원의 좌익수 출장과 문현빈의 2루수 고정이 가장 먼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안치홍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채은성과 플래툰으로 1루수와 지명타자를 맡게 된다.

이렇게 세 명의 2루수 자원이 각자의 포지션으로 나뉘어 출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전제는 공격력이 제대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정은원은 예의 출루 머신으로 톱타자 역할을 해야 하고 문현빈은 하위 타선에서 안치홍은 중심 타선에서 자신의 몫을 해줘야 최상의 조건이 된다.

정은원이 좌익수에 출장하면 중견수는 지난 시즌 10개의 홈런을 치면서 가능성을 확인한 이진영, 우익수는 외국인 타자 페라자로 일단 최원호 감독의 선택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원, 이진영, 페라자가 시즌 초반 외야 라인을 형성할 것이다.

정은원이 좌익수 적응에 실패하면 최인호와 치열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 타자 페라자의 수비력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게 평가되는 상황이기에 페라자가 중견수로 출장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우익수에 김태연이나 채은성의 출장이 가능해진다.

만약 채은성이 우익수에 출장한다면, 장거리포를 때릴 수 있는 김인환에게 기회가 갈 가능성도 있고 타격이 좋은 김태연이나 최인호가 지명타자로 출장하면서 1루수 안치홍과 지명타자로 타선에 배치될 가능성도 대두된다. 연쇄적인 출장 도미노가 벌어지게 된다.

여기에서 김태연은 우익수 뿐 아니라, 내야 특히, 2, 3루가 가능한 자원이기에 경기 후반 요긴하게 활용할 가치가 있다. 김태연이 공격으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돌아온 하주석이 유격수 자리를 지켜준다면 지난 시즌 주전으로 거듭난 이도윤은 전천후 내야수로 돌아서서 필요한 포지션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내야수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올 시즌 영입한 김강민과 지난 시즌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명기의 존재감은 젊은 선수들에게 큰 긴장감을 더해준다. 반면, 최원호 감독에게는 상당한 안정감을 주는 상황이다. 베테랑의 존재 이유이다.

언제든 본인들의 가치를 공, 수에서 보여줄 수 있는 베테랑들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도 가능한 상황이다. 젊은 선수와의 멋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최재훈이 홀로 지켰던 안방에는 최재훈보다 더한 경험의 이재원이 가세했다. 박상언이 최근 제2의 포수로 성장했지만, 공, 수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이재원의 합류는 박상언의 성장에도 도움을, 최재훈의 체력 유지에도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2024시즌 최원호 감독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쥐어져 있다. 그 판단은 감독의 몫이다. 그 책임도 감독이 져야 한다.

스포츠는 나이와 상관없다. 제일 잘하는 선수가 출장하면 그만이다. 다만, 팀의 미래를 위해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먼저 부여하는 경우가 있고 그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부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젊은 선수들도 똑같이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기회를 받았을 때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기회는 감독이 주지만, 기회를 잡는 것은 선수 본인의 몫이다.

베테랑들은 많은 경험에서 한정된 기회를 잡는 방법을 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더 기회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감독은 성적을 내야 한다.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자리이다. 특히, 이번 시즌 최원호 감독은 더욱 그렇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최원호 감독이 그리는 2024시즌 한화이글스. 어느 정도 가이드 라인은 나왔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수많은 돌발 변수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선택지는 충분하다. 시즌 초반부터 최원호 감독의 선택과 판단이 잘 맞아들어가기를 바란다.

암흑기를 끊고 이제는 비상해야 하는 한화이글스다. 2024시즌이 강팀으로 가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최원호 감독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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