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대통령 의전과 지방정부 대처가 남긴 아쉬움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의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방문을 두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상인 위로'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지만, 그 목적을 이뤘는지는 의문이다. 이 같은 논란을 비호하는 김태흠 충남지사(왼쪽 세번째)의 태도에서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 김다소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의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방문을 두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상인 위로'를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지만, 그 목적을 이뤘는지는 의문이다. 이 같은 논란을 비호하는 김태흠 충남지사(왼쪽 세번째)의 태도에서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 김다소미 기자. 

[내포=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역점사업 중 하나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다. 충남에는 2015년 천안아산KTX 역사 내에 들어섰다. 당시 소방·안전 문제로 준공이 늦었음에도, 대통령이 방문해 커팅식을 한다는 계획이 잡히자 졸속으로 준공식을 했고, 지역 언론에 보도됐다. 

해당 보도를 접한 출입기자는 청와대 경제수석 브리핑 때 이 문제를 언급하며 질문했다고 한다. 경호원들은 브리핑 이후 기자를 따로 불러 “질문 취지가 뭔가”라며 되레 물어 와 질문 요지를 재차 설명했다고 한다.

이후 충남도 경제통상실에서 연락이 와 “청와대에서 전화가 와서 연락드렸다. 뭐가 궁금하냐”고 물었고, 기자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여러 절차를 거쳤지만, 속 시원한 답은 듣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아산시 경제과에서 연락이 와선 “대통령 의전은 청와대 영역이라 우리는 권한이 없다”는 답변으로 끝났다고 한다. 

청와대를 출입하던 나의 데스크 선배가 들려준 일화다. 선배는 최근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벌어진 대통령 의전과 지방정부 대처에서 당시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정부 여당 주요 인사도 함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홍문표·정진석 의원 등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여준 그들의 태도가 화를 불렀다. 

상인들을 만나겠다고 와선, 소방 당국 보고와 20여 분 현장 시찰에 상인회장만 만나고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그 시간 2층에선 상인 수십 명이 한 시간 정도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상인들은 대통령이 현장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울부짖으며 밖으로 내려왔다. 그들은 “대통령이 오긴 온 거냐”, “왜 우리를 기다리게 했느냐”며 절규에 가까운 분노를 쏟아냈다.

이날 정부 여당 인사들의 현장 방문 주목적은 ‘상인들 위로’였다. 서천군 관계자도 화재 발생 직후 이뤄진 행정안전부 담당 부서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방문할 수 있으니 참고하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다음 행선지로 가던 도중 대통령과 여당 대표에 성난 상인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차를 돌려 현장에 돌아왔다. 그런데 한 방송사가 진행하던 상인 인터뷰카메라 앵글에 난데없이 김 지사가 등장했다. 

“대통령을 못 보신 분들(상인)이 서운하게 생각하실 수 있다”, “다들 모여계신 줄 몰랐다. 1층에 상인회장이 있으니 다 상인들인 줄 알았다”, “이렇게 취재하는 건 올바르지 않다” 같은 언짢은 심기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다.

김 지사 말마따나 2층에서 간담회나 면담을 목적으로 기다리던 상인들 존재를 몰랐다면, 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여당 인사들은 방문 목적에도 안 맞는 방문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2층에 올라가지 못한 이유로 ‘경호상 문제’를 근거로 들었는데, 상인들을 만나지 못한 게 정말 경호상 이유였는지, 상인들이 모여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 동향 파악하는 보좌진은 어디서 무얼 했는지 궁금증만 커지는 대목이다.

집권 여당 대표에 VIP까지 온다는데 기다리고 기대하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으랴. 그들의 현장 방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만, 방문 목적을 이루지 못한 대통령과 그걸 감싸는 김 지사 태도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 지도부의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 해프닝이 경호상 이유였든, 행정상 착오였든, 본래 방문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데스크 선배가 10년 전 청와대에서 겪은 대통령 의전과 지방정부 대응 미숙이 불현듯 떠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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