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조례 제정 이후 교육활동 침해행위 ‘증가’
“교권 추락은 추세, 주된 원인은 ‘아동학대법 강화’” 반론도
[유솔아 기자] 충남학생인권조례(인권조례) 폐지 여부를 놓고 관계 기관 간 견해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한쪽에선 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을 유발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다른 쪽은 학생 인권과 교권은 상충 개념이 아니라며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 입장을 좁히기 위한 절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디트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최근 3년간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행위 발생 건수는 ▲2020년 74건 ▲2021년 158건 ▲2022년 188건으로 집계됐다.
충남교사노조가 이달 초 도내 교사 6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최근 5년간 학생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66.51%(423명)에 달했다. ‘학생 보호자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62.26%(396명)로 집계됐다.
이 중 ‘교육지도 중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적 있다’고 답한 사람은 158명(24.84%),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적 있다’고 말한 교사는 149명(23.43%)으로 나타났다.
“지나친 학생인권 강화, 교권 추락 유발”
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이 결과가 인권조례에서 비롯한 ‘지나친 학생 인권 강화’에서 왔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로 조례 제정(2020년 6월) 이후 교육활동 침해행위 발생빈도가 늘었다는 것이다.
또 교사의 학생 지도가 인권조례 위반으로 문제 되다 보니. 교육공동체 전반이 누려야 할 교육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정식 충남도의원(국민의힘·아산3)은 통화에서 “교권 추락은 인권침해에서 비롯했다”며 “지나치게 학생 인권만을 강조하다 보니, 학생 제제가 안 되고 교사들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선생님들은 학생을 훈육하면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한테 인권이 있다. 강요하지 말라’는 답변을 듣는다”며 “이런 이유로 교육 현장에서는 ‘인권조례를 폐지해 달라’는 목소리가 크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 교권 추락 원인 아냐” 반박
반면 교권 추락은 추세일 뿐, 인권조례가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인권조례가 미제정된 타 지자체 교육활동 침해 증가율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도내 교육활동 침해행위 발생 건수는 인권조례 제정(2020→2021년)을 기점으로 늘었다. 다만 같은 기간 인권조례가 없는 경북은 침해 건수가 81건에서 143건으로 77%(62건) 증가했고, 강원은 65건에서 160건으로 148%(95건) 늘었다.
또 현재 교사의 교육활동 위축을 야기한 주된 원인은 ‘아동학대법 강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정당한 생활지도를 했음에도, 학부모 등이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는 ‘무고성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교사노조 설문조사 중 정상적인 교육활동 보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는 항목엔 ‘법률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방지 대책 수립(무고성 아동학대신고 처벌 등)’이 가장 많이(36.79%) 꼽혔다.
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8일 총회에서 아동학대 의심만으로 교사 교육권을 박탈하는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지훈 도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도 교권 침해가 전체적으로 늘고 있어, 교권 추락이 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아동학대법이 강화되면서 교사 활동 위축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시행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조례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부족하면 보완할 문제지, 폐지를 운운할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교사, 학생 인권 존중하는 절충안 마련해야”
폐지보다는 조례에 다른 학생과 교사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의무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제안도 나온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반비례 관계로 전제하고 이뤄지는 논의는 교사와 학생의 갈등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재영 충남교사노조위원장은 “학생 개인 인권을 중요시하다 보니, 학급 공동체가 피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일방적 폐지보다는 학생이 꼭 지켜야 하는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고, 타인의 인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의 인권은 대립되는 것이 아닌 모두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한편, 인권조례는 현재 존폐기로에 서 있다. 충남기독교총연합회 등 보수단체들은 지난 3월 도의회에 조례 폐지 청구를 위한 서명부를 전달했고, 2차 시·군 검증 결과가 이달 중 나올 예정이다. 이르면 내달 회기 중 해당 사안을 논의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