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추진' 정부·전국 지자체 흐름 역행
공사·진흥원·평가원까지, 공감대 부족 우려

지난 12일 열린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는 이장우 대전시장. 자료사진.
지난 12일 열린 대전시 주간업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는 이장우 대전시장. 자료사진.

[한지혜 기자] 이장우 대전시장이 취임 직후 보여준 산하 공공기관 설립 정책 기조를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통·폐합 방침을 강화한 중앙 정부,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칼을 빼든 타 지자체와 달리 나홀로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지난 1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대전도시재생공사, 뷰티산업진흥원, 서예진흥원 등 산하기관 3개 설립 추진을 주문했다. 도시재생공사는 소규모로, 뷰티는 관련 산업 유치 차원에서, 서예는 재부흥 필요성 등을 내세웠지만, 아직 공감대가 넓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비대해진 공직사회 조직과 지출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110대 국정 과제에도 ‘공공기관 혁신을 통한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 제공’을 포함했다. 

이달 새로 취임한 전국 다수 지자체장도 정부와 발맞춰 공공기관 축소 방침을 이행하는 중이다.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등이 구체적인 예로 충청권에서는 충남도가 가장 선제적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취임 직후 최우선 과제로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내세웠고, 이를 위해 경영평가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대구는 최근 기존 산하 공공기관 18곳을 10곳으로, 경북도는 28곳에서 19곳으로 줄이는 구조개혁안을 내놨다. 산하 공공기관을 문화와 산업, 복지·교육 등 분야별로 나눠 유사 기능을 통합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존 기관은 감사, 신설은 OK?

이장우 대전시장은 기존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예고한 상태다. 현재 시 산하 공공기관은 공기업 4개, 출연기관 13개 등 모두 17개다. 시는 최근 시 감사위원회에 산하 공공기관 감사 필요성을 전달했다. 이 시장도 최근 공식 석상에서 “공공기관의 채용을 늘리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직후 지시한 대전도시재생공사, 뷰티산업진흥원, 서예진흥원, 첫 시정브리핑에서 독자 설립을 공식화한 나노·반도체 부품·소재 평가원 등의 사례로 볼 때, 이 시장의 기조가 정부, 전국 지자체 흐름, 앞서 발언한 내용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지자체 중 도시재생공사를 별도 설립해 운영 중인 곳은 전무하다. 또 도시재생 업무는 현재 설립·운영 중인 대전도시공사 내 소관에 둘 수 있는 점, 뷰티 산업이 시 주력 산업에 속하지 않는 점, 서예 진흥 또한 문화재단 등 기존 산하 공공기관에서 소화할 수 있는 업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다.

나노·반도체 부품·소재 평가원 자체 설립은 정부 산업 재편 구조 흐름과 연결된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관련 기업과의 간담회 후 약 1주일 여 만에 시급히 결정된 사안으로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경기도의 경우 (가칭)경기도사회적경제원, 경기서민금융재단, 경기도청소년재단 등 3곳의 신규 산하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공공의료원 설립 등을 준비 중이다. 이 경우 대부분 민생과 복지, 의료, 수혜 사각지대 계층(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전반의 공감대 확보가 수월하다.

시 관계자는 “도시재생공사의 경우 소규모 설립을 지시하셨고, 규모와 별개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행정안전부 규정에 따른 심의 등은 똑같이 받아야 한다”며 “현재는 각 실무 부서에서 설립 방향 등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