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과학의 날 시초와 도시 정체성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이 후보 시절 발표한 일류경제도시 비전.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이 후보 시절 발표한 일류경제도시 비전.

일류, 이류, 삼류. 어떤 방면에서 첫째가는 지위나 부류를 우리는 ‘일류’라고 부른다. 반대로 가장 낮은 지위나 부류는 ‘삼류’로 칭한다. 일류 중심 독식 체계가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등급 나누기’다.

‘일류경제도시 대전’을 비전으로 내 건 이장우 당선인의 새 시정 철학이 곧 공개된다. 첫 가늠자는 새로운 시정 슬로건이 될 전망이다. 

민선7기 허태정 시장은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 민선6기 권선택 전 시장은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맛나게'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염홍철 전 시장과 박성효 전 시장은 각각 ‘세계로 열린 대전, 꿈을 이루는 시민’, ‘함께 가꾸는 대전 함께 누리는 행복’을 내걸었다.

경제시장을 자처한 이장우 당선인은 후보 시절 ‘경제를 새롭게, 시민을 힘나게’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다. 취임과 함께 내놓을 새 시정 슬로건에도 이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들어 ‘일류국가’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정부는 MB정부였다. 기업인 출신으로 지난 2008년 취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퇴임 때까지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비전으로 삼았다.

거꾸로 보면 보이는 해법, 유일한 정체성

제1회 과학데이 포스터. 왼쪽 포스터엔 철도가, 오른쪽에는 천체투영기 모형이 그려져있다. 대전은 철도교통문화 중심지이자 국가 주도 우주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도시다. 서울SF 아카이브 제공.
제1회 과학데이 포스터. 왼쪽 포스터엔 철도가, 오른쪽에는 천체투영기 모형이 그려져있다. 대전은 철도교통문화 중심지이자 국가 주도 우주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도시다. 서울SF 아카이브 제공.

지방의 최대 화두는 ‘소멸’이다. 중앙으로부터 독립된 지방정부, 수도권에 대항하는 ‘지역의 힘’을 키우는 게 공동의 목표다. 충청권 4개 시·도가 협력 중인 충청권 메가시티 추진도 그 연장선이다. 일류도시로 표상되는 서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역의 선택은 또다른 일류가 아닌, 권역별 특색을 살려 초연결, 초융합 시너지를 내는 ‘초광역 지방정부’인 셈. 

지자체별로 보면 어떨까. 광주는 지난해 특별법 개정안 통과로 명실상부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타이틀을 얻었다. 10년 이상 끈질기게 한 우물을 판 성과다. 이번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지나며 ‘과학특별시’, ‘과학수도’ 도시 브랜드를 구축해온 대전도 이 변화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민선8기를 앞두고 대전의 정체성인 ‘과학도시’ 브랜드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우주청 유치 무산, 과학부시장 제도 재검토, 당선인의 경제 분야 강조 기조 등 과학 분야 정체성 확립이 밀려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제정된 기념일인 ‘과학의 날(4월 21일)’ 시초는 독립운동가 김용관 선생의 주도로 시작된 대중 과학 행사인 ‘과학데이’다. 1934년 제1회 과학데이 포스터에는 ‘철도’와 ‘천체투영기(플라네타리움)’ 모형이 그려져있다. 철도교통문화 중심지이면서 국가 주도 우주연구 분야에 유일성을 갖고 있는 대전이 나아갈 길을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넘버원(No.1)의 뜻인 ‘일류’ 글자를 반대로 읽으면, '유일' 즉 온리원(Only one) ‘이 된다. 1등 도시가 되는 것과 어떤 분야의 유일한 도시가 되는 것. 이장우 당선인이 취임과 함께 내놓을 시정 철학에 현실적이고도 적합한 방법론이 담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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