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예산 경쟁자 아닌 동반자 ⓶] 행정구역 불일치 사례 분석
도청 이전 신도시 갈등 양상, 중립적 조정기구 역할 주목

충남도청이 84년 만에 홍성·예산이 위치한 내포신도시로 돌아왔다. 하지만 충남도를 비롯해 홍성군과 예산군으로 행정이 이원화·다원화되면서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디트뉴스>는 홍성과 예산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타 지역 모범사례와 정치·행정의 역할론을 짚어본다. 동시에 내포신도시 연착륙과 환황해권 중심도시로 도약을 위한 해법을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행정 이원화 내포신도시, 주민 불만 커진다
②내포신도시, 상생과 공존의 길을 묻다
③홍문표 “하반기 양승조·김석환·황선봉 만남 주선”

충남도청이 위치한 내포신도시 전경. 홍성과 예산으로 행정구역이 나뉘면서 주민들의 불편사안이 발생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충남도청이 위치한 내포신도시 전경. 홍성과 예산으로 행정구역이 나뉘면서 주민들의 불편사안이 발생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지난 2012년 12월 충남도청 이전과 함께 내포신도시로 공동 운명체가 된 홍성군과 예산군. 두 이웃이 상생방안 마련에 시동을 걸고 있다. 충남도와 홍성·예산은 지난달부터 내포신도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공동관리기구 구성을 논의 중이다. 

내부적으로 충남도가 제시한 가칭 ‘충남혁신도시추진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와 양 군에서 파견한 공무원 40여 명으로 3개 과, 12개 팀을 구성해 시설유지·관리비 등 연간 136억 원 규모로 운영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파견인력과 재정부담 등 이견이 발생해 조율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포신도시의 현안은 쌓이고 있다. 지역 화폐 사용과 쓰레기봉투, 폐기물 자동집하 시설 인수, 서해선 복선전철 삽교역 신설, 홍예공원 등 공공시설물 관리, 혁신도시 공공기관 유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타 지역 사례를 통해 방향을 모색해본다. 

경북도청 신도시, 남악신도시 '타산지석'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인구 블랙홀’ 경계

경북도청 신도시는 내포신도시보다 4년 늦은 2016년 2월, 경북도청이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대로 이전하면서 출범했다. 내포신도시와 같이 인구 1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 1월 유동인구를 포함해 2만 6290명이 거주 중이다. 이전 9년이 지났음에도 인구 2만8000여 명에 그치고 있는 내포보다 가파른 성장세다. 경북도와 안동시·예천군·경북개발공사 등은 지난 2019년 5월 발전협의체를 출범한 상태다.

그러나 이곳도 행정구역 이원화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풍천면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공공시설 건립비와 학교급식비 분담률, 인근 시·군까지 사용키로 한 소각장에 대한 주민 반발, 도·농 불균형 및 민간 갈등, 예천군만 추가 지급한 재난지원금, 독감예방 접종은 안동시만 무료로 실시하는 등 민원이 나오고 있다. 

남악신도시 오룡지구(왼쪽)와 경북도청 신도시 모습. 내포신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청이 이전하면서 조성된 신도시로, 행정구역이 나뉘면서 다양한 갈등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남악신도시 오룡지구(왼쪽)와 경북도청 신도시 모습. 내포신도시와 마찬가지로 도청이 이전하면서 조성된 신도시로, 행정구역이 나뉘면서 다양한 갈등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005년 11월 전남도청과 유관기관이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일대로 이전하면서 계획한 남악신도시는 인구 15만 명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무안군 인구는 8만7000여명 수준이다.

이곳 역시 개발부지가 목포시와 행정구역이 겹치면서 개발이익금 분배, 임성지구·오룡지구 개발 갈등, 옥암 하수종말처리장 증설 등 전남개발공사·목포시·무안군 갈등이 곳곳에서 불거졌다. 

목포시·무안군·신안군 무안반도의 행정통합도 수차례 논의했지만, 무안군의 반대로 무산되고 주민 갈등으로 이어졌다. '남악' 지명 사용권을 놓고 양 시·군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만큼 행정구역이 다른 두 지자체가 화학적으로 융합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두 신도시 모두 주변지역 공동화가 나타났다. 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이 늦어지며 공공기관 직원들은 장거리 출퇴근을 선택하고, 대부분 신도시로 인근 시·군 인구를 결집하는 효과에 그쳤다. 

실제 안동과 목포는 각각 도청 이전 후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다. 신도시 주변 도시는 ‘공동화’라는 난제를 떠안았다. 내포신도시도 예외는 아니며, 선제적 대책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례신도시, 충북혁신도시,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 등
지역갈등 해결한 ‘모범사례’ 연구 필요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상생발전을 이끈 사례는 여럿이다. 서울 송파구, 경기 성남과 하남시 등 3개 행정구역에 걸쳐있던 위례신도시(2005~2017년)가 대표적인 예다. 개발과정에서부터 국방부와 토지보상 문제, 도시계획 경계 설정, 기피시설 및 공공시설 위치, 소유분할 등 갈등을 지속했다. 

입주 이후에도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로 위례동 명칭 사용, 통학구역 조정 등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 12년을 끌고 간 갈등국면은 지난 2017년 11월 행정안전부가 서울시, 경기도, 송파구, 하남, 성남 등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일단락됐다. 제3자의 중재효과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충북혁신도시로 지정된 진천군과 음성군은 사전 협의로 갈등을 최소화한 사례다. 1단계 사업 직후인 2012년 혁신도시관리본부를 출범한 양 지자체는, 2014년 사전 협의를 통해 139종의 제 증명서 가운데 42종의 수수료 및 시내버스 요금을 단일화했다. 

또 택시 이용객 20% 할증 요금을 폐지하고, 주민세와 상수도 요금도 통일해 조기정착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 전경. 앙숙 관계에서 동반자로 전환한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 전경. 앙숙 관계에서 동반자로 전환한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충남 천안과 아산은 앙숙에서 동반자 관계로 전환한 전국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도내 양대 수부도시인 천안과 아산은 ‘KTX천안아산역(온양온천)’ 명칭부터, KTX역 택시영업권, 시내버스 시계요금 단일화, 농협 대단위유통센터 건립 등 끊임없이 갈등을 겪었다. 

이에 양 시는 2014년 ‘천안아산 생활권행정협의회’를 구성해 시내버스 단일요금제 등 40개의 상생협력과 공동발전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양 도시 경계인 KTX천안아산역 인근에 건립한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로 결실을 맺었다. 

상생협력센터와 근린생활시설, 도서관, 도시통합운영센터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앙숙 관계를 청산한 ‘상생의 상징’으로 홍보 효과를 거뒀다. 2014년 ‘대한민국 지역희망박람회’에서 전국 생활권 발전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상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간 지역발전사업 갈등관리방안’ 연구에서 “지자체별, 사업별 공공갈등을 보면 ‘중립적 갈등조정기구’의 활용과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효과적인 갈등관리 전략이 되고 있다는 점이 공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지자체와 지역주민,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의사소통과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노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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