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시절 14개 댐 추진, 근거·절차 부실 드러나
오랜 민·민 갈등 속 환경부의 '공론화' 절차 우려·기대

환경부가 지천댐을 공론화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14개 신규댐 건설 후보지중 7곳은 백지화하고 7곳은 재검토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 찬성추진위와 반대대책위는 2일 각각 충남도청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이같은 결정에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다소미 기자. 
환경부가 지천댐을 공론화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14개 신규댐 건설 후보지중 7곳은 백지화하고 7곳은 재검토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 찬성추진위와 반대대책위는 2일 각각 충남도청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의 이같은 결정에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다소미 기자. 

환경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기후대응댐 14곳 가운데 절반을 취소하고, 나머지 절반은 공론화와 기본구상을 거쳐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충남 청양·부여 지천댐이 대표적 사례다.

수차례 추진과 무산을 반복해온 지천댐이 다시 ‘공론화’라는 절차에 올라서면서, 지역 사회는 환영과 반발로 다시 갈라졌고, 환경부의 모호한 입장은 새로운 갈등 불씨가 되는 모양새다.

1년 만에 뒤집힌 14개 댐 정책

윤석열 정부 환경부는 극한 홍수·가뭄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신규 댐 14곳 건설을 발표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는 빈약했고 대안 검토조차 부실했다는 점이 이번 재검토 과정에서 드러났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댐의 기후 대응 효과가 미약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은 이미 인근에 대규모 댐이 존재하는 곳에 또다시 댐을 짓는 중복 계획이었고, 지방이 자체 예산으로 추진해야 할 식수 전용댐까지 국책사업에 포함되는 등 절차적 부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는 본래 목적이었던 기후 대응은커녕 최선의 해법이 아님을 보여줬는데 환경부는

“충분한 조사와 검토가 미흡했다”며 감사원 감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불과 1년 만에 정책을 뒤집은 것은 그만큼 전임 정부의 발표가 졸속이었다는 방증이다.

지천댐, 상징적 시험대

환경부가 7곳을 취소하면서도 지천댐을 포함한 나머지 7곳을 공론화 대상으로 남기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충남 청양·부여로 쏠린다. 지천댐은 1990년대 이후 네 차례 추진됐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됐는데 지난 정부의 결정에 이 일대의 민민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정부도 지천댐을 포함한 일부 후보지를 주민 반발 탓에 보류했으나, 이번에는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갈등의 역사가 깊은 만큼, 지천댐이 공론화 제도의 성패를 가르는 상징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공론화 필요없어” vs “환영, 신속히 추진”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 김명숙 공동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천댐은 윤석열 정부 환경부도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했던 댐인데, 국민주권정부라는 이재명 정부가 공론화라는 핑계로 주민들을 더 큰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환경부는 지금까지 공식 주민설명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고, 반대 주민이나 단체를 단독으로 만난 적도 없다”며 “절차적 정당성 없는 일방 발표”라고 지적했다.

또한 “청양과 부여는 생태환경이 풍부하지만 산업 개발 제한으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이라며 “이제 와서 공업용수 댐을 만들어 타 지역에 물을 공급한다는 것은 균형발전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천댐 추진위원회 주민들은 정부의 공론화 방침을 환영했다. 추진위도 같은 날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지천댐 건설 여부를 공론화로 결정하겠다고 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라며 “백지화 위기에 놓였던 사업을 다시 논의의 장으로 올려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수십 년 반복된 가뭄과 홍수로 주민들의 삶의 기반이 무너졌다. 지천댐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공론화 과정에서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혔다. 이어 “정부는 소수의 반대나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말고 신속히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경부가) 다행히 추진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의견 수렴 절차를 갖겠다는 부분에 대해선 다행”이라며 “지난 정부에서 결정했던 사업이라도 국가의 미래적인 측면에서 바꿔서는 (댐 건설 취소)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양군 “찬반 모두 수렴…중립 유지”

청양군도 공식 입장을 내고 “환경부가 지천댐 건설 여부를 주민 공론화와 대안 검토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군은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는 댐 건설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며 “군수가 한쪽 입장에 치우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군은 지난해에도 찬반 양측 의견을 수렴해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우려 ▲안개 피해 ▲제방 붕괴 위험 ▲농축산업 기반 상실 ▲생태계 파괴 대책 등 7가지 요구 사항을 환경부에 전달했으나, 미흡하다고 판단해 ‘찬성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낸 바 있다.

공론화, 의미와 한계

공론화는 특정 사회적 이슈나 정책에 대해 이해관계자·전문가·시민이 참여해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적 절차다.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정책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설계가 불투명하거나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면,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연장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환경부의 이번 발표는 “주민과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누가 참여하고 어떤 방식으로 토론하며, 댐 건설 외의 대안을 얼마나 폭넓게 검토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지천댐 지역 협의체는 구성돼 있다.

지천댐이 공론화의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사업이 실제로 지역에 필요한 시설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인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과학적 근거와 대안 검토를 얼마나 투명하고 철저하게 수행하느냐가 이번 공론화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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