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철의 '좋은 정치'

장동혁 국민의힘 국회의원. 자료사진.
장동혁 국민의힘 국회의원. 자료사진.

장동혁 의원님, 오랜만입니다.

오늘 새벽에 일찍 눈 떠 기사를 보다가 의원님이 국민의 힘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과 이에 따른 국회의 탄핵 소추와 관련해 “보수정당이 두 번 탄핵되면 20∼30년간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불모지가 될 것”이란 취지로 탄핵에 반대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기록 차원에서 몇 자 적어봅니다. 의원님과 저는 10여 년 전 국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당시 박범계 의원님 비서관이었고, 의원님은 국회 파견 판사였습니다. 이따금 밥도 먹었고, 술도 마셨습니다.

국회 본청 7층으로 기억합니다. 파견 검사실과 맞닿아 있는 작고 길다란 의원님 방에서 종종 차도 얻어먹었습니다. 그 때마다 의원님은 대전 시절 얘기, 앞으로 본인이 어떤 삶을 설계하고 있는지 기탄없이 말했습니다.

그 후 의원님은 광주지방법원 판사를 마지막으로 직을 내려놨습니다. 대전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습니다. 의원님이 대전지방법원 앞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을 때, 일부러 찾아가 안부를 물은 기억도 있습니다. 

소속된 당은 달랐지만, 의원님이 수 년전부터 얘기하신 고민했던 좋은 정치, 포부가 꺾이지 않길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겨울로 기억합니다. 마포대교 건너 지하에 있는 이름난 중국요리집에서 마지막으로 만났습니다.  의원님이 당시 회의를 끝내고 대전행 열차를 타기 전 짧은 식사였습니다. 몇 번 정치적 실패를 경험했지만 유쾌하고 에너지 있었던 모습이 또렷하게 떠오릅니다.

이후 보령·서천에서 재선의원이 되셨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한 두 번 의원님께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의원님이 전화를 주셨지만 제가 못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와 의원님의 길지만 딱히 특출날 것 없는 인연입니다.

의원님이 제가 지지하지 않는 당으로 정치를 시작했을 때, 제가 지지하지 않는 한동훈 대표와 정치를 함께했을 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저와 전혀 다른 생각을 얘기하셨을 때, 동의하지 않았지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위헌적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원님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 장동혁에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발언의 한 토막이고, 맥락상 의미가 와전됐을 수 있지만 헌법을 수호해야할 국회의원의 정상적 인식인지 의문입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판사를 지내신 만큼 저보다 훨씬 대통령이 자행한 일이 얼마나 헌법을 파괴하고 국헌을 문란케한 행위인지 잘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지난밤 국회에서 위헌적 비상계엄을 몸소 겪으셨으니 대통령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

서희철 전 법무부장관 비서관
서희철 전 법무부장관 비서관

부디 조만간 이뤄질 탄핵 소추안 표결에서 10년 전 좋은 정치를 고민하던 장동혁처럼 판단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서로 당은 다르고,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 자리를 지키는 1분, 1초가 국가적 위기이자 재난인 상황입니다.

어머니와 옆지기가 위헌적 비상계엄의 밤 이후 저의 안부를 자주 묻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이전보다 부쩍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공포의 시대입니다. 부디 좋은 정치로 무섭고 어두운 밤을 끝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