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지적 후 행안부 전수조사 추진
공직문화 개선 노력에도 여전히 ‘관행 존재’

대전시청사 전경.
대전시청사 전경.

공직문화 개선 주요 과제로 꼽히는 ‘국·과장 모시는 날’ 관행이 대전시·구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장 모시는 날’은 7~9급 하위직 공무원이 사비를 각출하는 방식 등으로 상급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공직사회 관행이다. 조직에 따라 막내 또는 서무 업무 공무원이 윗분 모시기를 전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시에 따르면, 시가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직문화 관련 설문조사 결과(응답률 6.7%), 응답자의 약 25%가 간부 모시는 날 관행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앞서 시는 지난 2021년 새내기 공무원이 부당한 지시와 과중한 업무 등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자, 공식적으로 조직문화 개선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설문조사, 워크숍 등을 통한 의견 제시와 토론을 거쳐 ‘불합리한 관행 없애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천’, ‘수평적 소통 활성화’ 등 3대 분야 8개 과제를 도출했다. 특히 불합리한 관행 없애기 분야 주요 과제로는 대표적인 악습으로 지적된 ‘국·과장 모시는 날 없애기’가 꼽혔다.

시는 관행을 없애나가되, 업무를 목적으로 한 간부와의 오찬간담회는 업무추진비를 활용해 지속하는 방향으로 개선을 추진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달 중 47개 중앙행정기관과 243개 지자체 공무원 116만 명을 대상으로 ‘간부 모시는 날’ 관행 실태 파악에 나선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칼을 빼들었다. 이 관행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권익위는 특별신고기간을 마련해 하위직 공무원이 위법·부당한 사항을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비실명 대리신고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는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달 7일 행안부 국정감사에서 지방직 공무원 1만 2526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관행을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위 의원실이 자체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9479명)가 '모시는 날'을 알고 있었고, 이 중 58.2%(5514명)가 ‘최근 1년 내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

"전수조사 전 관행 없애자" 발등에 불

이같은 관행은 지난 11일 열린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관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언급됐다.

이병철 대전시의원(국민의힘, 서구4)은 이날 전재현 시 행정자치국장에게 “행안부 등에서 국·과장 모시는 날 조사하는데, 대전시에도 이같은 문화가 남아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지난달 말 열린 주간업무회의에서 “공직문화 개선을 위해 고위직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위계로 직원을 누르지 말고 담당자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가져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자치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부 전수조사를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일부 부서는 급하게 관행을 없애는 방식으로 수습에 나섰다. 구청장이 직접 간부회의에서 해당 관행을 언급하며 폐지 지시를 내린 자치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 A 씨는 “경제적인 부담도 문제지만, 흔히 밥당번이라고 불리는 직원이 메뉴 선정과 식당 예약을 해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다”며 “하루일과 중 유일하게 허락된 휴게시간조차 편하게 활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직자 B 씨는 “기관장이 직접 나서거나 상급자 스스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관행이 100% 개선되긴 어렵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평가하는 관계 때문”이라며 “젊은 직원이 공직을 떠나는 문화, 불합리한 조직문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까지 벌어졌지만, 이제서야 근절하겠다는 게 답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매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개선이 필요한 점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 관행이 남은 부서가 있는지 주기적으로 조심스럽게 확인도 한다”며 “조직 구성원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소통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직사회 이탈율이 높아지면서 각 지자체는 저연차 공무원을 위한 복지 확충과 조직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 등을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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