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답례 문화, 신규 직원들 속앓이
지방의원 배웅 위해 직원들은 새벽 기상

#1. 시보 떡 문화 '해? 말아?'

시보 기간 해제를 앞둔 대전시 신규 공무원 A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정규 임용과 함께 시보 떡을 돌려야 하는 분위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승진, 부서 이동 등 공직사회에 만연한 간식 돌리기 답례 문화를 경험하다 보니 하기도, 안 하기도 애매하다.

#2. "잘 다녀오세요" 새벽 배웅

최근 대전 동구에서는 구청장과 부구청장, 국과장들이 모여 국외연수를 떠나는 구의회 의원들을 배웅했다. 환송 시간은 무려 새벽 5시. 서로 요청이 있지 않는 한, 때에 상관 없이 서로 손흔들며 인사치레 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3. 숙직 민원 전화는 막내만? 

대전시 한 자치구 9급 공무원 B 씨는 숙직날만 다가오면 불안감이 커진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언제 올지 모르는 악성 민원 전화를 혼자 감당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연한 듯이 막내에게 업무를 맡기고 숙면을 취하러 가는 상급자들의 뒷모습을 보면 서럽기만 하다.  

대전시청사 전경. 대전시 제공.
대전시청사 전경. 대전시 제공.

[한지혜 기자] 시보떡과 새벽 배웅, 숙직 몰아주기 등 대전시 공직문화가 여전히 낡은 관행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와 5개구 취재 결과, 정식 임명 후 신규 공무원이 부서에 떡 또는 간식 등을 돌리는 ‘시보 떡’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문화 개선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분위기는 유연해졌지만, 여전히 눈치보는 처지다. 

대전 한 자치구 9급 공무원 A 씨는 “먼저 부담스럽다고 이야기 해주는 상사도 있는 반면, 은근히 기다리는 분들도 있어 분위기상 안 하기 어렵다”며 “승진, 부서 이동 등 답례하는 문화를 경험하다보니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벽 또는 늦은 저녁 시간 국외출장을 떠나는 지방의회 의원들을 배웅하는 문화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동구는 새벽 5시 구청장과 부구청장, 국‧과장들이 모여 출장 버스를 배웅한 반면, 서구는 구의회 요청으로 이를 생략했다.

자치구 한 관계자 C 씨는 “의회와 집행부 간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인사 문화”라며 “서로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때에 상관없이 손 흔들며 환송해주는 것이 아직도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악성 민원 전화가 몰리는 숙직 시간대 업무 몰아주기 관행도 저연차 직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전시 자치구 공무원 D 씨는 “당직을 3명이 서는데 자정부터 오전까지 민원 전화를 받는 일은 막내 직원에게 맡기는 일이 많다”며 “2시간 씩 돌아가면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나, 보통 상급자들은 숙직실로 들어가는 일이 잦기 때문에 어떤 악성 민원 전화가 올지 두렵다”고 토로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불합리한 관행 개선 명목으로 공직문화 혁신을 포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개선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여러 의견들을 들어보며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다수 지자체에서는 공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부터 시보떡 금지 방침을 수립했고, 충남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은 최근 정규직으로 발령받은 신규공무원들을 축하하기 위해 노조에서 직접 시보 떡을 지원했다.

충북 옥천군은 지난해부터 시보떡을 포함해 애경사 답례품을 근절하는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시보떡 대신 축하떡과 정규 임용 기념 꽃다발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문화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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