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 피시켈라 대주교 '교황 희년 선포 칙서' 선물
유 추기경 "교황 충남 방문, 내부 논의 거쳐 결정"
김태흠 충남지사가 8일 오후(현지시간) 바티칸을 방문해 충남 출신인 유흥식 제65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비공개 단독 접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충남 재방문을 요청했다.
김 지사의 이번 방문은 오는 2027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천주교 세계청년대회를 대비한 ‘서산해미국제성지’ 활성화 논의를 비롯해 도내 성지 재정비 사업을 앞두고 조언을 얻기 위해 이뤄졌다.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 본대회는 2027년 8월 중 6일 간 개최되고, 도내에서는 본대회에 앞서 6일 동안 교구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8월 14∼18일 방한한 바 있다.
이 기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들과 만남을 갖고, 17일에는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했다.
특히 서산해미국제성지 지정에 큰 역할을 했던 리노 피시켈라 교황청 신복음화부분 장관(대주교)과 만나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유 장관과 20여 분간 비공개 접견 후 “유 추기경께서 교황청 장관으로 계신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자랑”이라며 “해미국제성지를 비롯해 충남 성지 명소화 사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 때 교황님을 비롯해 교황청 관계자들이 충남도 오실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께서 세계청년대회에 반드시 방한하실 것”이라며 “충남 방문은 시간을 두고 교황청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충남과 대전교구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충남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거룩한 장소”라며 “많은 추기경이 한국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에 동행한 충남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안종혁 위원장과 구형서 부위원장, 김도훈·박정식 위원이 유 추기경과 비공개로 짧은 환담을 가졌다.
이후 이뤄진 김 지사와 리노 피시켈라 교황청 신복음화부분 장관(대주교)와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세계청년대회를 주관하는 부서 장관으로서 2018년 충남을 방문한 바 있다.
특히 이날 통역은 충남 홍성 출신의 한현택 몬시뇰(고위 성직자에게 붙는 칭호)이 맡았다. 그는 교황청의 핵심 부서인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국장이다.
이 부서는 카톨릭 교회의 전 세계 선교활동을 관할하며 다른 부서와 달리 교황이 직접 장관직을 맡아 국장에 힘을 실어 주는 구조다.
한 몬시뇰은 2015년 한국인 성직자로는 최초로 교황청 복음화부에 파견돼 근무해왔다. 2018년과 2021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프란치스코 교황 접견 당시 통역을 맡은 바 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해미국제성지를 비롯한 도내 순례지를 정비해 세계 청년이 충남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개최 전 대주교께서 충남을 찾아 조언해주시면 큰 축복으로 생각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충남에서) 여러분이 오시니 대전교구, 해미국제성지가 (이곳으로)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종교적 목적의 순례 여행과 관련해 아시아, 특히 한국과 특별하고 아름다운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특히 김 지사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내년 ‘희년 선포 칙서’ 원문을 선물하며 “이 칙서는 유 장관도 갖지 못한 것이다. 교황의 직접 서명이 담겼고, 교황청 공식 문서에만 찍히는 낙인이 있어 매우 특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희년은 고대 히브리 전통에서 유래했으며 교회가 50년 또는 25년마다 선포하는 은총의 해를 일컫는다. ‘성년’이라고도 불리며 2025 희년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난 2000년 선포한 대희년 이후 처음 맞는 일반 성년이다.
1475년부터 25년마다 거행돼 왔고, 총 26차례 선포됐다.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지난 2022년 교황과 만나 희년 표어를 ‘희망의 순례자들’로 요약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주교와 면담을 마친 후 유 장관은 직접 방문단과 동행해 성 베드로 대성당 관람과 김대건 신부 성상을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