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성단체연합이 매년 개최해온 여성영화제 보조금 사업을 보이콧했다. 대전시가 퀴어 소재가 포함된 영화라는 이유로 상영 중지를 요청하자 내린 결단이다.

박이경수 대전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2일 오전 기자회견에 앞서 <디트뉴스>와 만나 “행사를 며칠 앞두고 반인권적인 민원을 이유로 작품 상영을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수 년 간 영화제를 주관했는데 이같은 검열 사태는 최초”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 30일 주최 측에  감독과의 대화 방식으로 상영하는 <딸에 대하여> 작품 상영 중지를 요청했다. 성소수자인 퀴어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양성평등주간 영화제 행사에 맞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해당 영화는 지난해부터 국내 유수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배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시간제 강사, 무연고 노인 등 노년, 중년, 청년 세대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며 호평을 받았다. 원작은 제36회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다. 

박 대표는 “내부 논의를 통해 사업비를 반환하기로 결정했고, 시민 모금을 통해 이틀 간 행사 개최에 필요한 사업비를 모두 마련했다”며 “함께 결집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지역 여성계는 이번 사태를 반인권·검열행정으로 규정했다. 특히 민선8기 대전시가 여성과 성평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노출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말로만 여성친화도시라고 하면서 실제 여성과 성평등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보여준 사례”라며 “얼마전 0시 축제에서도 성추행 가해자로 피소된 대전시의원을 내빈으로 소개할 정도의 인식 수준을 드러냈는데, 이와 무관하지 않은 행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인천시도 여성영화제 퀴어 영화 상영을 배제했으나,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차별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정책을 시행하는 주체인 행정이 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반복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시 행정에 반인권적인 일부 집단의 목소리가 끼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점도 우려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시 정책 결정에 혐오세력의 목소리가 끼어든다면 이 또한 심각한 일”이라며 “하지만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결집한 전국의 시민사회, 활동가, 분노한 시민의 연대도 동시에 커진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여성영화제는 오는 5일 개막한다. 장소는 씨네인디U, 개막작은 <콜제인>이다. <딸에 대하여> 상영 일자는 오는 6일 오후 5시다. 상영 후에는 이미랑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홍보물 QR코드를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