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비판 성명
"혐오·차별 조장, 창작자 위축 행정" 지적
국내 영화계가 대전여성영화제 검열 논란에 대해 "시민의 정당한 문화 접근권을 빼앗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이라며 비판했다.
국내 영화 관련 단체 17곳이 소속된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대전시는 여성영화제 상영작 검열, 상영 중지 요구를 철회하라”며 “시민과 창작자를 위축시키는 차별 행정과 인권침해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달 30일 공문을 통해 대전여성영화제 주최 측인 대전여성단체연합에 <딸에 대하여> 영화 상영을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성소수자 소재가 등장한다는 이유로 일부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다.
여성단체연합은 이같은 요구를 ‘검열·차별·반인권 행정’으로 판단하고, 시 보조금을 전액 반환한 뒤 시민 모금을 통해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영화인연대는 “대전시 시민헌장은 ‘따뜻한 인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창의, 화합, 개척정신을 실천하여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영화 상영 중지를 통보한 것은 시민의 정당한 문화 접근권과 민간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건설적인 논의의 장을 열고자 하는 시민 다수의 의욕을 꺾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러 곳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는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시의 태도는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묵인한 것뿐만 아니라 이를 방패 삼아 혐오를 조장하고 확산하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지자체 보조금 사업 취지를 위반하는 차별 행정으로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인연대는 “시가 상영 중지를 통보한 영화는 요양보호사와 대학 강사 등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서로 다른 세대의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노동, 주거, 가족, 노화,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다”며 “국내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지난 2017년 출간 후 큰 반향을 일으키고, 해외에도 번역 출간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퀴어 소재 영화 상영 제외를 요구했던 인천시 사례도 예로 들었다.
영화인연대는 “대전시는 지난해 인천여성영화제 상영작 리스트 사전 제출을 요구하며 ‘퀴어 등 의견이 분분한 소재 제외’를 지시했던 인천시의 행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근래 거듭된 시 차원의 영화제 검열·압박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창작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대전시를 향해 ▲시민에 대한 공익적 의무를 다하고 부당한 간섭을 중단할 것 ▲시민과 활동가, 창작자를 옭아매는 상영 중지 결정을 철회하고 본래 취지에 맞게 사업을 정상 운영할 것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문화적 차별을 허물기 위해 노력할 것 ▲현 사태에 모든 책임을 인정·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소속 단체는 부산영화인연대,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전국독립영화전용관네트워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지역영화네트워크, 커뮤니티시네마네트워크 사회적협동조합,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이사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대전독립영화협회 등 17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