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erview] ‘3선 고지’ 오른 民 유성갑 당선자
[영상 함께보기] SCV프로덕션 스튜디오 인터뷰
<디트뉴스24>가 인물탐구 코너 ‘디터뷰(D-terview)’를 통해 다양한 인물을 만난다. 이번 손님은 22대 총선 충청권 당선자들이다. 그들의 인생 궤적을 반추하고, 가볍게 농담하면서, 날 선 질문까지 던지는 이유는 정치의 외연인 ‘투쟁’보다 본질인 ‘사람’을 바라보자는 취지다. 인터뷰는 작은 기사와 큰 기사, 짧은 영상과 긴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편집자>
3선 중진, 무게감보다 책임감 앞선다
대전 민주당 석권, 지금 위기인 이유
협치는 당연...정보 독식부터 해결하자
R&D예산↓, 과학계 만만하게 본 것
과방위원장 후 원내대표 도전 이유?
- 3선에 성공했다. 중진의 무게감 같은 것이 느껴질텐데.
국회의원 초선의 경우 국회에 가면 길도 잘 모른다고 한다. 재선쯤 되면 그래도 길은 안다. 3선은 자기 방이 생긴다고 말한다. 무슨 이야기냐. 상임위원장을 보통 3선 이상이 하게 되니까 본청에 자기 방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제 그렇게 중진으로 분류되는 만큼 어쨌든 책임감이 커진다는 거겠죠. 그래서 무게감보다는 책임감이 더 큰 것 같다.
- 정치인 소개 글에 재밌는 표현이 하나 있다. “측근인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의 대전시장 출마를 지지하며 인수위원장을 맡았다”는 표현인데, 허태정의 측근 조승래냐? 조승래의 측근 허태정이냐?
서로 가까운 사이니까 서로의 측근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2018년에 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이 치열했다. 허태정, 이상민, 박영순 이렇게 세 명이 경선을 했다. 이후 허태정 후보가 선거전을 통해서 당선이 됐고 제가 인수위원장을 맡았다.
- 이제까지 허태정의 측근 조승래였는데, 이번에 3선 당선되면서 조승래의 측근 허태정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웃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선후배 관계가 있고, 허태정 시장은 바로 직속 선배 아니겠나. 한 학년 위 선배고 나이 차이는 3살이나 난다.
“대전 민주당 석권, 사실은 위기다”
-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22대 총선 이야기를 하자. 민주당이 대전에서 7석 전석 석권을 연이어 이뤄냈다. 스왓(SWOT) 분석을 해보면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 이런 요인들이 다 있을 것 같다.
선거라는 게 구도와 인물, 이슈가 작용한다고 하지 않나. 구도는 정권 심판이었고, 물가와 민생,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 등 이슈도 야당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여기에 인물도 잘 짜였다고 생각한다. 박병석 의장님은 불출마한 것이고, 결국 이상민 의원 거취 문제가 중요했다. 이 의원이 탈당하면서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된 것이다.
- 스왓분석 이야기를 꺼낸 것은 위기요인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하고 싶어서 였다.
당연하다. 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피크일 때 가장 위기인 거다. 성경에 “선줄로 생각하는 자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구절이 있다. 어떤 성취를 만들고 어떤 성공을 이루었을 때 그때가 가장 큰 고비이고 위기라는 것을 단적으로 얘기하는 거다. 항상 시민 주권자와 소통하면서 겸손하게 의정 활동을 임하고, 성과와 실적을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의정활동 성과를 드러내는 여러 지표가 있다. 성적관리를 잘 하신 것 같다. 비결이 있나?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평가받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을텐데, 제가 뭐 엄청나게 학벌이 좋고 엄청난 경쟁력이 있고 그렇지가 못하다. 부족한 사람이 뭘 잘할 수 있겠나, 그래서 잘할 수 있는 게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성실하게 하자는 거였다.
회의를 빠지지 말자, 집에서 출퇴근하자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웠고, 원칙대로 노력했다. 또 하나는 의정활동 성과를 내기 위해 보좌진과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성과를 내기 위해 닦달해 본 적이 없다. 보좌진을 닦달해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신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에 보고나 협의 없는 대전시”
- 이제 지역 현안이야기를 좀 해보자. 얼마 전 이장우 대전시장과 조찬모임도 가지고 협치방안을 논의했는데, 그 방식에 있어서 이견이 좀 있는 것 같다.
이 시장이 협치에 대해 공감은 했다. 다만 개별적이고 사안에 따른 협의를 선호하는 것은 아무래도 7명 국회의원 소속이 전부 민주당이니까 갖는 부담감이 아닐까 싶다. 민주당 국회의원하고 국민의힘 소속 대전시장이 만나자는 게 아니라, 시장과 국회의원이 만나자는 거다.
발상을 바꿨으면 좋겠다. 대전발전을 위한 공통의 관심사와 과제를 가지고 힘을 모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잘하기 경쟁하는 게 낫지 않겠나. 그런데 왜 못하기 경쟁을 해야하는 건가. 그 말씀을 계속 드렸던 건데, 그런 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있다.
- 어찌 됐든, 계속 협치의 방안에 대해 제안하고 노력해야하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그래서 우선 요청하고 싶은 것은 원활한 정보교류다. 어떤 이슈의 경우에는 국회의원이 훨씬 더 정보를 많이 갖고 있을 때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시가 더 많이 갖고 있을 때가 있다. 서로 막힘 없이 정보 수준을 비슷하게 만들어야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정보를 나만 가지고 있겠다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예를 들면 지역구로 얘기하면 교촌동 국가산업단지라든지 호남고속도로 지하화 문제라든지 그런 문제에 대해 대전시에서 한 번도 나를 찾아와 상의한 적이 없다.
- 시장이 실무 국장이라도 보내서 보고하게 하고, 상의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 아닌가?
없었다. 오히려 내가 LH 본부장이나 이런 분들에게 설명을 좀 해달라 요청해 설명을 받은 적은 있다. 그런데 그분들도 설명하면서 대전시하고 협의 때문에 그런다면서 자료를 회수해가고 그러더라. 보안상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겠지만, 시장과 국장 등은 알고 국회의원은 몰라야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
“R&D 예산삭감, 그냥 만만하게 본 것”
- 21대 국회에서 과방위 민주당 간사로 활동했다. 윤석열 정부가 급박하게 R&D 예산을 삭감했다는 정도만 알려졌는데, 더 구체적인 이유나 내막에 대해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나?
실제로 정부 예산을 짜다 보니까 예산이 부족했을 것이다. 돈이 부족하니 어디선가 크게 덜어내서 써야겠는데, R&D 예산을 만만하게 본 것이다. 그러니 무슨 특별한 논리나 이유가 없는 거다. 대통령실이나 과기부, 기재부에 도대체 삭감의 원칙과 기준이 뭐냐고 계속 물어봤다. 답이 없다가 나중에 가서야 무슨 카르텔이니, 비효율 중복이니 그러는데, 그것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속 개선해 갔던 과정이었기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예산 삭감의 파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전혀 고민이 없었던 거다. 연구 현장의 젊은 연구자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고민이 없었다. 분석이 없는 상태에서 기재부가 필요한 돈만큼 잘라낸 것이다. 칼질을 한 그런 거다. 그러니 무슨 내막이 있고 비사가 있겠나.
- 과방위와 관련된 언론 문제도 질문하겠다. 인터넷언론은 여러모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포털의 종속문제도 그렇고, 방송법이나 신문법이 담고 있는 소유와 경영, 편집권 분리 원칙도 지켜지지 않는다.
신문법이나 방송법 말고 예를 들면 통합된 언론법 같은 것을 통해 공통의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규모의 문제가 있다. 일단 규모가 작은 인터넷언론의 경우, 협회 같은 곳에서 자율규제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원내대표, 도전해야 할 이유 있다”
- 과방위원장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그런데 1순위 희망상임위로 과방위를 선택하지 않았다. 어떤 이유가 있나?
같은 지역 황정아 당선자가 과방위를 1순위로 신청했다. 당신이 연구자 출신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유성지역 2명의 의원이 모두 과방위원일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위원장은 조금 다르다. 그래서 황정아 당선자를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나는 희망상임위를 정무위, 국토위 그렇게 써낸 것이다.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다. 3선 중진의 정치적 목표 또는 정치적 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계획이나 포부가 있을 것 같다.
3년 차에 원내대표직에 도전할 생각이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16년 우상호 원내대표 이후 10명이 모두 수도권 출신이었다. 민주당은 더 이상 호남 정당이 아니다. 수도권 정당이다. 문제는 수도권 의원들이 ‘광역 급행철도’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한다는 거다. 수도권 집중을 더 가속화시키는 정책을 민주당도 하고 있는 거다.
비수도권 지역의 정치적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통로가 없다. 호남이나 영남은 물론이고 충청에서도 3선 어기구, 강훈식 의원 등이 원내대표 도전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준비를 좀 해서 3년차에 도전할 생각이다. 국가와 지역을 위해서 큰 일을 하기 위해서 우선 민주당의 중심적인 역할을 준비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