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후진국형 '감전 사고'부터 '블랙아이스 연쇄 추돌'로 사상자 양산
국제안전도시 재인증 후 2개월만...안전 불감증 지적,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
매년 '전기안전 점검' 유명무실, 신설 교량 내 '염수분사 장치' 2곳 불과
정밀진단부터 행복청·LH 등 관계기관 협업까지 즉시 대응 조치 절실

(왼쪽부터) 지난해 12월 24일 발생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에서 입욕객 3명 감전사한 사고 현장. 도로 살얼음 사고로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한 금빛노을교 사고 현장. 
(왼쪽부터) 지난해 12월 24일 발생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에서 입욕객 3명 감전사한 사고 현장. 도로 살얼음 사고로 연쇄추돌 사고가 발생한 금빛노을교 사고 현장. 

[세종=디트뉴스 정은진 기자] 특정한 병이 의심될 때에 여러 방법을 사용해 병의 상태를 파악하는 일을 '정밀진단'이라고 한다. 

'정밀진단'을 통해 고쳐야 할 부분은 고치고, 큰 병으로 커질 가능성은 바로잡아야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개개인을 넘어 하나의 조직·단체도 고질병을 바로잡기 위한 '정밀진단'이 필요하고, 막내 광역 '세종시'는 더더욱 이 같은 숙제에 직면하고 있다.

'목욕탕 감전 사망', '40중 연쇄 추돌' 등 한달새 후진형 대형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다. 세종시가 지난해 10월 국제안전도시 재공인을 받은 사실이 무색해질 정도다. 

국제안전도시는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의 ‘국제안전도시 공인센터’(ISCCC)가 인증하는데, 각종 안전 분야 기준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재공인을 받은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안타까운 일이 터지면서 지역 사회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발생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에서 입욕객 3명 감전사한 사건과 관련, 오늘 2차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디트뉴스24= 정은진 기자
지난해 12월 24일 발생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에서 입욕객 3명 감전사한 사건과 관련, 오늘 2차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디트뉴스24= 정은진 기자

'안전 적합 판정' 받은 조치원 목욕탕...감전 사고 참사, 왜?

후진국형 사고로 통하는 감전 사고가 도심 한복판 목욕탕에서, 그것도 가장 늦게 출범한 세종시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24일 조치원 소재 A목욕탕 감전 사고는 3명 사망이란 참사로 이어졌다.

현재 경찰과 소방 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세종시 등에 의한 협업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 규명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1984년부터 사용된 이 시설이 매년 전기 안전점검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왔다는 사실도 아니러니하다. '안전'에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인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정밀진단 등 총체적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는 여기서 출발한다. 

4일 새벽에 발생한 세종시 금빛노을교와 아람찬교의 다중추돌 사고로 경찰차마저 파손돼 있다. 세종시 출입기자단 제공
4일 새벽에 발생한 세종시 금빛노을교와 아람찬교의 다중추돌 사고로 경찰차마저 파손돼 있다. 세종시 출입기자단 제공

개통 일주일, 토목상까지 받은 '금빛노을교' 연쇄 추돌...'안전 불감증' 

감전 사망사고의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난 4일. 개통 후 일주일된 금빛노을교에선 연쇄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28일 5생활권 외곽순환도로와 함께 개통한 신설 교량임에도, 열선 장치나 염수 분사 장치 등 살얼음 예방 장치가 미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사고 발생지역인 금빛노을교와 아람찬교는 금강 위 교량으로, '도로 위 암살자'라 불리는 블랙아이스(살얼음) 위험을 예측케했다. 강변 교량은 상습 안개와 주변보다 낮은 기온이란 특수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염수분사 장치 등의 선제적 대응은 진정 불가능했던 것일까. 

취재 결과 세종시에 자동 염수분사 장치를 설치한 교량은 모두 18곳이었고, 읍면 16곳, 동지역 2곳으로 편중 현상을 드러냈다. 동지역에선 한누리대교와 주추지하차도 출구부로 조사됐다.

세종시는 지난 2012년 출범 당시 대전~세종 연결도로 상에서 블랙아이스로 수십중 추돌 사고와 출·퇴근 대란이란 예방주사를 맞은 바 있고, 지난 2019년 겨울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아이스 사고(7명 사망, 32명 부상)란 반면교사 사례도 지켜봤다.

안전 장비 설치에 미온적 대응 등 안전 불감증이란 지적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심지어 시는 겨울철 도로 결빙에 대비한 염수 분사 등 예방 장치 설치 예산(1억 3760만 원) 전액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순열 시의회 의장은 "(이번 사고는) 세종시를 포함한 관할 기관의 책임이 크다"고 질타하면서, 행복청과 LH 소관 사업이라곤 하나 시의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예산은 없는데다 관계기관 협업이란 행정절차로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사고 재발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무늬만 국제안전도시란 오명을 씻어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지금 즉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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