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도내 연안 수산물시장..대체로 한산
수산물 소비 심리 위축에 '불경기'까지..
엎친데 덮친격, 상인들 "점점 장사하기 힘들어져"

서천특화시장 안에 고객들이 붐비는 모습. 상인들은 고객들의 방문은 많지만 작년보다도 매출은 안 나온다고 말한다. 김다소미 기자.
서천특화시장 안에 고객들이 붐비는 모습. 상인들은 고객들의 방문은 많지만 작년보다도 매출은 안 나온다고 말한다. 김다소미 기자.

[내포=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엿새간의 추석연휴 첫날인 28일 점심시간, 서천특화시장 주차장은 방문객들의 차량으로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웠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나 손님들로 붐볐다.

서천특화시장은 ‘명절대목’이라는 특별 기간 외에도 평소 인근 전북 군산, 익산, 부여, 보령 등지에서 많은 방문객이 몰리는 곳이다.

싱싱한 활어와 꽃게 등이 주로 판매되는데 갓 잡아 올린 회를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방문한 서울 시민 김종희(여·38) 씨는 “부모님 댁에 가기 전 생선 몇 마리와 장을 좀 보러 왔다”며 “명절은 명절이다. 시장에 오니 추석 분위기가 난다”고 말했다.

기자가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을 인터뷰하는 동안 옆에서 대하를 파는 상인 한 분이 작게 말했다.

상인 최 씨가 파는 바지락. 그녀는 30여 년 간 생선장사를 해왔다. 생선 판 돈으로 자식들을 먹이고 키워냈다. 최 씨는 옆에서 박대를 파는 다른 상인이 일어날 시간도 없이 생선을 팔았던 지난해를 회상했다. 김다소미 기자.
상인 최 씨가 파는 바지락. 그녀는 30여 년 간 생선장사를 해왔다. 생선 판 돈으로 자식들을 먹이고 키워냈다. 최 씨는 옆에서 박대를 파는 다른 상인이 일어날 시간도 없이 생선을 팔았던 지난해를 회상했다. 김다소미 기자.

“파는 사람들은 작년보다도 안팔려서 걱정이유..사람이 지금보다는 더 와야 허는디..”라며 사뭇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최예분(여·70) 씨는 이곳에서 30여년 간 생선을 팔아 자식들을 키운 상인이다. ‘작년과 비교할 때 이번 추석 대목은 매출이 좀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부터 젓는다.

최 씨는 “작년에는 지금하고 비교하면 솔직한 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슈. 손님들이 물어보는 말도 잘 안들릴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단 말유..근디 지금은 한산허유”라고 했다.

바로 옆에서 박대를 파는 또 다른 상인을 가르키며 “이 할매가 작년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팔았슈. 지금은 여기저기 왔다갔다 혀도 될 만큼 안 바빠유”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특화시장 내 상인 몇몇은 ‘사람은 많이 와도 팔리지가 않는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판매 부진의 원인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때문이냐는 질문에는 “그런건 모르겠고 대체적으로 불경기에다가 회를 찾는 손님들도 갈수록 줄고 제수용품도 간소화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연휴 첫날 오후에 찾은 대천항 수산시장 모습. 명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다. 김다소미 기자.
연휴 첫날 오후에 찾은 대천항 수산시장 모습. 명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다. 김다소미 기자.

이어 이동한 보령 대천항 수산시장은 서천보다 더 한산한 분위기였다. 오후 1시 30분쯤 찾은 이곳은 ‘연휴’라는 말이 무색했다.

대게를 파는 상인 A 씨는 지나가던 기자를 붙잡고 ‘싸게 해 줄테니 대게 한 마리 사시라’며 “남는것도 없이 판다”고 했다.

A 씨는 “연휴 첫날이라 그래도 기대는 조금 했었다. 오전은 그렇다 치고 점심 직후부터 사람이 좀 몰릴 줄 알았는데 오전보다도 더 없는 것 같다”며 “한 오후 3시까지는 기다려봐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령 대천항시장에서 판매되는 광어와 대게들. 싱싱함을 자랑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수족관 안에서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다소미 기자. 
보령 대천항시장에서 판매되는 광어와 대게들. 싱싱함을 자랑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수족관 안에서 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다소미 기자. 

전반적으로 수산물 소비 심리 위축에 불경기가 더해지면서 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워 보였다. 명절 대목이라는 특수를 노렸지만 막상 연휴 첫날 ‘평소보다 못 하다’거나 ‘평소와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이 뒤섞였다.

광천역 바로 앞에 위치한 '광천전통시장' 현대식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도 명절 특수를 못 누리는 건 마찬가지 였다. 김다소미 기자. 
광천역 바로 앞에 위치한 '광천전통시장' 현대식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도 명절 특수를 못 누리는 건 마찬가지 였다. 김다소미 기자. 

‘토굴새우젓’으로 유명한 홍성 광천전통시장은 어떨까.

광천역 바로 앞에 위치한 이곳은 기차에서 오고 내리는 귀성객들이 한때 붐비다가도 이내 택시, 버스 등을 타고 자리를 뜨는 모습이 반복됐다.

광천역과 전통시장 입구는 걸어서 3분 남짓이다. 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전통시장 치곤 비교적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북적북적한 분위기는 없었다.

젓갈 장사만 20년차인 박진규(남·55) 씨는 오전에 5만 원어치 어리굴젓과 점심에 2만 원어치 새우젓을 팔았다고 한다.

광천시장에서 판매되는 멸치와 디포리. 한산한 시장 내 분위기에 상인들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김다소미 기자.
광천시장에서 판매되는 멸치와 디포리. 한산한 시장 내 분위기에 상인들은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김다소미 기자.

박 씨는 “갈수록 시장 장사가 힘에 부친다. 군에서 온누리 상품권이니, 소비촉진 캠페인이니 하긴 하는데 명절이라고 평소하고 다를 건 없었다”며 “내일은 차례 지내느라 장사를 안하는데 손주 줄 용돈은 벌어야하지 않겠나”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상인회 관계자는 “요즘같은 불경기에 안 어려운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명절이라고 여기저기서 고향 찾아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통시장을 많이 찾아 주길 바랄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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