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의 100대산 도전기] 한라산 백록담

한라산 성판악탐방로에 설치된 한라산 국립공원 안내도.
한라산 성판악탐방로에 설치된 한라산 국립공원 안내도.
성판악탐방안내소.
성판악탐방안내소.
속밭대피소.
속밭대피소.
진달래밭대피소.
진달래밭대피소.

소용돌이(필명)가 한라산에 등정한 것은 지난 5월 26일 금요일이다. 한라산 등정은 이미 한달전부터 계획했다. 비행기표 예매와 함께 한라산 탐방 예약이 필요했다.

한라산 탐방을 위해서는 2곳의 탐방로 중 한 곳을 선택해야만 했다. 정상인 백록담으로 가는 성판악코스와 관음사코스만 예약이 필요했다. 어리목과 영실, 돈내코, 어승생코스는 탐방 예약없이 이용이 가능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한라산 탐방 예약은 국립공원 한라산의 생태보호와 함께 많은 인원이 몰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화장실 이용 및 안전사고의 문제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으로 읽혀진다.

탐방예약은 하절기(5~8월)는 오전 5시부터 8시까지와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2번에 나눠 각 800명씩만 가능하다. 춘추절기(3~4월, 9~10월)와 동절기(1~2월, 11~12월)는 하절기보다 시간이 늦춰진다. 한라산은 등정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리다보니 성판악코스는 진달래밭통제소에서, 관음사코스는 삼각봉통제소에서 각각 낮 1시부터 입산을 통제한다. 해가 지기 전 등정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한라산 등정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참고할 사항들이 있었는데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모든 사항을 확인하고 숙지하면서 준비를 마쳤다. 탐방 예약 시간은 5월 26일 오전 8시부터다. 성판악코스 주차장이 협소한 관계로 오전 5시부터로 시간을 변경하려고 시도했지만, 이미 예약자들이 꽉 차 변경이 불가능했다.

전날 밤 마지막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한 뒤 26일 새벽 일찍 일어나 오전 6시 30분께 성판악코스로 이동했다. 성판악 주차장에 혹시나 자리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일찍부터 서두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7시쯤 도착한 성판악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많은 등산객들도 주차장이 만차라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실망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래서인지 주차를 대행해 주는 서비스를 안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용돌이는 성판악 주차장 대신 마련된 2곳(제주마방목지와 제주국제대)의 주차장 중 가까운 제주마방목지로 향했다. 제주마방목지에 주차한 뒤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성판악주차장까지 10분 여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소용돌이는 성판악 주차장에 마련된 쉼터에서 오전 8시까지 대기하며 숨을 골랐다. 오랜만에 오르는 한라산인 관계로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긴장도 됐다. 백록담은 어떤 모습일까. 다행히 내리던 비도 그쳐가고 있었다. 드디어 오전 8시, 탐방 예약과 동시에 발급받은 QR코드와 신분증을 관리사무실에 제시한 뒤 산행을 시작했다.

백록담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등산객들. 안개 때문에 제주도심이 보이지 않는다.
백록담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등산객들. 안개 때문에 제주도심이 보이지 않는다.
어렵사리 모습을 드러낸 백록담. 비가 많이 온 덕에 백록담에 물이 가득했다.
어렵사리 모습을 드러낸 백록담. 비가 많이 온 덕에 백록담에 물이 가득했다.
삼각봉 대피소.
삼각봉 대피소.
탐라계곡 대피소.
탐라계곡 대피소.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안내된 성판악 코스는 9.6KM를 걸어야 백록담에 오를 수 있다. 편도 약 4시 30분. 성판악관리사무실(해발 750M)에서 출발해 진달래밭 대피소까지는 그나마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백록담까지는 비교적 경사가 가파르다. 왕복으로 따지면 19.2KM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탐방로(난이도 - A: 어려움, B:보통, C:쉬움)는 탐방안내소~속밭(C)~사라악샘(B)~진달래밭 대피소(B)~백록담(A)으로 안내돼 있다.

간식과 먹을 물은 물론이고, 스틱과 무릎 보호대, 셀카봉, 휴대용 오디오 등 철저히 준비한 소용돌이는 음악과 라디오를 번갈아 들으며 힘차게 백록담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전에서 볼 수 없었던 희귀한 식물들이 반겼다. 100M마다 있는 표지석을 카메라에 담으며 산행을 시작한 뒤 50여분 만에 속밭대피소에 도착했고, 또 50분만에 진달래밭 대피소에 눈 앞에 나타났다.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오는 동안 많은 등산객들을 추월했음에도 대피소에는 그보다 더 많은 등산객들이 쉬고 있었다.

가족단위부터 커플, 회사 동료 등 다양한 등산객들 속에 외국인들도 많았다. 평소 빠른 산행을 하던 습관 때문인지 비교적 빨리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직 백록담까지는 힘든 여정이 남아 있어 쉼 없이 곧바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파른 오르막 덕분에 숨이 턱까지 차 올랐지만, 쉬었다 출발하면 더 힘들 것 같아 한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니 드디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백록담이 나왔다.

하산은 관음사지구쪽으로 내려왔다.
하산은 관음사지구쪽으로 내려왔다.
전체 등산은 18.61Km를 걸었다.
전체 등산은 18.61Km를 걸었다.
차량이 주차돼 있는 제주마방목지의 말들.
차량이 주차돼 있는 제주마방목지의 말들.
등정인정서.
등정인정서.

미리 도착한 등산객들은 백록담이라고 적혀 있는 정상석과 사진을 찍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수십분을 기다려야 함에도 등산객들은 등정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사진 찍는 순서를 기꺼이 기다렸다. 소용돌이는 오전 8시에 성판악 주차장에서 출발해 2시간 30분만인 10시 30분쯤 백록담에 도착했다. 하지만 굳은 날씨 탓에 백록담 부근은 안개로 가득했다. 주변 사진도 찍고 미리 챙겨온 간식을 먹고 있을 무렵 등산객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백록담을 가렸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서 백록담의 모습이 조금씩 보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가 많이 걷히자 그토록 기다리고 기대했던 백록담이 눈 앞에 나타났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백록담에는 물이 많았다. 주변인들의 얘기를 귀동냥하니 백록담이 거의 만수라고 한다. 운이 좋은 셈이다. 소용돌이는 백록담을 보며 간식을 먹고 숨을 고른 뒤 하산을 시작했다. 등산은 성판악으로 올라왔으니, 하산은 관음사코스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래전 등정했던 관음사코스는 성판악코스보다 다소 경사가 있어 어렵다고들 한다. 전체 거리는 8.7KM로 성판악보다 다소 짧지만 그만큼 경사가 있다. 하산길에 본 등산객들의 표정속에 얼마나 힘든지 여실히 확인시켜 줬다. 파이팅을 외치며 독려하며 하산을 시작해 삼각봉 대피소와 관음사지구 야영장을 거쳐 낮 1시 28분에 관음사코스 주차장에 도착했다. 전체 18.61KM. 4시간 56분만에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5시간 27분.

대전둘레산길을 걸으며 쌓은 체력도 테스트할 겸 도전한 한라산 등정은 기대했던 그 이상 대만족이었다. 하산 후 얻게 된 한라산 등정인정서는 덤. 다만 아쉬운 점은 하산하던 중 등산로에서 본 쓰레기(과자봉지)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공원 한라산에 등산객이 버리고 간 과자봉지 하나가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지만, 한라산 등정이라는 기쁨이 아픔을 가라앉혔다.

관음사 주차장에서 제주마방목지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하니, 제주마방목지에서 출발할 때는 없었던 말들이 한참을 뛰어 놀고 있었다. 너무도 기억에 남는 한라산 등반이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오겠다고 다짐했다.   

100m마다 설치된 표지석.
100m마다 설치된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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