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의 100대산 도전기] 대전둘레산길 8~9구간 완주기

소용돌이(필명)의 2023년 새해 목표 중 하나는 한 살이라도 더 나이 먹기 전에 버킷리스트인 대한민국 100대산 등반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앞으로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기약은 할 수 없지만 도전하는 데 의미를 두고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다. 시작할 때만 해도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이 또한 내 일이라는 생각으로.../편집자 주

8구간 시작점.
8구간 시작점.
8구간 시작과 함께 오르막이 시작된다.
8구간 시작과 함께 오르막이 시작된다.

소용돌이는 시골(충남 금산군 제원면) 출신인 덕에 어려서부터 산과 함께 생활하고 자랐다. 장난감이 부족했던 시절 산은 소용돌이의 놀이터였고 쉼터였으며 체육관이었다. 때론 삶을 지속하기 위한 땔감과 농사짓는 도구를 마련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소용돌이는 다양한 이유에서 아버지 또는 형들과 함께 산행을 했고 뼛속깊이 산을 가까이하는 계기가 됐다.

성인이 된 뒤에도 틈만 나면 산을 찾았다. 결혼을 하고 2세가 태어났을 때는 캐리어에 아이를 싣고 산을 올랐다. 그만큼 산이 좋았다. 소위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가장 적당한 장소여서일까. 각종 운동을 즐기며 체력 테스트를 겸해 찾았던 산. 이제는 본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을 찾기로 결심했다.

전국 100대산 등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소용돌이는 대전둘레산길 12구간을 완주하기로 마음먹었다. 100대산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속내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전둘레산길 12구간을 먼저 등반하기로 결심했다. 대전둘레산길 12구간을 걸으며 궁극의 목표인 전국 100대산도 함께 병행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대전둘레산길 12구간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12구간 마다 평균 10Km 이상 산행하며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모두 다닐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다. 

소용돌이는 한차례 도전에서 중도 포기했던 2구간을 하루에 완주해보기로 했다. 다른구간보다 비교적 짧은 것으로 알려진 대전둘레산길 8구간과 9구간을 하루에 완주하려는 계획이다.

안산산성단.
안산산성단.
8구간은 세종~유성 누리길과 겹치는 구간이 많다.
8구간은 세종~유성 누리길과 겹치는 구간이 많다.
유성구 지역내 대전둘레산길 구간도.
유성구 지역내 대전둘레산길 구간도.
여러가지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여러가지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은 5월 20일. 집에서 8구간 시작지점인 안산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적잖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서둘렀지만, 주말인 관계로 차가 밀려 다소 늦게 산행을 시작했다.

20일 오전 10시 30분,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소용돌이와 싸커대디는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작지점에 있는 효자문을 뒤로 하고 산행을 시작하자 마자 8구간 전체를 안내하는 표지판과 안산산성의 전설이 담긴 안내문이 우리를 반겼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오르막길이 시작됐는데 처음부터 꼬였다. 

오르막 초입을 조금 걷던 중 오른쪽으로 인도가 나 있었고 산악회에서 묶은 리본이 있어 8구간을 안내하는 것으로 착각한 소용돌이 일행은 한참을 올라가다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이후에 구간을 안내하는 리본이 없었던 것. 휴대폰 GPS를 확인해 본 결과 코스를 이탈한 것. 허탈한 마음에 다시 하산해 GPS를 확인한 뒤에야 제 코스를 찾았다. 대략 30분 이상 시간을 허비했다. 산행을 즐기는 등산 마니아들은 '알바'라고 부른다.

수시로 GPS를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느낀 소용돌이 일행은 길마재산을 지나 안산산성에 도착했다. 안산산성 앞에는 안산산성단과 안산산성의 유래가 적힌 비석이 있었다. 그 앞에는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우산봉에 오르니 주변의 풍경이 너무 훌륭했다.
우산봉에 오르니 주변의 풍경이 너무 훌륭했다.
함께 산행 중인 싸커대디(아들 3명이 모두 축구선수였음). 싸커대디는 항상 산행을 하면서 비닐봉지를 가져와 쓰레기를 수거한다. 본 받아야 할 일이다. 
함께 산행 중인 싸커대디(아들 3명이 모두 축구선수였음). 싸커대디는 항상 산행을 하면서 비닐봉지를 가져와 쓰레기를 수거한다. 본 받아야 할 일이다. 
산행 곳곳에 유성구에서 설치한 포토존이 눈에 띈다.
산행 곳곳에 유성구에서 설치한 포토존이 눈에 띈다.

임도로 꾸며진 등산로는 풀밭이었다. 풀 사이로 혹시나 있을 지 모르는 뱀 출현을 우려하며 경치가 아닌 땅을 보며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우산봉에 도착했다. 해달 573m라고 적힌 표지석을 뒤에는 사진 찍기 좋을 만한 풍경이 나왔다. 가볍게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갑하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돼 등산객들에게 사진 포인트를 알려줬다.

신선봉을 거쳐 갑하산까지 가는 주요 길목마다 '갑동이와 효자샘물', '갑하산과 거북바위', '요괴 소나무'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갑하산 정상에 있는 정자에서 간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9구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또 다시 이동했다. 이때부터 9구간으로 들어서기 까지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대전둘레산길 8구간에서 9구간의 이동은 생태통로로 수월하게 이뤄졌다. 정해진 8구간은 계룡휴게소까지 였지만, 소용돌이 일행은 8구간 하산 중 마주친 생태통로를 통해 9구간 시작 점인 계룡산 국립공원 초입으로 곧바로 이동했다. 

갑동이와 효자샘물 유래비.
갑동이와 효자샘물 유래비.
갑하산과 거북바위.
갑하산과 거북바위.
요괴소나무.
요괴소나무.
갑하산 정상.
갑하산 정상.
갑하산에서 하산하던 도중 만난 이정표. 둘레산길 8구간 오른쪽 방향은 있지만, 왼쪽 방향에 대한 안내는 없다.
갑하산에서 하산하던 도중 만난 이정표. 둘레산길 8구간 오른쪽 방향은 있지만, 왼쪽 방향에 대한 안내는 없다.

3시간 동안 산행으로 다소 지친 기색이 없진 않았지만, 계획대로 9구간 등반을 시작했다. 시작과 동시에 느낀 점은 국립공원이라서인지 무척 잘 정비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도덕봉에 오르는 구간 동안 헐떡고개를 또 한번 맛봤다.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숨은 찼지만 그대로 한걸음 한걸음 발을 옮기니 결국 도덕봉 정상에 섰다.

그리고 가리울골삼거리와 자티고개를 지나 금수봉까지 한걸음에 이동했다. 주변의 경관이 매우 좋았다. 유성을 비롯한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들도 자주 만났다. 전형적인 5월 청명한 날씨속에 가족단위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중간 중간 고라니를 마추지기도 했고, 뱀도 봤다. 산새들의 지저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여러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하고 수통골 주차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통골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자연을 즐기러 찾은 많은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소용돌이 일행은 대전둘레산길 10구간과 11구간을 계획하며 산행을 마쳤다. 전체 19~20Km, 순수 등반 시간만 6시간 가량, 간식 등 휴식시간까지 포함하면 6시간 30분 가량 소요된 이번 이번 산행은 대체로 기대 이상이었다.

9구간 초입에 설치된 계룡산국립공원 둘레길 안내도(왼쪽)와 9구간 안내도(오른쪽). 한눈에 봐도 큰 차이를 보인다.
9구간 초입에 설치된 계룡산국립공원 둘레길 안내도(왼쪽)와 9구간 안내도(오른쪽). 한눈에 봐도 큰 차이를 보인다.
9구간 시작점.
9구간 시작점.
9구간 중간에 설치돼 있는 표지판. 둘레산길 안내는 없다.
9구간 중간에 설치돼 있는 표지판. 둘레산길 안내는 없다.
도덕봉 정상.
도덕봉 정상.
가리울삼거리의 표지판. 여기도 둘레산길 안내가 보이지 않는다.
가리울삼거리의 표지판. 여기도 둘레산길 안내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진 않았다. 8구간은 대부분 세종~유성 누리길과 겹쳤다. 그래서인지 세종~유성 누리길을 알리는 표지석은 곳곳에 설치돼 있어 등산객들에게 불편없이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지만, 둘레산길을 알리는 표시는 부족했다. 물론 몇몇 이정표에는 대전둘레산길 8구간을 알리는 표시가 있었지만,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없었다. 

이정표는 곳곳에 설치돼 있었고 세종~유성 누리길 표지석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정작 둘레산길 8구간을 알리는 문구는 가뭄에 콩난듯 찾기가 어려웠다. 이로 인해 소용돌이 일행은 많은 불편함과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하산 중 만난 등산객의 도움을 받아 8구간 완주를 마쳤지만 못내 아쉬웠다.

9구간도 비슷했다. 국립공원 계룡산 속에 있는 구간이어서인지 계룡산을 알리는 것은 많았지만, 둘레산길 안내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나마 이정표에 있는 둘레산길 표시도 오래전 인쇄한 것인지 지워져서 글씨를 분간할 수 없었다. 

풍경은 너무 훌륭하고 좋았다. 노루 등 야생동물과 산새들의 음악회는 보너스였다. 정말 기대했던 산행이었다. 대전둘레산길 12구간은 국가숲길로 지정될 정도로 외형적으로는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자치단체의 세세함과 내실은 아쉽기만 했다. 

자키고개도 둘레산길 안내는 없었다.
자키고개도 둘레산길 안내는 없었다.
금수봉삼거리도 둘레산길 안내는 없었다.
금수봉삼거리도 둘레산길 안내는 없었다.
금수봉에서 하산하며 바라본 대전도심.
금수봉에서 하산하며 바라본 대전도심.
수통골 주차장.
수통골 주차장.
8구간과 9구간 완주 거리. 중간에 GPS를 끄지 않았다면 전체 산행에는 20KM가 넘었을 것이다.
8구간과 9구간 완주 거리. 중간에 GPS를 끄지 않았다면 전체 산행에는 20KM가 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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