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순방서 반대 측 주장에 일침과 항변
"불법성 전혀 없는 사업..군수직 걸고라도 건립할 것"
[부여= 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작은 사익에 눈이 멀어 공공의 이익을 뒤로 미루는 공동체가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박정현 부여군수가 지난 12일 장암면 읍·면 순방에서 ‘생활폐기물 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 반대’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을 향해 한 말이다.
앞서 군은 지난 2006년부터 장암면 북고리에 소각장 건립사업을 추진 중이다. 군은 지난 2008년 주민들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 2016년 국고보조사업으로 확정되면서 국비 139억 원을 확보, 2017년부터 실시설계 용역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 그 배경에는 장암면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업체 ‘전진산업(세명기업사)’ 때문. 이 업체는 지난 1998년부터 2018년까지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을 받아왔다.
인근 주민들이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십수 년이 흐른 상황.
지난해 12월 충남도 권역환경보건센터(순천향대 부속 천안병원)가 장암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영향조사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며 민심은 더 나빠졌다.
실제 주민 46명에게서 기준치보다 높은 비소가 검출됐고, 알루미늄 46명, 망간 22명, 구리 6명 등 중금속 성분도 나왔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대사체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대사체 등 환경호르몬 검사에서도 노출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이날 주민들이 박 군수와 대화 자리에서 “혐오시설 소각장 건립 반대”를 외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주민들은 “왜 장암에만 이런 혐오시설을 세우느냐”, “전진산업은 어떻게 책임 질거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박 군수는 “취임 직전인 2017년, 전진산업이 회장 사망으로 폐업하면서 인과관계를 밝히기에 한계가 있었다. 경찰과 검찰 수사도 미온적이라 부여군이 모든 사안을 뚫어야 했다”며 “어느 정도 규명은 됐지만, 회사가 책임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일부 주민 “왜 장암만 혐오시설로 피해보나”
박 군수 “들판서 태우는 쓰레기가 훨씬 나빠”
박 군수는 특히 “20년 전 전진산업이 들어올 땐 반대하지 않았다가, 첨단 기술로 유해 물질을 정화하는 소각장을 왜 반대하시냐”며 정면 반박했다.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박 군수는 “전진산업이 마을발전기금으로 많은 돈을 뿌렸다. 그땐 아무 생각 없이 받아 놓고, 지역에 꼭 필요한 소각장 사업을 반대한다면 저는 군수직을 걸어서라도 꼭 건립하겠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어 “소각장 문제는 전진산업과 성격이 다르다. 불법성이 조금도 없다. (취임 전부터) 이미 장소도 확정된 사안”이라며 “부여 어느 곳이든 소각장은 필요하다. 언제까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다른 지자체에 폐기물을 맡기며 살아야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각장 만드는 군수는 선거에서 떨어뜨리겠다’며 시간을 끌어 여기까지 왔다. 저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낙선하는 일이 있어도 부여의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소각장 건립을) 정책으로 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들판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게 소각장보다 훨씬 나쁘다. 부여군이 세우려는 소각장은 유해 물질을 완전히 차단한 안전한 시설”이라며 “장암면의 피해의식은 공감하지만, 10년 전 정해진 사안을 뒤엎을 순 없다. 제 얼굴에 침을 뱉어도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인기 높은 군수로 남고 싶지 않다”고 못 박았다.
“주민들께 정말 송구스럽지만, 꼭 필요한 정책에 발목 잡지 말아 달라”며 “우리는 20년 전 전진산업이 장암에 자리잡을 때 왜 눈감아 줬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펼치려는 제 진심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박 군수가 20여 분에 걸친 발언을 끝내자 주민들은 박수를 보냈고, 박 군수는 ‘(가칭)장암면 특단 발전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차질 없는 보상을 약속했다.
한편 군은 소각장 관련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 ▲장암면 주민지원 사업 ▲찾아가는 자원순환교육 ▲자원순환 리더양성 ▲자원재활용캠페인 및 교육 홍보 등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