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체육회, 영입 물밑작업 중...팀 창단 등 예산 문제 걸림돌

이장우 대전시장이 최근 체육 관련 부서에 영입을 지시한 우상혁(왼쪽)과 공희용(오른쪽). 이 선수들은 대전 출신이지만 타 지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최근 체육 관련 부서에 영입을 지시한 우상혁(왼쪽)과 공희용(오른쪽). 이 선수들은 대전 출신이지만 타 지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서천군청 및 공희용 선수 SNS에서 퍼옴

[지상현 기자]최근 이장우 대전시장이 우상혁과 공희용 등 대전 출신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스카웃을 지시하면서 대전시체육회 등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입을 해도 뛸 수 있는 팀이 없는 상황이어서 팀 창단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선결돼야 해 실제 영입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4일 대전시 및 체육회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 달 30일 진행된 대전체육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대전 엘리트 체육은 전국체전을 보면 10등 밖인데 대전 출신 선수들이 타 시도에서 메달을 따는 일이 없도록 영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전 출신 선수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구체적인 선수 이름을 거명했는데 1996년 동갑내기인 우상혁(26)과 공희용(26)이 대표적이다. 높이뛰기 국가대표인 우상혁은 대전 대덕구에서 태어나 중리초등학교와 송촌중학교, 충남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서천군청에 입단했으며,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생활을 하다 최근 전역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이름을 알린 뒤 2020 도쿄 올림픽에도 출전해 2.35m를 넘으며 한국신기록을 수립했지만 아쉽게 4위에 머무르며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거수경례를 하는 우상혁은 '할 수 있다'를 외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히면서 국민들의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올초부터 세계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휩쓸었고 지난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육상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이 선전하자 언론 등을 통해 대전 출신임이 알려지면서 대전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공희용도 비슷한 케이스다. 대전에서 태어나 자양초와 법동중학교, 대성여고를 졸업한 공희용은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로 활약하며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입상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여자복식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다.

단식보다는 주로 단체전과 복식에 출전한 공희용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여자 선수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톱클래스 실력을 선보이며 일약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 두 선수를 직접 거명하면서 "대전 출신 선수들이 대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데려와야 한다"면서 거듭 의지를 드러냈다.

이 시장의 지시에 따라 대전시와 대전시체육회는 곧바로 영입을 위한 물밑작업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한계에 부딪혔다. 바로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전에는 대전시와 시설공단 등에 육상팀이 있지만, 우상혁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은 부족하다. 또 일반부 배드민턴팀이 없어 공희용이 몸담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또 현재 소속된 실업팀이 있다는 점도 있다. 우상혁은 서천군청 소속이고, 공희용은 전북은행 배드민턴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돈(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우상혁과 공희용처럼 국가대표급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연봉과 훈련시설 등 적잖은 예산이 들어간다. 또 팀을 창단하고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예산이 필요하지만, 이미 2023년도 예산 편성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계획 수립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전시체육회 한 관계자는 "선수들을 영엽하기 위해서는 팀 창단이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하는데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며 "내년 말이나 내후년을 목표로 팀 창단 등 사전 준비단계를 거쳐 영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시 관계자도 "당장 영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업팀 창단 등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각 구청 등을 상대로 실업팀 창단을 유도하면서 계획적으로 가야 할 부분"이라고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이 시장은 "구청이나 공공기관에서 안되면 대전시가 창단해서 엘리트 체육을 부흥시키겠다"면서 "시민들이 대전체육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