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앙권력 구도 개편 맞춰 공천 물밑 작업·입지 확보 나서
[류재민 기자] 충청 정치권이 2년여 남은 제22대 총선 채비를 시작한 모양새다. 여야 모두 중앙권력 구도 개편에 맞춰 물밑에서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당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지역 원내·외 인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이유다.
먼저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출범을 위한 절차적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 오는 9일 전국위원회에서 당헌 개정안과 비대위원장 임명의 건을 의결하면 비대위 체제 전환 절차가 끝난다.
국힘, 비대위 전환 ‘초읽기’..다선·중진 행보 ‘주목’
원외 시당위원장·당협위원장 대시민 소통 ‘관건’
당내에서는 비대위 출범 이후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차기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충청권의 경우 당내 최다선인 정진석 국회 부의장(5선.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잠재적 당권 주자로 분류되고 있다.
정 부의장 외에도 충남은 4선 이명수(아산갑)·홍문표(홍성·예산) 의원과 성일종 정책위의장(서산·태안) 등 다선 중진들이 포진해 있어 충청권은 이들을 중심으로 차기 총선의 얼개가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총선 공천권을 얻으려는 잠재적 후보군 역시 이들과 보폭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국민의힘은 대전·세종 지역구 국회의원이 전무해 원외 시도당위원장과 지역 당협위원장이 얼마나 지역민과 소통하며 민심을 끌어안느냐가 주된 관건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으로 지역 정치 지형이 재편되면서 차기 총선 공천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앞두고 당권 주자에 ‘줄대기’
전현직 인사 등 잠재적 후보군 행보 분주
민주당은 오는 28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충청권에서는 강훈식 의원(재선. 충남 아산을)이 당대표 후보로 나섰다. 강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선전한다면 ‘새로운 미래’로 떠오르며 차기 총선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에서는 장철민(대전 동구)·이정문(충남 천안병)·어기구(충남 당진시) 등 초재선 의원들이 힘을 보태고 있다. 차기 총선 출마가 예상되고 있는 양승조 전 충남지사도 지난 5일 충남 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강 의원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민주당의 가장 큰 무기인 도덕성을 가지고 책임지는 정당이 되기 위해 강훈식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양 전 지사는 이날 6.1지방선거 낙선 이후 첫 공식 정치 일정에 나섰다.
유력 당권 후보인 이재명 의원(인천 계양을)을 지지하는 지역 인사들 역시 전당대회 승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활약상에 따라 차기 총선 공천권 여부가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대전에서는 지난 5일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황운하 의원(중구)을 비롯해 황인호 전 동구청장, 박용갑 전 중구청장, 장종태 전 서구청장,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 권중순·정기현·김동섭·오광영·조성칠·홍종원·채계순 전 시의원 등이 함께했다,
이어진 세종 방문에는 이해찬 전 대표를 필두로 홍성국(세종갑)·강준현(세종을) 의원과 이춘희 전 세종시장이 참석했다.
충남에서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 시절부터 이 의원을 도왔던 문진석 의원(초선. 천안갑)을 비롯해 황명선 전 논산시장, 장기수 전 충남선대위 상황실장 등이 친명계 인사로 차기 총선을 준비 중이다. 당 안팎에서는 오는 14일 충청권 정기 개편대회와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지역 당협(지역)위원장은 물론, 민선 8기 광역·기초 지자체에서 발탁된 정무직 인사들과 지역 출신 고위공직자,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총선 대진표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행정학과)는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 후보군이 자치단체장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인재풀이 좁아졌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며 “여야 모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데 과거 인물들이 도로 나온다면 지역에 변화는 없고, 똑같은 얘기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