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시장이 유치했지만, 지방선거로 주인공 교체
UCLG ‘주요 의제’는 환경·인권·평등·시민민주주의
주최 도시 ‘대전의 딜레마’...우려스런 ‘시장의 철학’

지난 5월 공약 발표를 하고 있는 후보시절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 자료사진.
지난 5월 공약 발표를 하고 있는 후보시절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 자료사진.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당선 이후까지 환경이나 노동, 인권, 성평등, 평화 등 글로벌 의제에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어, 오는 10월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개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2019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UCLG 총회에 참석해 차기 대회인 2022년 총회를 대전에 유치한 바 있다. UCLG 세계총회는 전 세계 140여 개 국 1000여 도시와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NGO)에서 5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대전시가 “93’대전엑스포 이후 최대규모 국제대회 유치”라고 자평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주최 도시 시장이 바뀌면서 대회 규모와 성격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공을 들여온 북한 조선도시연맹 초청과 같은 남북교류 시도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북관계 자체가 급속히 냉각된 데다, 강성보수 이미지가 강한 이장우 당선인이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교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뿐만 아니다. UCLG가 주로 다뤄왔던 글로벌 의제는 기후위기 대응을 포함한 환경, 불평등 해소 등 인권, 지속가능한 도시, 노동, 성평등, 세계평화 등의 주제다. 지난 2019년 총회에서도 시민민주주의 보호와 육성, 빈곤 종식과 불평등 해결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특권층만이 아닌 지역사회를 위한 4차산업혁명 등의 내용도 ‘선언문’에 담겼다. 

문제는 이장우 당선인이 이런 ‘글로벌 의제’에 무관심하거나 정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사례가 보문산 관광개발 사업이다. 이장우 당선인은 “시민단체가 대전시민 전체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환경단체와 각을 세운 뒤, 보문산에 케이블카 설치 등 종합개발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탄소저감과 기후위기 대응 등 녹색·환경 의제는 세계인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의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는 세계인은 남북평화에 대한 한국의 실질적 노력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UCLG사무국 에밀리아 사무총장이 허태정 시장과 판문점을 방문해 남북평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얼어붙어 북한의 핵실험 재개와 같은 긴장이 고조되고, 주최 도시 시장의 개발 일변도 정책에 환경단체가 반발하는 가운데 UCLG 세계총회가 대전에서 열리는 것은 상상만 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공적 영역으로 인정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무관하게 “시민단체가 시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말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시장이 세계인의 잔치에서 떳떳하게 ‘대전 선언’ 등의 연설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이장우 당선인이 시민들에게도 생소한 UCLG 총회를 잘 치러낼 수 있느냐의 문제는 부차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도시를 대표하고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의 ‘철학’이다. 

왜 세계는 당장의 이익을 보장하는 개발보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환경·녹색 의제를 우선하는지, NGO를 포함한 시민민주주의의 확장을 갈구하는지, 그런 가치의 공유를 위해 인종과 언어가 다른 세계의 도시 시장들이 모여 ‘공동선언문’을 만드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시장’은 축제의 주최자가 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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