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강세 지역 고전 예상 뒤집고 재선 성공
지역 민심 ‘보수·진보’ 아닌 ‘일꾼’ 선택

부여군 역사상 첫 진보정당 재선 군수에 이름을 올린 박정현 당선인. 사진: 업무에 복귀한 박 군수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부여군 제공. 
부여군 역사상 첫 진보정당 재선 군수에 이름을 올린 박정현 당선인. 사진: 업무에 복귀한 박 군수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는 모습. 부여군 제공. 

[부여=안성원 기자]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첫 '재선 군수'로 이름을 올렸다. 부여군은 전통적인 보수지역으로 민주당 열세로 분류됐지만, 지역 민심은 '일꾼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부여군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7.69%(2만5136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38.58%, 1만6813표)를 압도했다. 

2년 전 총선에서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참패한 상황에서 정진석 의원(국민의힘, 공주·부여·청양)에게 몰표를 줬다.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정 의원의 지역구인데다, 이번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국민의힘 바람까지 불면서 박 군수의 고전이 예상됐던 이유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박 군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62.02%(2만1926표)를 얻어, 37.97%(1만3424표)를 받은 홍표근 국민의힘 후보를 24.05%p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두 후보 득표율 격차는 충남 기초단체장 중 가장 컸다. 

박 군수는 민주당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53.80%) 보다 10%p 가까이 높은 지지를 받으며 부여 첫 민주당 재선 군수에 올랐다. 

박 군수는 지난 2일 당선증을 받은 자리에서 “지난 선거 때는 ‘파란 물결’의 도움을 받은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는 여당의 거센 바람을 뚫고 거머쥔 승리라 더욱 값지다”며 “보수 성지인 부여에서 보수·진보, 정당을 넘어 박정현을 지지해주신 군민들의 넓은 마음과 큰 뜻을 헤아려 부여를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불리한 정치지형 불구, 충남 최다 격차 승리
도의원, 군 의원 비례 1명씩 양분...군의회 국힘 다수당

지난 2일 부여군선관위 당선증 교부식에 참석한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부여지역 당선자들. 박정현 당선인 선거캠프 제공.
지난 2일 부여군선관위 당선증 교부식에 참석한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부여지역 당선자들. 박정현 당선인 선거캠프 제공.

부여군의 이번 선거는 ‘교차투표’가 높게 나타난 점이 눈에 띈다. 충남지사의 경우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가 1만9113표(55.7%)로, 양승조 민주당 후보(1만223표, 44.3%)를 앞섰다.

하지만 부여군수 선거는 오히려 3200여표(9.3%)가 국민의힘에서 돌아섰다. 부여군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정당이나 진영이 아닌 ‘인물’을 선택했다는 방증이다.

광역의원(충남도의원)과 기초의원(부여군의원) 선거도 표면적으로는 양 당이 양분하다시피 균형이 맞춰졌지만, 앞서 언급한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였다는 점에서 박정현 당선인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선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충남도의원은 현직 도의원의 승리로 돌아갔다. 제1선거구 김기서 민주당 후보와 제2선거구 조길연 후보는 각각 재선과 4선에 성공했다.

부여군의원은 △가선거구 ▲박상우(민·50) ▲민병희(민·52) ▲서정호(국·58) ▲박순화(국·60) △나선거구 ▲김기일(민·52) ▲김영춘(국·60) ▲장성용(국·65) △다선거구 ▲송복섭(민·64) ▲조재범(국·62) △비례대표 ▲윤선예(민·58) ▲장소미(국·50) 후보 등이 당선됐다. 

의석수는 비례대표도 양 당이 한 명씩 가져가며 정원 11명 중 국민의힘 6명, 민주당 5명으로,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민주당이 7석, 국민의힘 4석인 8대 의회의 구조가 역전됐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순화 의원만 재입성했고, 민주당은 송복섭 의원이 3선, 박상우·민병희 의원이 재선에 성공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정당'과 '보수·진보' 성향이 아닌, '인물'을 보고 선택한 경향이 높았다"며 "군수는 민주당이 지켰지만, 군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됐기 때문에 견제, 협치의 묘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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