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열네번째 이야기] ‘더 좋은 정부’를 얘기하려면

자료사진.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자료사진. 국민의힘 선대본부 제공.

며칠 전 초등학교 5학년 딸에게 생긴 일이다. 새학기 학급 회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다. 지난해는 1표 차이로 당선됐는데, 이번에는 1표 차이로 졌다고 한다.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 게 선거라고 위로했다. 딸은 다음번 전교 회장 도전을 마음먹었다. 공약을 더 다듬겠다고도 했다. 

학급 회장 선거도 1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게 민주주의다. 대통령 선거는 두말해야 무엇하랴. 제20대 대통령에 윤석열 후보가 선출됐다. 2위 이재명 후보와는 불과 0.72%p. 역대 대선 최소 득표율 차이다. 민주당의 잔치는 5년 만에 끝났다. 

이긴 쪽은 “고맙다”고 했고, 진 쪽은 “죄송하고, 부족했다”고 했다. 고마움은 잊지 말고, 죄송함은 성찰하고, 부족함은 채우면 될 일이다. 48% 국민이나 47% 국민이나 다 같은 ‘국민’이요, 가리킨 방향도 한 지점이었을 터. 

국민은 48-47=1이 아닌, ‘95’나 ‘2256’ 같은 덧셈이나 곱셈의 정치를 바란 게 아니었을까. 국민들은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아는 정직한 대통령과 정부를 기대했을 것이다. 

역대 최고 비호감 대선은 역설적으로 역대 최고의 관심 속에 끝났다. 한 표의 소중함과 민심의 무서움을 일깨운 선거였다. 진영과 성별, 계층을 갈라치고, 빼고, 나누는 정치를 당장 멈추라는 명령이기도 했다. 

<오징어게임> ‘깐부 할아버지’로 유명한 배우 오영수. 그는 지난 1월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가 한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우리 사회가 1등 아니면 안 될 것처럼 흘러갈 때가 있어요. 그런데 2등은, 1등에게 졌지만 3등에겐 이겼잖아요. 모두가 승자예요.”

그렇다. 이제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은 옛말이어야 한다. 2등도, 3등도 “모두가 승자”가 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는 힘써야 한다. 청년이든, 여성이든, 장애인이든, 노인이든, 지역이든 당당히 어깨 펴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야 정의와 공정, 평등을 논하며 연대하지 않을까. 

이번 한 번의 투표로 모든 것이 결판났다는 방심은 금물이다. 그 자체가 오만이고, 또 다른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저앉은 2등에게 손 내밀어 주는 것이 먼저다. 할 수 있다면, 천천히 일으켜 세워 ‘더 좋은 정부’를 이끌 궁리에 천착하시라. 

3년 차를 맞은 코로나19에 피해가 막심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실질적 손실보상을 실천하시라. 살 집이 있고, 일자리가 있어 먹고살 걱정이 없어야 ‘국민통합’이든 뭐든 할 겨를이 생기지 않겠나.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이렇게 강변했다.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 다스리는 정부가 아닌,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자유롭게 살도록 돕는 게 정부의 본래 역할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은 언제고 ‘불복종’할 테니. 권력을 행사함에 따르는 위험과 고통을 느끼기를 바란다. 동시에 기대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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