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내 ‘사진·동영상 촬영’ 무분별 진행과 묵인
민주당은 되고 정의당은 안되는 이중 잣대도 도마 위
정의당, 관계기관 진상 조사 의뢰... 시선관위 '사과' 입장, 후속 조치 약속
[이희택 기자] 사전투표 부실 관리 실태가 세종시의 '선거 관행'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금지된 투표소 내 ‘사진·동영상 촬영’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가 하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이중 잣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사전 투표기간 이 같은 안일한 모습이 지역 사회 투표소 곳곳에서 노출됐다.
세종시 선거관리위원회 지침 등에 따르면 투표소 내 출입은 선거인이나 투표 관리관 및 사무원, 참관인, 위원회 위원 등 관계자만 가능하고, 보도와 투표 독려 목적의 취재기자에 한해 예외적 출입 및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이 같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투표 독려와 보도’ 취지 이상을 넘어서는 촬영 관행이 반복됐다.
취재기자 명함만 보여주면 신분증 확인 없이 촬영이 허용되는 사례가 포착됐고, 신분 확인과 투표용지 배부 구역부터 기표소 뒤 선거인까지 나오는 공간까지 여과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졌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투표 과정에서 대부분 이 같은 행위가 되풀이됐다. 언론사 기자가 아닌 당원이나 사진 담당자들이 아무런 제지 없이 셔터를 눌렀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국회의원과 이춘희 시장, 최교진 교육감 부부 일행, 민주당 주요 당직자의 투표 사진들과 동영상이 그러했다.
모든 정당에게 이 같은 관행이 허용됐다면 모르겠으나, 정의당에겐 유독 다른 잣대가 적용됐다.
정의당 관계자는 “4일 오전 조치원읍 투표소에서 이혁재 위원장 부부 일행의 투표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불가 입장을 통보받았다”며 “사전에 언론 보도 목적으로 제공이란 설명을 했으나 그러했다”고 지적했다.
다음 날 지역 인사들의 SNS를 살펴본 뒤 당혹감은 더욱 커졌다. 민주당 등 다른 인사들의 사진은 기자가 아닌 담당자에 의해 고스란히 올려졌기 때문이다. 강준현 의원실은 심지어 투표소 내부 동영상까지 촬영, SNS와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누가 봐도 형평성 없는 조치에 정의당은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선관위 지도과에 조사를 의뢰하고 중앙선관위에 이의 신고를 하는가 하면, 세종경찰을 통해 직위 사칭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시 선관위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정의당에 사과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려한 의도가 아니었고 그동안 관행적 문제가 되풀이됐다는 해명도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과정에서 치밀한 관리를 하지 못했다. 원칙을 훼손하려는 의도는 단연코 없었다”며 “모든 정당에게 동일한 설명과 교육을 해왔으나 일부 인사들이 규정을 어겼다”고 밝혔다.
이에 SNS에 올라온 관련 사진과 영상 삭제 요청 등 후속 조치를 하기로 했다.
정의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소수 정당이라고 편파적 대응을 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아닌 것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아니어야 한다. 9일 본선거와 6월 1일 지선이 있으니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특히나 직책이 있는 인사들이 위법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투표 독려 취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시 선관위는 앞으로 선거 과정에서 언론인 신분 확인 등 투표소 내부 촬영 원칙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한편, 선거사무원 A 씨는 이날 보도 이후 본지를 통해 "실제 투표장 관리가 어수선한 측면이 많이 있었다. 메뉴얼도 제대로 없었고, 일부 인사들에 대한 제지·통제 등도 원활하지 않았다"는 상황을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