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탐사보도 이후 공직사회 '연루설'
군, 전문가 용역조사 착수

충남 부여군 장암면 장정마을에 위치한 전진산업 사업장 정문. 지난 2018년 5월 폐업한 상태다. 

충남 부여군 ‘장정마을’ 폐기물 처리업체 사태가 방송을 통해 전국 이슈화가 되면서 업체와 공직사회 유착관계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의혹이 불거진 전진산업은 지난 1998년 장암면 장정마을(장하리 704번지 일원)에서 사업장폐기물 및 건설폐기물을 처리해 왔다. 지난 2004년 12월 세명기업사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2018년 4월 사주 A씨가 사망하자 5월 4일자로 폐업한 상태다.

업체는 20년간 환경부 기준치 이하 수준을 지켜왔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사업장 침출수로 인한 하천오염과 악취로 고통을 호소해 왔다. 업체를 둘러싼 5개 마을에서는 주민 18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암에 걸려 사망했다. 과거에 없던 피부병이 돌고, 농작물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은 지난 7일방송에서 이 같은 상황을 다뤘다. 검은 침전물이 쌓여 악취가 진동하는 현장은 적나라하게 전파를 타고 세간에 알려졌다.

부여군은 “수질검사 결과 별 이상이 없다”거나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진상규명을 미뤄왔고, 업체는 다른 기관의 현장 확인을 물리적으로 거부했다. 

방송 이후 부여군청 홈페이지에는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방관한 공직사회와 업체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유착의혹’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한 상황. “이젠 놀랍지도 않다”는 탄식까지 나올 정도다. 

공직사회 유착의혹, 지역사회 ‘공공연한 비밀’ 
담당과장 사표 제출…전진산업 대표의 ‘두 얼굴’

전진산업 침출수로 시커멓게 오염된 장정마을 하천의 바닥 흙.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유튜브]

<디트뉴스>가 접한 일련의 정황들도 의혹의 가능성을 농후하게 만들고 있다. 전진산업에 대한 진상규명은 민선7기 박정현 군수의 후보시절 공약이었던 만큼, 당선 이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업무를 기피하는 등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진산업 영업 초기부터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B사무관은 박 군수가 환경과장으로 임명하자 사표를 내고 공직을 떠났다. 그는 전임 이용우 군수와 친구사이로 알려졌으며, 전진산업 조사를 촉구했던 군의원들과 늘 대척점에 서 있었다. 동료 공무원들은 그의 사직 이유를 특별히 궁금해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부여군의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환경직 공무원은 12명. 이중 팀장급 이상 경력자는 2명뿐. 업무 특성상 환경직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직렬 불보합 인사가 된다. 군수가 전진산업 조사에 압박을 가한다고 해도 업무를 담당할 사람은 2명뿐이라 ‘로테이션’ 인사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전진산업 사주 A씨의 대외활동도 상당한 방패가 됐다. A씨는 일정기간 동안 1억 원 이상 고액기부를 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부여지역 4번째로 가입했다. 또 3대에 걸쳐 4명을 가입시켜 도내 최초로 ‘기부명문가’에 이름을 올렸다. 사재 20억 원을 출연해 장학재단도 설립했고, 매년 명절마다 쌀 1300여포를 기부했다. 

업체 회장기 게이트볼대회도 매년 열었고 지역 종친회장을 맡으며 각종 기부활동에도 앞장서 왔다. 2017년에는 올해를 빛낸 충남인' 시상식에서 자랑스러운 충남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A씨의 대외 활동도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군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A씨의 영향력은 정·관계에 걸쳐 지대했다. 

전 군의원 C씨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자신에게도 금전이 전달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5~7대 의회에서 활동하며 전진산업의 불법경영과 유착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전 군의원 “실제로 금품 전달받은 적 있어”
박정현 부여군수 “끝까지 진상규명 하겠다”

'2017년 올해를 빛낸 충남인' 시상식에서 자랑스러운 충남인상을 수상한 전진산업 대표 A씨(오른쪽).

C씨는 “해당 지역구 의원에게 물었더니 ‘다 총 맞았다(뒷돈을 받았다는 의미)’고 하더라. 실제 보니까 심각했다. 의회가 특위를 구성해 방문하려 해도 고용된 조폭들이 막아섰다. 담당과장인 B사무관을 추궁하니 다음해 1월 전출갔다. 새로운 과장은 잘 모른다고만 하고, 이게 반복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또 “이 문제를 강하게 다루니 업체가 지인을 통해 돈을 건냈다. 돌려보낸 뒤 경찰 수사가 이뤄졌는데 심부름꾼만 구속시켰다”며 “군에 고발을 요구했더니 환경과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피했다. 공소시효가 남은 산림법으로 고발한 사법경찰은 모 의원이 나서서 변방으로 쫓아냈고 일부 언론은 ‘무리한 고발’이라며 업체 편을 들었다. 검찰로 넘어간 뒤에도 시간을 끌다 A씨가 사망하며 흐지부지됐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박정현 군수는 진상규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박 군수는 “건설계기물 처리장인데 시커먼 침출수가 나온다는 건 화학물질이 섞여 있는 산업폐기물을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 신고한 규모보다 많이 매립하고, 침출수방지 대책 등 규정을 어긴 부분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선되고 보니 전임 군수가 이미 폐업신고를 처리했다. 영업을 할 땐 관리감독이 가능하지만 폐업 뒤에는 법적으로 사유재산을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며 “지난해 법이 바뀌자 업체가 태도를 바꿨다. 군·주민·업체가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해 전문가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군수의 의지만으로 부족한 구조다 보니 많이 늦어졌지만 끝까지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담당공무원은 “결과적으로 조사가 늦어지다 보니 지탄(유착의혹 등) 받고 있지만,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한 것 같다”고 의혹에 선을 그으며 “1~2월 중 용역연구가 착수해 6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대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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