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전-세종 행정통합 넘어 광역단체간 적극적 협력 절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이 지난 19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새로운 국가균형발전은 '지방분권'을 바탕으로 지역의 '자생적 역량강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방향을 언급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국가균형발전 방안으로 '광역연합형 경제공동체'를 제시하고 대전-세종-충남-충북도 이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혀졌다.

이날 김부겸 후보가 제안한 지역 균형발전의 네 가지 원칙인 '지역주도형 모델' '초광역 모델' '자족형 지역발전 모델'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 보장은 대단히 적절하고 의미 있는 제안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실현방안으로 제시한 '초광역협력 3법'을 개정하겠다는 것도 이를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대적 상황이나 흐름이 이렇게 가야하고 또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우리 충청권은 이러한 흐름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느냐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대구-경북이나 광주-전남북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지난 30여년 동안 이러한 '지역주도형 모델'을 유지해왔다. 최근 들어 대구-경북에 더하여 부산-울산-경남까지 합세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새로운 추세라면 추세다.

이에 비하면 대전-세종-충남-충북은 이 흐름에 뒤져있다. 지방정부나 정당뿐만 아니라 지역 여론주도층 조차 이러한 흐름에 둔감하다. 한 달 전 쯤 허태정 시장의 대전-세종 행정통합론에 대해 '이해'보다는 정치적 '오해'로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충청권도 2015년 부터 대전-세종-충남-충북이 1년씩 돌아가며 '충청권행정협의회'를 운영해왔었다. 이 협의체를 통해서 충청권 광역철도, 국회분원과 청와대 제2집무실의 세종설치, 행정수도 개헌, 금강 재자연화를 위한 생태복원클러스터 조성, 202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충청권 공동유치,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이전 공동대응 등을 결의하고 추진해온바 있다.

'행정협의체'란 명칭이 법적 효력을 가지지 못한 것이 한계이기는 하나, 지방정부로서 협약이나 공동결의를 통해 나름대로 정책적 구속력을 가지는 활동을 해왔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하면서 대전-세종의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여보고자 했던 것이 허태정 시장의 대전-세종 행정통합 제안 배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자리가 대전판 뉴딜을 설명하는 자리였고, 또 제안이 대전-세종 행정통합으로 비쳐진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하더라도, 제안의 본질에 대한 지역의 공감대와 논의는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논의의 흐름에 일말의 두려움까지 갖게 된다. 이러한 두려움은 타 지역의 움직임을 보면 더욱 분명하고 크게 다가온다.

대구-경북의 경우 오랫동안 통합 논의를 전개해왔고, 지난 6월 21일 '2030년 대구 경북 통합을 목표로 지방분권형 국제자립도시'를 비전으로 하여 '대한민국 일등 분권자치 중심지', '월드 스마트 신산업중심지', '글로벌 국제교류 중심지'라는 세부 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1광역시 8개 구‧군과 1광역도 23개 시‧군을 대구경북특별자치도 32개 시‧군‧구'로 바꾸겠다는 통합구상을 제시했다. 대구출신 김부겸 전 의원의 주장은 이미 준비되어 있는 지역에서의 제안이라는 말이다.

또한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속적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실현'을 주장하면서 부산-울산-경남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이에 호응하여 지난달 6일 민주당 지도부는 부울경 지역을 수도권에 준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광역교통망 등 부울경 협력 사업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생활공동체를 만들자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칭찬과 공감을 표시했다는 기사를 읽을 수 있다.

결국 충청권만 준비도 제대로 안되었기에 이러한 흐름에 느리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염려와 두려움이다. 충청지역의 민주당 지도부나 단체장들이 똘똘 뭉쳐서 앞장선다고 해도 얘기한 것처럼 부울경이나 대구-경북 혹은 광주-전남북에 비해 준비가 뒤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김부겸 전 의원이 얘기한 네 가지 원칙에서 앞의 두 가지는 일반적 원칙으로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자족형 지역발전모델'이나 '내셔널 미니멈'에 대응해서 우리 지역의 준비가 시급하다. '대전-세종-충남-충북'의 자족형 지역발전모델의 내용이나 전략은 무엇인지 그리고 충청권의 입장에서 견지해야 할 '내셔널 미니멈'이 무엇인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막상 이러한 방향으로 국가정책이 흘러간다 해도 뒷북 대응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지역이 함께 나서서 준비해야 한다. 대전-세종-충남-충북이 광역연합형 경제공동체를 추구한다면 지역 내부에서의 경제순환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의 가치사슬에서 어떠한 역할을 추구할 것인지를 명확히 설정해봐야 한다. 나아가 에너지, 물, 공기 등 환경에 대한 공동대응은 물론이고 광역교통망과 위기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먹거리 순환, 교육과 복지를 기반으로 사람의 지역 내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

이러한 광역연합형 경제공동체를 추구할 때 자연스럽게 지자체간 협력해야하는 내용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행정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 특별자치도처럼 가칭 '대전-세종특별자치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광역대도시청' 방식이든 '광역행정조정위원회' 방식이든 행정통합을 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고 있다.

충청권 광역자치단체 간에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수단이라 할 수 있는 행정통합을 꼬투리로 오해를 확대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나 상황에 맞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충청권에서 힘을 모아서 '광역형 경제공동체를 향한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과제를 설정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시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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