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평창에서 치러졌던 겨울 스포츠 축제가 동계 패럴림픽대회 폐회식과 함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회 기간 세계주요국의 정상들 행보는 숨 가빴다. 참가국들은 올림픽을 통해 정치, 외교, 경제적 우위 확보는 물론 자국(自國)의 민심을 달랠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여러 회의에 각국 정상들은 많은 공을 들인다. 

이때 빠지지 않는 약방의 감초가 있다. 바로 ‘만찬주’이다. 소통의 창구로 이만한 먹거리가 없다. 만찬주는 언제 어디서든 국가 정상급 회의에서 빠질 수 없는 술이자, 서로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또한, 피로나 긴장감을 덜어주는 데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마음을 여는 감미로운 문화 상품이기도 하다. 감동과 여운을 지닌‘만찬주’는 초청된 인사들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공식 메뉴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각종 행사에서도 만찬주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막걸리 ‘오희’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문경 오미자 산(産)이다. 와인의 느낌과 함께 오미자의 아름다운 붉은 빛깔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붙잡았다고 한다.

전통주 ‘풍정사계 춘’은 트럼프 만찬주로 인기를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을 위해 청와대가 준비한 만찬주 ‘여포의 꿈’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충북 영동산 백포도주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 달콤한 풍미가 일품이라는 평가다. 

일단 만찬주나 건배주로 지정되면 이득이 많다. 매출향상은 당연하다. 기내(機內) 판매도 이루어진다. 세계 시장 진출 발판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높은 인기는 지역홍보에 일등공신이다. 만찬주는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된다. 술 품평회에서 최고급 술로 인정받는다. 

자연의 향을 담아낸 만찬주는 짧은 시간에 탄생한 술이 아니다. 오랜 전통성을 품고 있다. 술맛의 최고 경지는 사람의 힘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천기(天氣)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결코 탄생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짧게는 백일, 길게는 수년간 전통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은 기본이다. 기다림과 지극 정성의 결정체이자, 최고의 자연 걸작품인 셈이다. 우리 전통주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먹거리 산업이다. 한류 상품으로도 손색없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굵직굵직한 국제행사에서 만찬주나 건배주로 선정되었던 전통주의 종류는 넘쳐난다. 국화주, 두견주, 이강주, 동동주, 법주, 수라주, 문배주, 산삼주, 소곡주 등이 있다. 세계 선진국들도 그 나라의 특성에 맞는 전통주가 반드시 존재한다. 영국의 위스키, 프랑스의 포도주, 독일의 맥주, 멕시코의 테킬라, 일본의 사케 같은 종류의 술이다. 

외국산 술을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세계 선진국들이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우리 전통주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금은 거창한 이름만 남은 술도 많다. 외국산 술보다 수명도 길지 않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변화에 둔감하기 때문이다. 전통성은 소중하다. 그러나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전통은 생존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용납하지 않는다. 전통성도 소비자의 생각이 반영될 때, 전통의 매력은 되살아난다. 벤치마킹이 필요할 때는 과감해야 한다. 

최근, 외국산 술의 도전이 매섭다. 무한경쟁 시대에 예외 상품은 없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애국심에만 호소해서는 한계가 있다.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새 옷을 입어야 한다. 우리 술의 최종목표는 우리의 맛이어야 한다. 진화(進化)하지 않는 전통주는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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