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U1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윤상원 교수
윤상원 교수

칸트는 손을 ‘또 하나의 뇌’라고 했다. 손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눈이 아닌 손으로 글을 쓰면, 인간의 뇌와 마음은 파장을 일으킨다. 손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한 자 한 자 글 쓰는 동안은 두뇌 세포와 대화하는 과정이다. 글쓰기를 통한 뇌세포들과의 소통은 달콤하기만 하다.

인간이 손으로 하는 것에는 정성이 담긴다. 손으로 쓰지 않고, 눈으로만 읽어서는 제대로 된 결실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몸으로 익힌 것을 쉽게 기억한다. 몸이 아닌 눈이나 뇌로 익힌 것은 쉽게 망각한다. 눈보다는 손을 믿어야 하는 이유다. 이득도 크다.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히면 몇 년간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금세 자전거에 익숙하듯이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는 쓰면 쓸수록 몸에 체화(體化)된다. 자기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자양분(滋養分)을 공급한다. 손으로 익힌 지식은 지혜라는 화수분으로 보답한다.

주변에는 글쓰기 하나로 성공에 이른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겐 숨겨진 비책이 있다. 겉으로 보면 잘 모른다. 바로 꾸준함이다. 잘 쓰고 못 쓰고는 나중 문제다. 쉬지 않고 썼을 뿐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저서들을 살펴보면, 참 논리적이고 감동적이다. 과연 이들이 태어 날 때부터 선천적 재능이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멈추지 않고 글을 썼기에 가능했다. 대단한 비책이 ‘꾸준함’이라는 점에서 허탈하고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꾸준함이 만들어 낸 그들의 결실에 사람들은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 꾸준한 글쓰기는 결실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생각의 역사를 이끌어 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생각을 뛰어넘어 또 다른 영감을 만들어 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조했던 ‘초록(抄錄)’도 그 원리는 똑같다. 다산을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로 탄생시킨 원동력은 바로 초록이었다. ‘초록’은 거창한 내용이 아니다.

책이나 요즘같이 흔하고 흔한 신문 등의 매체에서 자기 관심 분야를 무작정 노트에 적어놓고, 정리 정돈하는 절차에 불과하다. 너무 쉬워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다산은 모인 정보들을 다시 융합의 과정을 거쳐, 모두 499권에 이르는 경집과 문집을 탄생시켰다. 실로 방대한 것이었다. 다산의 글쓰기 능력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 사이에 널리 회자하고 있다.

세상은 출판물로 넘쳐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걸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무작정 써보라. 그리고 계속해서 수집해보라. 그게 진정한 공부이자, 깨달음으로 가는 첩경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그 이상의 깊은 지식과 식견을 얻을 수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는 어제 읽고 쓴 내용에서 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 또 오늘 써본 신문기사로부터 번뜩이는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어제의 아이디어와 오늘의 영감을 통해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의 힌트를 얻을지도 모른다. 과거와 현재가 만난 접점은 창의성을 낳는 지식창고라 할 수 있다.

글쓰기는 역동적인 공부방법이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평생 도전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글쓰기의 깊은 맛을 느껴본 사람들은 그 경지를 안다. 뭐든지 쓰다 보면 그 내용이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또한 우리의 마음속 내면의 외침을 끄집어내는 도우미 역할을 자청(自請)한다. 점점 삶이 복잡해지고, 인간관계의 두려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에게 글쓰기는 강력한 치료제이기도 하다.

글 쓰는 행위는 자신의 영혼을 울리고,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와 같다. 결코 어려운 고행이 아니다. 이렇듯 남의 글이나 기사 또는 내 생각을 써보는 일은 인간만이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성스러운 행위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한다. 그저 읽기만 한다. 읽는 바보인 셈이다. 책을 읽으면 생각의 질(質)은 향상되겠지만, 손으로 글을 쓰지 않으면 남는 게 없다. 글쓰기는 무척 쉽다. 아주 쉬운 여정이다. 뭐든지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무작정 적으면 되기 때문이다.

한 글자를 적든, 한 문장을 적든, 내가 이해할 정도로 꾸준히 적으면 된다. 쓰고 또 써보면 손에서 얻어진 비수 같은 정보는 자신을 매력 덩어리로 둔갑 시킨다. 타인을 감동하게 할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제부터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조금씩 글을 써보자. 글쓰기는 무조건 남는다. 생각도, 기록물도 남는다. 글쓰기는 투자 대비 생산성이 가장 높은 작업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도 글쓰기의 숨겨진 매력 때문이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무엇인가 쓰는 것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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