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U1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윤상원 교수

아이디어 창출에는 어떤 원칙이 있을까. 믿음직한 매뉴얼이나 규칙이 있다면 세상 참 편하다. 필요할 때마다 매뉴얼대로 ‘아이디어 나와라. 뚝딱’하고 명령만 내리면 끝나기 때문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믿음직한 이론이 없으니 사람들은 늘 고민하고 아이디어에 목메는 것이다. 무작정 매달려도 해결책이 신통치 않다. 

아이디어는 아무나 얻을 수 없는 막연한 모습일까. 창의성 넘쳐나는 사람의 전유물인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별도로 존재하는 걸까?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고 마냥 주저앉을 수도 없는 지경 아닌가. 

문제는 방법이다.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의 특징을 살펴보면, 그들은 자기만의 원리를 갖고 있다. 거창한 모습이 전혀 아니다. 철저하게 무(無)에서 유(有)를 찾지 않는다. 한눈팔지 않고 유(有)에서 유(有)를 찾는다. 유(有)를 보고 유(有) 속에서 찾으니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 아이디어에 고객은 열광한다. 대박 원리는 간단하다. 

스티브 잡스는 기존 아이디어를 훔치는 일에 더 과감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이디어는 완전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일이 결코 아니라고 했다. 

혹자는 ‘아이디어는 세상에 없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 아이디어에 집착한다. 고민한다고 원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완전 착각이다.

아이디어 탄생 비밀은 특별하지 않다. 아이디어는 전혀 생뚱맞은 대상들이 모여 환상적인 결과물이 나온다. 상호 간에 결합하면서 생각의 스파크(Spark)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질적인 2가지 이상의 아이디어가 모이면 아이디어 탄생은 순식간이다. 쉽고 간단하다. 

미국의 혁신전도사로 불리는 스티브 존슨은 아이디어의 비결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류 역사의 아이디어는 천재의 머리에서 ‘툭’ 튀어나온 게 아니라, 흩어져 있는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평상시 주변으로부터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라. 그러면 원하는 아이디어나 노하우는 반드시 생긴다.” 평범한 내용 같지만, 스티브 존슨과 일맥상통한다. 

시나리오 작가인 윌슨 미즈너는 “한 사람의 작가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치면 표절이 되지만, 많은 저자에게서 아이디어를 훔치면 연구가 된다”라고 설파했다. 창의성 분야의 저명인사이자 기업의 혁신 책임자인 데이비드 코드 머레이의 《바로잉》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존 정보를 얼마나 잘 ‘빌려와 활용하느냐’로 결정된다고 했다.

구글, MS, IBM,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세계 최고가 된 비결이 ‘빌려오기(Borrowing)’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찰스 다윈, 아이작 뉴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려와 자신의 것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킨 위대한 모방꾼이라는 지적은 이 책의 남다른 시각이다.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이자 IT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사를 설립한 손정의 아이디어도 남 아이디어를 재배열하여 만든 것이다. 기존 아이디어가 적힌 카드를 활용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기법인 ‘제곱 병법’은 유명하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아이디어는 없다. 아이디어 창출의 핵심은 ‘결합’에 있다.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A Technique for Producing Ideas)》의 저자 제임스 웹 영은 아이디어 생산의 원칙이란, 기존 아이디어의 새로운 결합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영국 비평가이자 소설가인 아서 케스틀러는 이렇게 말했다. “창조 활동이란 이미 존재하는 사실과 아이디어 재능, 기술을 벗겨 보고, 골라 보고, 섞어 보고, 묶어 보고, 종합해 보는 일이다.”

아이디어 세계에서 결합의 힘은 막강하다. ‘다른 산의 못생긴 돌멩이라도 자기 옥을 가는 숫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무용지물처럼 보이는 대상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재탄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자기만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독불장군에 불과하다. 고객이 철저히 밀어낸다. 기존의 뭔가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질 좋은 아이디어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아이디어든 타인의 아이디어에서 재탄생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결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그건 신(神)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아이디어 탄생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항시 유(有)에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