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U1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윤상원 교수
윤상원 교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17일간의 열전이었다. 우리나라는 17개 메달로 종합 7위에 올랐다.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과거에 선전했던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종목에 국한되지 않았다. 남자스노보드, 남자매스스타트, 스켈레톤 남자 경기에서의 선전은 또 다른 기쁨을 선사했다. 
 
원래 우리나라는 올림픽 주최국으로서 ‘8484’가 최종 목표였다.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그리고 최종 순위를 4위로 잡았다.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4개 확보는 희망적이었다.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금밭’으로 통한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따낸 메달 수는 총 53개로, 이 중 42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한국은 22일을 ‘수퍼 골든 데이’로 잡았다. 결과는 '노골드'였다. 우리나라 선수가 순간 엉켜 넘어졌다. 관중은 비명을 쏟아냈다. 찰나에 승부는 끝나버렸다. 언론에서는 ‘하늘이 가로막은 금’, ‘쇼트트랙팀 코리아, 불운에 울었다’ ‘최선 다 한 남녀 쇼트트랙, 불운'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실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큰 어려움 없이 금메달을 예상했으나 불운에 울고 말았다. 
 
우리 선수만 불운한 게 아니다. 이번 동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불운했던 선수로 영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인 엘리스 크리스티를 뽑는다. 반면 행운의 팀도 있다. 쇼트트랙 3000m 네덜란드 여자 계주팀이다. 다른 나라가 실격 판정을 받으면서 동메달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에 올림픽에 출전했다가 얼떨결에 메달을 딴 운좋은 16살 선수도 있다. 
 
스포츠에서 가장 큰 변수는 ‘운’이다. 스포츠만이 아니다. 힘들게 번 돈으로 로또를 수십 년 동안 샀다면 그것은 철저한 노력이지만, 우연히 산 로또 한 장이 덜컥 일등에 당첨된 것은 완전한 운 작용이다. ‘운 좋은 놈이 장땡’이라는 말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치밀하게 준비해도 결국 운 좋은 사람 몫이란 뜻이다.

사업, 취직, 시험 등에서 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번 로또에서는 운이 좋아 대박 났어!” “이렇게 시험 운이 없으니 합격할 수 있나?”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창업 실패는 모두 운발 때문이야!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자주 접한다.

성공한 이들이나 그렇지 못한 이들이 운을 언급하는 것은 한결같다. 순간의 실수로 금메달을 놓친 선수라면 오죽하랴. 스포츠 선수들이 쏟는 열정과 노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래서 실패를 용납하려 들지 않는다. 선수들은 운에 울고 운에 웃는다. 천당과 지옥은 순식간이다. 
 
신비스러운 운의 국어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이미 정하여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天運)과 기수(氣數)’로 설명하고 있다. 사람의 의지와 능력에 상관없는 보이지 않는 영역임이 확실하다. 깨닫기 어려운 철학적 질문인지도 모른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성공 비결로 운을 꼽고, 실패의 원인으로 불운을 탓한다. 혹자는 운에 관하여 이렇게 표현한다. “노력 그 자체는 운이 작용력을 최소화하는 절차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은 운의 파급력을 줄여줄 뿐이다.” 혼신의 힘을 다하면 좋은 운을 끌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운은 하늘에 맡기고 그저 묵묵히 인간이 할 수 있는 부분만 열심히 하자는 취지가 강하다. 
 
옛사람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운의 힘을 신격화해 섬기면서 복을 빌었다. 선현들은 운의 개념을 자연의 조화로 여겼다. 날씨를 알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듯이, 운을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 
 
최근 현대판 운 관련 책이 출판되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가 쓴 '운을 읽는 변호사'이다. 50년간 의뢰인 1만 명의 삶을 관찰한 내용을 잔잔히 풀어내고 있다. 옛날 어르신 말씀과 아주 흡사하다. 운의 힘을 알고, 항시 경계하면서 살라는 가르침에 독자들은 공감한다. 운의 원리를 깨달아 행운이 지속되길 기원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누구나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을 잘 알고 있다. 노력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위로의 말로 많이 쓰인다. 글자 상으로는 운이 7할, 기량이 3할이라는 뜻이다. 실력도 운이 받쳐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력 있다고 세상 가볍게 보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서 겸손하게 살라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그 비결을 묻는 인터뷰를 종종 본다. “그저 운이 좋았을 따름입니다.” 십중팔구 이런 대답이 나온다. 그래야 겸손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 선수는 운과 실력의 조화를 아는 진정한 ‘고수’라는 사실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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