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구느님’은 고(故) 구본무 LG 회장을 지칭한다. LG 트윈스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풀어보면 ‘구본무+하느님’이란 뜻이다. 하느님은 신과 같은 존재이다. 오죽했으면 하느님으로 표현했을까.

고인은 일평생 사람에 집중했다. ‘민심 즉 천심(民心 卽 天心)’을 기업경영의 모토(Motto)로 삼았다. 편법·불법을 해야 1등을 할 수 있다면, 차라리 1등을 안 하겠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그래서 구느님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는지 모른다. 
 
고인은 정도경영을 온몸으로 실천한 최고의 파수꾼이자, 산증인이었다. 그를 따라다니는 추억담은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자신에겐 엄격했지만, 남에게는 한없이 관대했던 경영인’ ‘말단 직원에게도 존댓말 쓰는 회장님’ ‘사람을 함부로 자르면 안 된다’ …. 
 
구 회장은 24년간 LG그룹을 이끌었다.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숙식하며 혹독하게 경영을 배웠다. 1995년 회장 취임 후, LG를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재탄생 시켰다. 그는 초창기 매출액 30조 원을 160조 원으로 키워냈다. 엄청난 결실이다. 그의 도전정신과 정도경영이 만들어 낸 걸작품이었다. 
 
구 회장의 성공은 정도를 추구하는 경영이념에 잘 드러나 있다. 먼저, 계열사 최고경영자에게 경영 활동을 믿고 맡겼다. “사람을 한 번 믿었으면 일일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늘 강조해왔다. 또한, 어려울 때마다 사람을 함부로 내치지 않았다. 원래 기업문화는 냉정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은 성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좌천보다는 승진을 선택했다. 나뭇가지가 아닌 숲을 봤다. 긴 호흡으로 성과를 기다려줬다. 주변을 배려할 줄 아는 최고의‘덕장’이었다. 
 
특히, 그의 인재 사랑은 유별나다. 인재 애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유비가 삼고초려 하듯 최고경영자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국적이나 학력, 성별과 관계없이 필요한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직접 찾아가겠다.” 정도경영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평소에 겸손하고 소탈했다. 상대방이 누구든 항상 존댓말을 사용했다. 작은 약속도 허투루 보지 않았다. 남을 위한 작은 배려나 소소한 씀씀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지난 20일 경제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 애도의 물결이 넘쳐나고 있다. 나 때문에 번거로운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정도경영의 실체를 보여줬다. 
 
“LG는 공정·정직·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정도경영을 통해 철저히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은 물론 사원·협력업체·주주·사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다하는 참다운 세계기업이 되도록 하겠다.” 1995년 고인이 발표했던 회장 취임사다.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 사진이 눈부시다.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모습이다. 왜 ‘구느님’으로 불렸는지 알 듯하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