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초청 없이 공직자들과 향후 정책 논의
괄목할 만한 다수의 성과 속 차기 행보 '주목'

박정현 부여군수. 부여군 제공. 
박정현 부여군수. 부여군 제공. 

민선8기 취임 3주년을 맞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기자회견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이 같은 기자회견은 임기 반환점을 넘은 마지막 1년을 마무리하는 전환의 순간이다.

지난 3년의 성과를 대내외에 알리고, 남은 임기 동안의 핵심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정치적 동력을 재확보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행정의 연속성과 정당성 강조, 향후 과제에 대한 비전과 명분을 부여하는 상징적 이벤트로 활용되곤 한다.

하지만 박정현 부여군수는 모든 단체장이 선택한 기자회견 대신 소속 공무원들과의 ‘소통 워크숍’으로 외부 홍보보다 조직 내부와의 공감과 정비에 초점을 맞췄다. 남은 1년 동안 마무리해야 할 사업과 정책에 대해 차분히 내실화를 기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번 워크숍은 15일 별도의 언론인 초청 없이 부여문화원에서 열렸다.

박정현 부여군수가 15일 취임3주년 기자회견 대신 공직자들과 소통 워크숍을 열고 내실을 다졌다. 부여군 제공. 
박정현 부여군수가 15일 취임3주년 기자회견 대신 공직자들과 소통 워크숍을 열고 내실을 다졌다. 부여군 제공. 

SNS로 전한 조용한 성과 보고


박 군수는 워크숍에서 충청·중부권 최초 농민수당 지급과 전국 최초 순환형 지역화폐 굿뜨래페이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책 간 유기적 연결과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군수는 자신의 SNS에 ▲종합청렴도 3년 연속 1등급 달성 ▲기회발전특구 지정 ▲1인당 농업생산액 8600만 원 달성 ▲관광객 500만 명 유치 ▲공모사업 확보액 6천억 원 돌파 등 성과를 소개하며 “공무원들과 늘 해왔던 일이고 앞으로 해나갈 책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멘트를 남겼다.

군은 박 군수가 첫 취임한 민선7기 이후 ‘최초’와 ‘유일’의 타이틀을 다수 따낸 지자체다. 전국 단위로는 총 19개 사업을 최초로 추진하고 7개 사업을 유일하게 이행하고 있다. 도내 단위로는 각각 12개, 3개 사업이다.

충남 ‘최초’ 선도하며 전국 ‘유일’의 지자체로


특히 전국 최초의 ‘순환형 지역전자화폐’ 굿뜨래페이를 출시하며 지역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지역화폐가 정치 논리에 매몰돼 전국적으로 존폐기로 섰던 때에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완전 순환형’ 시스템 덕분에 자생 가능성을 입증하며 성공모델로 떠올랐다.

이외에도 ▲애국지사 마을 표지석 설치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콜센터 운영 ▲가구단위 LPG 소형저장탱크 보급 ▲밤수집기 도입 및 지원 ▲사적관리사 제도 도입 ▲임산물재배농가 생태임업 직불금 선제 도입 ▲문화재 활용기획사 양성 ▲탄소중립 제로에너지 마을 조성 추진 ▲야외 농업근로자 폭염쉼터 조성 사업 등은 전국 최초로 군이 선도했다.

역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아동·청소년 자립성장 지원사업 ▲바이오센터 조성 추진 사업이 있으며 지자체로서는 최초로 ▲K-부여굿뜨래 해외농업특화단지 조성 ▲ICT 스마트팜 통합관제실 구축 및 운영 ▲중장기 산림발전계획 수립 등을 진행했다.

충남에서도 역시 최초로 ‘수의계약 총량제’를 도입해 편중되고 불법적인 수의계약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타파했으며, 환경미환원 명칭을 ‘환경공무관’으로 변경하면서 기존 종사자들의 자긍심을 높였다.

특히 농민수당, 보편적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도내 최초로 지급했는데 현재 농민수당은 충남 곳곳에서 자리 잡은 정책이다. 코로나19로 모든 지자체 재정이 취약할 당시, 의회를 설득해 ‘기본사회’의 개념으로 국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업종 종사자들에게도 재난지원금을 모두 지급한 바 있다.

도내 유일하게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종합청렴도 1등급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4대보험료 지원과 전국에서 5개소를 선정하는 농업과학기술정보서비스 거점기관에도 이름을 올렸다.

소통 워크숍을 하고 있는 모습. 부여군 제공. 
소통 워크숍을 하고 있는 모습. 부여군 제공. 

‘인력 문제’ 고충 토로에 “연말까지 충원” 약속


부여군 공직자들은 워크숍에서 특히 ‘인력 문제’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공직자 휴직 요인이 늘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발생한 결원과 이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

이에 박 군수는 “올해 연말까지 충원을 마무리하겠다. 현장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와 별도로 최근 이뤄진 상반기 인사와 관련한 불만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드러냈다.

박 군수는 “모든 인사에는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뭐라고 평생 일해오신 공직자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겠나”라며 그만큼 인사에 신중을 기했다는 고심을 드러냈다.

그는 “모든 인사는 독단적으로 하지 않고 노조와 협의하에 진행되고 있다. 특정 직렬(시설직)과 여성 공직자 홀대, 편중 인사라는 불만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행정직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군은 그동안 공직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제기됐던 시설직 계열 인사에 대한 홀대론을 깨왔다. 시설직 출신 공직자가 국장으로 승진하고 읍면장으로 배치되는 등 구조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설직 출신의 국장, 읍면장 배치가 이뤄졌고, 여성 서기관·비서실장도 처음 배출됐다.

"조직 중심의 행보, 새 정치 모델"


성과를 과시하기보다 ‘과정의 신뢰’에 방점을 둔 이 같은 소통 행보는 지방행정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한다는 평가다.

권오철 중부대 교수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새로운 시도로 행정의 현실적 대안과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기획이 좋다.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칭찬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박 군수의 정치적 행보를 예상해봤을 때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공심이 천심이다. 부여군 같은 지자체에서는 공직자가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한다. 공직자와 소통을 강화한다는 것은 조직 내부를 살피고 단단하게 결속시켜 향후 행보에 대한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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