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첫 선 보인 '낭만열차' 호응도 최고
아산·서천·서산·예산·홍성·태안 등 충남 곳곳 운행
서울에서 열차타고 원하는 정착지에 내려 '시티투어'

충남레트로 낭만열차 객실 모습, 분위기를 한 껏 띄우는 관계자가 통기타를 매고 참가자들에게 복고 음악을 선사한다.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충남레트로 낭만열차 객실 모습, 분위기를 한 껏 띄우는 관계자가 통기타를 매고 참가자들에게 복고 음악을 선사한다.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흔들리는 객차 안, 오래된 통기타 선율이 기차 통로를 따라 퍼져나간다. 칙칙폭폭 거리는 기차 운행 소리는 이내 서로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깔 거리는 승객들의 웃음에 묻히고 만다.

서울역을 출발한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의 모습이다. 시간 여행자들을 태우고 아산, 서천, 예산, 홍성, 그리고 그 너머 충남 곳곳의 정취를 전한다.

충남도와 충남문화관광재단, 충남 북서부권역 7개 시·군을 비롯해 한국관광공사, 코레일 등은 공동으로 2024년 9월부터 충남 레트로 낭만열차가 운행을 시작했다. 1회차부터 모든 좌석이 연이어 매진되면서 추억과 감성의 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보여줬다.

1970년대 기차안의 흔한 풍경이었던 홍익회 카트 모습이다. 삶은 계란도 물론 있다. 충남관광문화재단 제공. 
1970년대 기차안의 흔한 풍경이었던 홍익회 카트 모습이다. 삶은 계란도 물론 있다. 충남관광문화재단 제공. 
충남 레트로낭만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기차 한 켠에 마련된 7080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그 시절 추억을 느꼈다. 김다소미 기자. 
충남 레트로낭만열차에 탑승한 승객들이 기차 한 켠에 마련된 7080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그 시절 추억을 느꼈다. 김다소미 기자. 

낭만열차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각 시·군 시티투어가 결합된 코스이기 때문이다. 장항선 특별 전세 열차인 ‘팔도장터’ 내에서 향수를 부르는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실은 홍익회 카트가 보이고 7080 세대를 아우르는 복고풍의 분위기 연출은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니라, 기억을 건네는 ‘추억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에서 여유를 만끽했다가, 서천 장항역에서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모든 정차지는 하나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는 사진으로, 메모로, 노래로 남는다.

낭만열차 특별칸에 마련된 충남 홍보대사 가수 혜은이(AI)의 충남 홍보물. 2025~2026년은 충남 방문의 해이다. 태안의 꽃게, 예산 사과 등을 상징하는 인형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김다소미 기자. 
낭만열차 특별칸에 마련된 충남 홍보대사 가수 혜은이(AI)의 충남 홍보물. 2025~2026년은 충남 방문의 해이다. 태안의 꽃게, 예산 사과 등을 상징하는 인형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김다소미 기자. 

참가자들은 서울역을 비롯해 수원역, 천안역 등에서 탑승하면 각자 원하는 정착역에 내려 사전에 마련된 지자체 지원의 시티투어 버스로 지역의 명소, 전통시장 등을 둘러본 뒤 저녁 식사 후 상행열차를 타는 방식이다.

특히 올해부터 기존 대상 지자체인 보령·서천·홍성·예산과 더불어 아산·서산·태안이 추가돼 선택의 폭을 넓혔다. 올해 상반기에만 4차례 운행되고 하반기까지 인기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낭만열차를 타고 아산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은 아산시티투어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다소미 기자. 
서울에서 낭만열차를 타고 아산에 도착했다. 참가자들은 아산시티투어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다소미 기자. 

아산에서 시작된 하루의 여정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충남 여행의 관문, 온양온천역에 도착하면 아산의 부드러운 정취가 여행자를 감싼다. 모든 이들이 언젠가 한번은 지나쳤을 법한 오래된 골목, 온천수의 김이 피어오르는 거리, 현대와 과거가 교차하는 공간에서, 여행자는 자연스레 스마트폰 대신 감성을 꺼낸다.

익숙한 그 시절의 노래를 친구삼아 아산역에 내리니 시에서 미리 준비한 시티투어 버스가 관광객들을 맞는다. 버스의 첫 목적지는 아산의 자랑 ‘현충사’이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코스별로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상세히 들을 수 있다. 현충사와 외암민속마을의 유래부터 주요 관광 스팟까지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김다소미 기자. 
시티투어 버스를 타면 코스별로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상세히 들을 수 있다. 현충사와 외암민속마을의 유래부터 주요 관광 스팟까지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김다소미 기자. 
참가자들은 아산시 신정호 인근의 '석갈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야들야들한 고기는 참가자들의 미각을 만족시켰다. 김다소미 기자. 
참가자들은 아산시 신정호 인근의 '석갈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야들야들한 고기는 참가자들의 미각을 만족시켰다. 김다소미 기자. 

조선 전기의 무신 충무공 이순신의 사당으로 1967년 3월 18일 사적으로 지정됐다.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남아 있는 이곳은 하루 여행의 무게를 잡아주며 고요한 소나무 숲길로 안내한다.

입구에 우뚝 선 현충문(顯忠門)을 지난다. 붉은 기둥과 검은 기와가 어우러진 이 문은 단순한 구조물 같지만, 마치 마음속 ‘정돈’을 요청하는 듯하다.

충무공의 정신을 엿보았다면 이제 기다리던 점심식사 시간이다. 아산 시민들이 ‘쉼표 같은 곳’이라고 부른다는 신정호 인근에는 식당, 카페 등이 자리잡고 있다. 잔잔한 물결 위로 잎이 반쯤 져 있는 호수의 가로수 등 그 자체로 값비싼 하나의 풍경화가 펼쳐진다.

‘신정호 석갈비’는 깔끔한 외관에 친절은 덤이다. 야들야들한 갈비살을 특제 소스에 살짝 찍어 밥 한 숟갈 같이 먹으면 아침일찍부터 분주히 나서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성당의 외관 모습과 내부 모습. 옛 건축 양식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성당의 외관 모습과 내부 모습. 옛 건축 양식 그대로 보존돼 있다. 

숭고한 순교자들의 신앙이 서린 곳 ‘공세리성당’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이제 다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선정된 ‘공세리 성당’으로 향한다. 1890년에 지어진 이곳은 옛 성당 건축 양식 그대로 보존돼 있다. 총32분의 순교자를 모시고 있는데 천주교 신자들에겐 하나의 성지로 꼽힌다.

성당 부지 안에는 순교자들의 생을 알아볼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박물관도 있다. 수령 350년을 넘긴 거대한 나무들이 성당의 기품을 가늠케 한다. 곳곳에는 신앙인들을 위한 고요한 기도처가 마련돼 있다. 신앙인이 아니라도 이 공간에 들어서면 절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만든다.

성당 앞에서 낭만열차 관광객들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김다소미 기자. 
성당 앞에서 낭만열차 관광객들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김다소미 기자.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다드는 만큼, 성당 외벽에는 기도하는 이들을 위해 ‘정숙’ 요하는 팻말이 있다. 살며시 문을 열고 성당에 들어서니 중년의 여성이 미사보를 두르고 손을 모은 채 경건하게 기도한다.

공세리성당은 1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명래 고약’의 시초가 된 곳이기도 하다. 1895년 이곳에 부임한 에밀드비즈(한국 이름 성일론) 신부가 프랑스에서 배우고 익힌 방법으로 원료를 구입해 고약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줬다. 당시 신부를 도왔던 이명래(요한)에게 기술을 전수해 ‘이명래 고약’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보급됐다.

성당이 유명한 이유는 또 있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미남이시네요의 주요 무대로 나온다. 특히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극중 진석(원빈 분)이 극적으로 살아나 입원해 있는 국군 야전병원으로 나온다.

성당 곳곳을 둘러봤다면 솔솔 부는 바람을 느끼며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다.

아산 피나클랜드 모습. 공식 피나클랜드 홈페이지 발췌. 
아산 피나클랜드 모습. 공식 피나클랜드 홈페이지 발췌. 

거제에 보타니아가 있다면 충남엔 ‘피나클랜드’


자 이제 거제 외도 보타니아를 잇는 ‘피나클랜드 수목원’으로 향한다. 이곳은 아산만 방조제 매립을 위해 채석장으로 사용되던 곳을 이창호 선생(보타니아 설립자)이 자녀들과 가꿔 만든 곳이다. 식물 자원을 직접 재배해 전시적, 공원적 기능을 동시에 제공해 자연이 주는 쉼과 치유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꼭 한번 둘러보면 좋겠다. 형형색색의 식물은 물론 여름철 물놀이장도 마련돼 있다. 동물 농장도 있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체험학습을 자주 온다고 한다.

피나클랜드에 있는 분수와 조형물 모습. 김다소미 기자. 
피나클랜드에 있는 분수와 조형물 모습. 김다소미 기자. 

‘외암민속마을’ 예안이씨 500년의 역사 엿보기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일정이 점점 막바지로 달려간다. 현충사, 공세리성당, 피나클랜드 등 주요 명소를 한껏 둘러보고 저녁 식사를 하기 전 마지막 일정인 ‘외암민속마을’로 향한다.

외암마을은 예안이씨 집성촌으로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 지정 마을이다. 상류층 가옥과 서민층 가옥 60여 채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조선 후기 중부지방 향촌 모습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민속 박물관으로 불린다.

지난해 제22회 짚풀문화제 사진공모작에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사진. 지붕 새단장 모습이다. 외암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외암마을 공식 홈페이지 발췌. 
지난해 제22회 짚풀문화제 사진공모작에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사진. 지붕 새단장 모습이다. 외암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외암마을 공식 홈페이지 발췌. 
지난해 외암마을에서 열린 짚풀문화제 모습. 외국인 아이들이 벼베기를 체험하는 모습이다. 공식홈페이지 발췌. 
지난해 외암마을에서 열린 짚풀문화제 모습. 외국인 아이들이 벼베기를 체험하는 모습이다. 공식홈페이지 발췌. 

500여 년 전부터 형성된 이 마을은 지금도 예안이씨의 후손들과 지역 사람들이 모여 역사의 변화를 이어가며 ‘마을 공동체’ 행사를 주기적으로 연다. 후손들 대부분도 농업에 종사하며 조상대대로 내려온 전통문화를 알린다.

매년 정원 대보름 맞이 행사와 장승제, 10월에는 관혼상제와 농경문화를 주제로 한 짚풀문화제, 11월에는 동지 행사가 열린다.

충남레트로낭만열차 참가자들이 온양 전통시장 인근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충남레트로낭만열차 참가자들이 온양 전통시장 인근에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충남문화관광재단 제공. 

충남 레트로낭만열차 참가자들은 외암마을 인근의 한 식당에서 모여 저녁을 먹으며 하루 일정의 담소를 나눈다.

해가 길어져 꽤 긴 시간을 둘러보고 저녁을 먹어도 해는 여전하다. 이제 정말 마지막 코스인 ‘전통시장’ 탐방을 끝내면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다시 싣을 예정이다.

외암마을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온양온천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지역 특색이 담긴 물건을 사고 나물을 가방에 담는다.

알찬 낭만열차의 일정이 끝났다. 아산의 코스는 도심 속에서 전통의 매력을 느끼며 쉼을 주는 코스였다.

다른 지역 코스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여름철 낭만을 가득 담은 꽃지해수욕장 태안에서는 안면도자연휴양림, 허브농원팜카밀레, 수산시장 등을 즐길 수 있다. 예산시장과 최장 출렁다리로 유명한 예산군, 항일 의병 활동의 중심지로서 김좌진 장군 기념관, 중부 해양 명소 스카이타워, 광천젓갈시장을 보유한 홍성군 등 다양한 일정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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