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수법, 유명인·공공기관 사칭→정당 관계자 '변모'
충남, 21일 기준 10여 건 발생 천안 지역 피해 다수
숙박업소 대상 인근 식당이나 도시락 대리 구매 유도
단체 예약 후 '와인' 업체 연결하며 대리 결제로 피해

민주당 사칭범이 부여군에서 사용한 가짜 명함. 민주당 제공. 
민주당 사칭범이 부여군에서 사용한 가짜 명함. 민주당 제공. 

충남 천안에서 오리고기 전문 식당에서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를 사칭한 노쇼가 발생했다. 이 식당은 50만 원어치의 음식을 폐기하고 피크시간대 예약이 취소되면서 손님도 받지 못했다.

노쇼는 기존 유명인과 공공기관 사칭 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조기 대선 국면을 맞아 특정 정치인과 정당 관계자를 사칭하는 노쇼가 급증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탓에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를 사지로 몰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노쇼 수법을 보면 일부 공통점을 보이기도 한다. 식당에 전화해 와인을 대리구매하게 하거나, 숙박업소에 인근 식당이나 도시락 대리구매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21일 <디트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충남도당으로부터 전날 천안에서만 5건의 정당 관계자 사칭 노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10여 건의 피해가 도내 곳곳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피해 업체는 음식점업이지만 최근 들어 숙박업체도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부여에서 발생한 숙박업체 피해 사례를 보면 정당 관계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칭범이 업체에 전화해 방 10여 개를 수일간 예약하고 인근 식당이나 도시락 대리 구매를 요청하고 잠적했다. 도시락 대리구매를 숙박 예약과 함께 요구한 노쇼는 강원 지역에서도 발생한 바 있다.

충남에서 가장 먼저 발생한 정당 사칭 노쇼 사건으로 알려진 것은 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비서관을 사칭한 사례이다. 천안 지역 식당 6곳에 의원과 장관을 포함한 20명 회식 자리를 예약한다면서 문 의원이 원하는 ‘와인’이라며 특정 업체를 소개하고 식당이 와인 값을 대리 결제한 사건이다.

와인 대리결제는 19일 세종에서 발생했다. 민주당 강준현 의원의 보좌관을 사칭한 한 남성은 어진동에 위치한 식당에 600만 원 짜리 와인 2병을 주문했다. 다행히 식당 업주가 수상함을 느끼고 강 의원실에 확인을 거쳐 실질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천안 사례와 비슷한 수법이다.

비슷한 시기 경기도 수원에서도 유명 연예인 기획사 관계자를 사칭해 와인을 대리 구매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재 ‘노쇼 사기’가 피싱사기나 투자리딩방 같은 사이버 기반 사기 형태라는 점을 고려해, 피싱사기 전문수사부서인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를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급증한 노쇼 사건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콜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정당 사칭 사건도 다른 노쇼 사기에서 발견되는 통신 형태와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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