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늘 언론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다. 수직적 조직문화가 일반화된 한국 사회는 내부자가 지도자를 향해 쓴소리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유일하게 쓴소리하고, 객관적으로 잘못을 나무랄 수 있는 대상이 언론이다.

언론은 비판을 기본으로 한다. 사탕발림만 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그러니 시민을 대신해 하는 언론의 쓴소리를 달게 받아들이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려는 자세는 지도자에게 절대 필요한 덕목이다. 

과거 대전시장을 지낸 이들이라고 혹독한 언론의 나무람을 피할 수 없었다. 홍선기, 염홍철, 박성효, 권선택 등 역대 대전시장은 예외 없이 언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같이 겸손하게 언론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장우 시장은 앞선 시장들과 전혀 다른 언론관을 내비친다. 단소리만 하는 언론만 인정하려 할 뿐, 시책과 관련해 날카로운 비판을 날리는 언론은 노골적으로 적대시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급기야 7일 ‘2025 신년 기자회견’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특정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다수의 언론인이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적대감을 드러냈다. 

지금껏 어느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도 볼 수 없던 경악스러운 광경이다. 평소 입으로만 전해졌던 이 시장의 왜곡된 언론관이 그대로 표출된 거다. 다수의 언론인은 물론 시민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력을 향한 비판은 언론의 기본 사명이다. 비판이 없는 언론은 생명을 다한 죽은 언론이다. 언론은 권력을 비판하며 존재감을 느끼고, 독자와 시청자의 지지를 얻는다. 그러니 제대로 쓴소리하는 언론이 참 언론이다. 

이날 이장우 시장이 드러낸 언론관은 경악스럽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하지 않았나. 최일선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을 향해 이토록 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는 건, 그가 평소 조직을 어떻게 끌고 가는지 충분히 짐작 가능케 한다. 

실제로 이장우 시장의 측근 중 한 명은 최근 “아무도 시장의 말을 막지 못 한다. 이 시장의 주변에 옳은 말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지 않아도 그 앞에서 절절매는 조직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전직 대전시장 중 한 명도 “이장우 현 시장이 아주 독특한 ‘내편 네편’ 가르기의 인식 구조를 가졌다는 원성을 많이 들었다. 언론을 대하는 자세도 그렇다고 들었다. 시정의 책임자로서 절대 부적합한 처사다”라고 고언했다.

입에 맞는 보도만 하는 언론은 곁에 두려 하고, 본연의 기능인 비판 보도를 하는 언론은 적으로 간주하는 독특한 언론관은 말 그대로 감탄고토(甘呑苦吐)다. 이분법적 사고이자 편 가르기의 전형이다. 

우리는 온화하고 합리적인 지도자를 원한다. 수시로 격노하고 편 가르기를 통해 국민을 양분하는 지도자는 윤석열 하나만으로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안긴다. 이장우 시장의 이분법적 언론관은 참으로 해괴하고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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