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은하수네거리 12차 탄핵 집회 풍경
아이 둘 엄마·교사 부녀 "좋은 세상" 한목소리
"정말 맘 편히 놀고 싶은데 대통령이 방해합니다". 10일 오후 7시 은하수네거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트럭 앞 최고 명당 자리인 ‘1열’을 차지한 대전 고교생들 이야기다.
대전 은하수네거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 풍경이 새롭다. 수능이 끝난 고교생과 시험기간인 대학생, 두 아이의 엄마와 교사인 딸의 손을 잡고 나선 아버지까지. 각계각층 시민들이 삼삼오오 결집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회 시작 1시간 전인 저녁 6시에 도착해 1열 자리에 앉았다는 7명의 고교생은 서로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인 중학교 동창이다.
김 모 양은 “수능 끝나고 정말 열심히 놀려고 했는데 대통령이 방해를 한다”며 “끝장을 내고 놀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집회 때는 부모님과 함께 왔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친구들과 오게 됐다”고 했다.
김 모양과 같은 모양의 응원봉을 들고 참석한 양 모 양은 “오늘 처음 집회에 참가해봤다”며 “모두를 위해서 이제 대통령이 스스로 마무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은 대학생도 여럿이 모여 한 열을 차지했다. 준비한 쇼핑백에는 소포장한 캐러멜과 '탄핵' 띠를 머리에 두른 고양이 쿠키가 한가득이다. 일부는 탄핵집회 상징이 된 응원봉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스마트 기기에 담아 왔다.
대전 소재 대학에 재학중인 1학년 학생들은 “아직 시험이 끝나지 않았지만, 못 참고 왔다”며 “학내에도 분노하는 분위기가 상당하다. 지난 주말 탄핵 표결 때 국회의원들이 오지 않아서 정말 어디서 죽은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학생들은 집회에서 처음 만난 낯선 동지(?)와 준비한 간식을 나눈다. 정성스레 소포장한 간식 꾸러미에는 “한마음 한뜻으로 시위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감기 조심하시고 올해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손글씨로 쓰여있다.
직접 만든 깃발을 들고 두 아이와 참석한 한 시민도 “이번 집회가 벌써 3번째다. 아이들이 살아야 할 세상은 지금보다 좋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오늘은 아이가 ‘대통령 아저씨는 덜 컸나봐’라는 말을 했는데, 7살 아이도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고개를 돌리니 딸의 손을 꼭 잡고 나란히 앉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교사인 아버지는 퇴근 후 딸과 만나 거리에 앉았다.
아버지 김 모 씨는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함께 참석했다”며 “어릴 때 딸과 집회를 참석했던 기억이 있다. 성인이 돼서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20대 직장인 이경미 씨도 친구와 이곳을 찾았다. 한 손에는 식료품을 담은 봉투가 들려있다. 장을 보고 오던 길이다.
이 씨는 “다들 열심히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데, 가만히는 못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 정말 다 같이 나와야 할 때다. 직접 와서 보니 어른, 아이 상관없이 참석할 수 있는 유쾌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해체! 제13차 대전시민대회’는 오는 11일 은하수네거리에서 열린다.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는 매일 평일 오후 7시 은하수네거리에서 탄핵 촉구 집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