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충남도의 통합 논의가 점화됐다. 수년 전부터 논의했던 메가시티 추진과는 다른 관점의 접근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공감대를 갖고, 공무원 인사 교류를 시작으로 분위기 조성에 한발씩 나아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사전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거침없이 시작했다가 무산으로 결론 난 대구와 경북 통합을 거울삼아 더 면밀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특히 시민과 도민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맞는 말이다. 정치권이나 행정기관이 제아무리 통합의 당위성을 얘기하면 뭐 할 것이며, 해서는 안 된다고 떠 말리면 뭐 할 것인가. 주민이 하겠다면 하는 것이고, 주민이 하지 않겠다면 안 하는 게 맞다. 분리든 통합이든 주민의 뜻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그러자면 주민이 통합에 따른 유불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행정기관은 이러한 정보를 치우침 없이 공개하고, 주민이 현명하게 판단하도록 자리만 깔아주면 된다. 이런 면에서 주민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한 시장과 지사의 판단이 옳다.
한때 행정기관을 분리하는 것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다. 인구가 늘어 승격 요건을 갖추면 서둘러 승격하고 분리하는 걸 자랑으로 삼던 시절이다. 광역시 승격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통합으로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통합 논의가 유행을 타기 시작한 건 여러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날로 비대해지는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 지역이 자치 행정을 감당하기에 무리가 따를 만큼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 세가 위축되는 것과 연관해 있다.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갖추자는 거다.
과거 행정 분리가 유행하던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달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다는 건, 시간과 공간의 한계점을 극복하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모든 일 처리 속도와 효율성을 눈에 띄게 배가시켰다.
단숨에 달려가 일을 볼 수 있게 됐고, 전산화를 통해 취합하고 분배하는 일이 수월해졌다. 그러니 행정통합을 통해 충분히 효율성을 살릴 수 있는 여건이 됐다.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물론 실(失)도 있겠지만, 득(得)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대전의 연구 인프라와 충남의 산업 인프라가 합해지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은 실례가 된다. 대전은 산업 기반이 너무 취약해 더 이상의 성장에 한계를 드러낸다. 반면 산업 인프라가 날로 확충되고 있는 충남은 연구개발의 취약성에 속앓이하고 있다.
양 지역의 이런 단점을 단번에 극복할 수 있는 길이 행정통합이다. 그러나 시도 통합은 너무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누구도 섣불리 나서기가 어렵다. 조심스럽게, 냉정하고 차분하게 접근하고 실행해야 하는 이유다. 앞서 밝힌 대로 144만 명 시민과 213만 명 도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라도 먼저 꺼내기 힘든 대전과 충남의 통합문제 논의를 시장과 지사가 자연스럽게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 서두르면 실패한다. 작은 일부터 시작해 실무에 착수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공무원 인사 교류를 첫걸음으로 내디딘다는 발상은 실효적이다.
전국 곳곳에서 통합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건 시대가 통합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문제가 부상하면 기득권층이 반대한다. 누리던 권력이나 이익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다수의 주민은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 더 잘사는 길이 열린다면, 왜 반대하겠는가.
공무원 인사 교류를 시작으로 대전‧세종연구원과 충남연구원을 통해 통합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는 방향성이 맞다. 그러니 양 연구원이 객관적이고 냉철한 연구 분석 자료를 내놓길 기대한다.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통합이 논의된다는 자체가 시대에 맞는 일이다. 통합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