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시장, 15일 오전 기자회견...2024년 9월 '대중교통 정책' 시범 추진 시사
전국 첫 신개념 정액권 의미...시내·외 버스와 셔클·두루타 '5만 원'까지 이용
어울링 무료 이용은 덤...청소년·노약자·장애인은 매월 5만 원 무료 이용 허용
공약인 '버스 무료' 정책은 철회...버스 노선 확대와 배차 간격 단축 병행, 서비스 개선
[세종=디트뉴스 이희택 기자] 세종시가 2024년 9월 버스 무료화 대신 정기·정액권 성격의 '이응패스'를 전격 도입한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15일 오전 10시 30분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관련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애초 최 시장은 자신의 공약 실행과 도로 교통 최적화 취지로 '버스 무료화' 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해왔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방문 과정에서 해외 사례도 살펴봤다.
하지만 시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시기상조'이자 '부적합' 정책이란 평가를 받고, 내년에도 긴축 재정 기조 유지에 따라 '차선책'을 찾아왔다.
정책 초점은 다르지 않다. 출·퇴근 시간대 자가용 점유율(50% 안팎)을 최소화함으로써 도로 지·정체 현상을 해소하는데 있다.
버스 이용 편익은 점점 좋아지고 있으나 이용률은 7.9%에 그치고 현실도 개선 지점으로 다가왔다. '어쩌다 한 번' 버스 이용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한 수준으로, 2030년 대중교통중심도시 콘셉트 완성은 요원한 가치로 남아 있다.
분석 결과 버스 이용이 가능한 6세 이상 시민 36만 명 중 1번이라도 버스에 탑승한 시민은 15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버스비 지출액도 월평균 1만 2000원에 그쳤다.
찬성보다 반대 의견 거센 '버스 무료화' 유보
세종시가 2024년 9월 시범 운영을 거쳐 2025년 전면 버스 무료 정책 도입을 시사하자, 정의당과 일부 시민사회에선 환영의 입장을 냈다.
지난 2020년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국회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소속 최 시장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공약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현실화 문턱을 넘는 듯 했다.
대전~세종~충북을 잇는 내부 순환 비알티(BRT) 도로를 중심축으로 한 '간선·광역버스'와 생활권을 그물망으로 연결하는 '지선버스' 체계가 무료화 도입의 최적 여건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의 정책 방향이 대부분 19세 미만 청소년과 만 65세 이상 어르신 대상의 무료 도입으로 설정됐으나, 세종시가 다른 길을 택해온 배경이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시의회와 전문가, 시민사회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결과는 달랐다. 당시 시는 시민이 쓴 버스 요금을 여민전으로 전액 환급하겠다는 방식을 공표했다.
획기적 정책이란 찬성 여론 이면에 '감당할 수 없는 요구와 재정 지출의 시작' '배차간격 단축과 노선 확대가 전제' '자전거와 도보 이용자마저 버스로 흡수' '자발적 버스 탑승 정책 우선'이란 반대 의견이 거셌다.
최민호 시장은 "그동안 제시된 시민·전문가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동시에, 당면한 교통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고심을 거듭해왔다"며 "기준은 재정 효율화와 대중교통 이용 확대, 수혜성 복지 정책 지양 등 모두 3가지로 두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버스 무료 대신 정기·정액권 성격 '이응패스' 최선안될까
시는 여러 고민 끝에 버스 무료 대신 정기·정액권 성격의 '이응패스' 도입안을 전격 채택했다.
이응패스는 월 2만 원에 버스와 어울링 등 공공형 대중교통 수단을 마음껏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정기권과 정액권 특성을 하나의 카드에 모두 넣은 신개념 정액권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현미(소담동) 의원이 지난 3월 23일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제안한 '월 1만 2000원' 정기권과 유사한 개념이다. 이 방안은 청소년과 고령층, 장애인 계층에겐 무료화를 전제로 한다.
▲서울시의 월 6만 5000원 무제한 정기권(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 이용 가능, 기후동행 카드)▲청주시의 월 5만 원 정기권 ▲정의당이 내건 '월 3만 원 대중교통 프리 패스 ▲독일의 9유로(한화 약 1만 2500원) 대중교통 정기권 등의 방식도 또 다른 사례다.
세종시의 이응패스 도입안을 자세히 보면, 일반 시민은 2만 원의 이응패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되 월 최대 상한선은 5만 원이란 제한 조건을 적용받는다.
2만 원 초과 5만 원 이하 미사용 금액은 자동 소멸로 설계하면서, 시민 입장에선 버스를 많이 타면 탈수록 이득을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성인 요금 1회 1400원(카드) 기준 월간 15회 탑승이 이뤄져야 본전 이상의 효과가 나타난다.
청소년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제약 없이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시는 타 지자체의 무제한 정기권과 차이를 여기에 뒀다.
더불어 시내버스는 물론 대전과 청주, 공주 등으로 운행하는 시외버스에서도 이응패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셔클(신도시 1~2생활권)과 두루타(읍면), 어울링(공영자전거) 역시 이응패스로 이용 가능하다. 더욱이 이응패스 구매자에겐 어울링 무료 이용 혜택도 부여한다.
모든 혜택과 서비스 구현도 모바일 앱, 즉 세종형 통합교통플랫폼(MaaS)을 통해 편하게 누리도록 뒷받침한다.
'이응패스' 2024년 9월 현실화 예고...기대 효과는
시는 이응패스 도입과 함께 지역 교통정책의 혁신적 개선과 고질적 교통 문제 해소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버스와 공영자전거, 셔클, 두루타 등 대중교통 이용 시민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월평균 이용 금액 역시 현재 1.2만 원에서 3만 원 이상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민의 버스 이용 증가는 운수사의 운송 수입 증대로 반영, 매년 시가 지급하는 손실 보조금 부담액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운송 수입 증가분, 즉 손실 보조금 지급 감소분은 약 40억 원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전면 무료화 추진 시 연간 253억 원 부담액이 이응패스 도입과 함께 60억 원으로 193억 원이나 줄면서, 시의 재정 부담 구조에도 숨통을 틀 수 있게 된다.
최민호 시장은 "세종시는 국내 첫 월 정액권인 이응패스 도입으로 진정한 대중굩오 중심(모범) 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지역화폐는 여민전, 교통카드는 이응패스란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도록 고유의 브랜드로 키워가겠다. 앞으로 시의회 협의를 거쳐 내년 9월 첫 도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 공약인 버스 무료화 실행에 이르지 못한 점에 대해선 매우 송구하다"며 "그럼에도 잉응패스는 더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대중교통 이용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인 방안이라고 확신한다. 이응패스의 성공 정착에 힘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응패스 명칭은 '생활 공간과 근무 공간 등을 상시 연결', '대중교통 중심의 환상형 도시 설계', '오만 원 정액권을 상징', '시민 부담이 대폭 준다는 제로 의미' 등에서 비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