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아흔여덟번째 이야기] 대전과 대구도 다 ‘서울’로 하시라

지난 2일 대전에서 열린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모습. 대전충남사진기자협회 제공
지난 2일 대전에서 열린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 모습. 대전충남사진기자협회 제공

집권 여당이 ‘담대한 헛발질’ 구상을 시작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겪은 지 한 달도 안 지나 ‘뜬금포’를 날렸다.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추진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 한강 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김포시 등 서울 생활권 도시들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서울 전체 발전을 보면 편향된 것을 균형을 맞춰 줄 방안으로 김포 땅이 확보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인구 대비 면적으로도 서울시 면적을 넓히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생각’대로면, 서울과 이웃한 경기도와 인천시, 강원도, 충청도도 서울시에 편입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충청도와 이웃한 전라도, 강원도와 이웃한 경상도도 순서대로 서울시로 편입해야 한다. 그러면 대한민국은 종국적으로 서울시와 제주도만 남으리라. 

행정구역 조정이 그리 만만한 일인가. 여당 대표 말 한마디에 경기도 땅이 서울시 땅이 된다는 건 ‘공산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다. 강서구청장 보선에 식겁했다손 쳐도, 이 나라에는 서울시와 경기도만 있는 게 아니잖은가. 

집권 여당은 지방소멸을 막겠다고 생난리를 치는 지방자치단체의 분투를 정녕 모르는 걸까. 자치니, 분권이니 어떻게든 살 궁리를 찾는 마당에, 당 대표는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충청권이나 부울경 같은 비수도권 생존 수단인 메가시티를 쓱 가져다 이미 메가시티인 서울을 ‘메가 합체’하겠다는 발상이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대전에서 열린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지역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그 합이 바로 국가의 발전과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사회 모두가 힘을 합쳐 열심히 뛰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이제는 지방시대’라며 요란을 떨고, 여당은 ‘in 서울’을 더 키우겠다고 하니, 이 나라 국민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선거철이 온 건 알겠다. 그래도 행정구역 조정이라는 예민한 이슈를 ‘던져놓고 보자’ 식으로 접근해서야 쓸까. 총선 승리가 국론이나 국민보다 중하다면, 대전이랑 대구도 다 서울로 하시라. 

한때 충남 천안과 아산 행정구역 통합론이 총선 단골 이슈였다. 지역민들 감정만 잔뜩 상하게 해놓고 선거가 끝나면 쑥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기본계획안까지 냈다 어그러진 경북과 대구 행정통합도 같은 맥락이다. 

같은 광역단체 내에 있는 행정통합도 폭발력이 강한데, 다른 광역단체에 있는 기초단체 편입을 쉬 다룰 일인가. 어떠한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인구 50만 명 도시를! 그걸 보고도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는 거대 야당의 꼴이란. 여야의 염두에 ‘지방’과 ‘국가’는 있기는 할까.

어떤 정책을 시행하려면-그것이 당론이든 법안이든 간에-이해당사자 의견부터 듣는 게 먼저라는 건 초등학생도 안다. 생활권과 통학권이 같다고 해서 ‘닥치고 통합’부터 외칠 게 아니다. 해당 지역주민과 지방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지방자치 정신에 부합하는 길이다. 

김포를 서울에 붙인다고 ‘김포골병라인’이 씻은 듯 나을 것 같나. 또 하나.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 울산이 포함된 부울경에서 올해 3분기(7~9월) 가장 많은 인구(8,062명)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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