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공항 경쟁상대는 서산 아닌 TK신공항’ 입장
충남 예타탈락 후 서산공항 축소추진...“불쾌하다” 반응도

‘제32회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만난 충청권 시도지사. 대전시 제공. 
‘제32회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만난 충청권 시도지사. 대전시 제공. 

[김재중 기자]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대전·세종·충남 등 충청권 전체가 힘을 모아달라’는 김영환 충북지사 요청에 대해 충남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충남도 일각에서는 “서산공항을 추진 중인 충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요청”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13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제32회 충청권 행정협의회’ 기조발언에서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산업이 집중되어있는 충청권에 화물기를 띄울 수 있는 민항기 전용 활주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청주공항은 충북에 있지만 대전‧충남 지역의 이용객이 가장 많고, 세종시의 관문 공항”이라며 “천안‧아산의 반도체를 비롯해 충청권의 전략 첨단산업이 대부분 항공 물류인데 전부 인천공항으로 가고 있어 중부권으로 확산이 절실하다”고도 했다. 사실상 ‘충청권이 힘을 합쳐 청주공항 활성화에 집중해 달라’는 요청이다.

문제는 충남의 입장이다. 당초 500억 원 이상 규모 공항건설을 추진하던 충남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하면서 500억 원 미만 소규모 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정도 규모로는 국내선 수요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사업이 정상 추진되더라도 청주공항과 ‘수요분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일단 충북은 서산공항을 경쟁상대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환 지사는 지난달 31일 청주공항 민항전용 활주로 건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충남 서산공항 건설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대구경북 신공항이 추진되고 있기에 내륙공항 간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산공항은 경쟁상대가 아니고 대구경북 신공항이 경쟁상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시 김 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상황으로 보면 서산공항이 청주공항보다 입지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향후 양(兩) 공항 간 역할분담과 관련해선 더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 발언 등을 종합하면 충북은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국제선 여객과 항공물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역시 청주공항과 서산공항이 경쟁구도를 형성하기는 어렵고,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박원태 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이 활성화 되려면 활주로와 유로로 등 하드웨어가 꼭 필요하다”며 “항공물류가 가능하려면 3500m이상 활주로를 갖춰야 하는데 서산은 2700m밖에 되지 않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공항 활주로 외에도 철도와 도로 등 교통 인프라, 운항사 인프라 등 세 가지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지사 발언과 관련해 충남도 관계자는 “서산공항은 그만한 자체 수요가 있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며 “청주공항은 청주공항의 역할이 있고, 서산공항은 서산공항의 역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도 흘러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충청권 광역단체장 모두가 여당 소속인데 역할분담에 대한 사전조율 없이 일방이 다른 지역에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결례일 수 있다”며 “역할분담론에 대해 더 많은 연구와 조율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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