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톡톡: 백 예순두번째 이야기] 돌고 돌아 尹에게 가는 국민의힘

자료사진. 국민의힘 홈페이지.
자료사진. 국민의힘 홈페이지.

이재명과 이낙연 중 어느 한쪽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차기 권력자 자리를 양보했다면, 무명의 윤석열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면, 지금 이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주말마다 ‘윤석열 퇴진’과 ‘이재명 구속’을 외치는 도심 맞불집회를 바라보며 이런 가정을 자주 하는 요즘이다. 

양극단의 세력과 진영의 충돌 속에 정치 초보인 윤석열은 2021년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됐고, 이듬해 3월 대선에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권력을 잡자마자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아침 출근길마다 기자들 앞에 섰다. 그러나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대통령도 처음이라 실수가 잦았다. 그걸 따지는 거대 야당과는 손절했고, 비판 언론은 철저히 배격했다. 

그사이 검찰과 ‘윤핵관’이 권력을 양분하기 시작했다. 두 집단이 득세하는 나라에서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은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검찰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싸운 이재명과 민주당 몰이에 혈안이고, 윤핵관은 자기네 입맛에 맞는 차기 당권주자를 세우려고 안달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흘 남짓 남았다. 정권 교체 이후 집권 여당의 첫 대표를 뽑는 선거다. 그런데 정작 전당대회는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당의 운영 목표나 윤 대통령과 국정 파트너로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 모두가 잘 사는 지방시대는 어떻게 이루겠다는 비전이 전혀 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흙탕도 이런 진흙탕이 없다. 

진흙탕 싸움의 핵심은 김기현 후보의 이른바 ‘울산 KTX 땅 투기 의혹’. 항간에는 ‘울산 이재명’이냔 얘기도 있다. 그도 그럴 게 문재인 정권 시절 39번 영장 청구에도 문제없었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박근혜 정부 시절 탈탈 털렸으니 깨끗하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러다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못지않은 ‘땅 대표 리스크’로 내년 총선을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지난해 연말 100% 당원들 손으로 뽑겠다고 당헌 당규를 뜯어고칠 때부터였을지 모른다. 윤핵관이 점지한 후보로 가겠다는 것이. 민심도, 당심도 아닌 ‘윤심’을 따르겠다는 것이. 그래서 유승민도 날리고, 나경원도 날린 것 아니겠나. 거기에 안철수까지. 돌고 돌아 윤 대통령에게 가닿으려는 집권 여당 전당대회가 이렇게 촌스러울 줄이야.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국회 청문회장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호기롭게 말할 땐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적어도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힘의 균형을 이룬 국정운영을 하겠지, 끼리끼리 해 먹고 자기들 마음대로 권력을 부리진 않겠지, 소박한 믿음도 있었다. 

웬걸. 법은 있으나 마나이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몰아 끌어내리려는 세상은 변함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이번 전대에 혹시나 했던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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