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공모 전환 금지·기회특구 파격 혜택·석탄화력발전소 대책 등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태흠 지사 페이스북.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해 7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민선 8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태흠 지사 페이스북.

[류재민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짧고 굵게’ 건의한 세 가지 현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 현안과 관련한 것부터 지방 정부에 필요한 것까지 포함한 사항이어서 얼마만큼 성과로 이어질지 눈여겨 볼만하다. 

김 지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충청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윤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지사는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전북 전주에서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 여담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김 지사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시도지사들은 자신들의 발언 순서에서 적게는 10분에서 많게는 15분까지 대통령에게 지역 현안 사업 해결을 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저는 대통령에게 ‘1분 동안 세 가지만 하겠다’고 했더니, 다들 웃더라. 세 가지 건의를 어떻게 1분 만에 할 수 있겠냐는 식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먼저 윤 대통령에게 “국민과 약속한 대통령 공약을 중앙 정부 공모 사업으로 전환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충남지역 공약으로 내건 국립 경찰병원 분원 유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충남 아산에 경찰병원 분원 설립을 약속했지만, 이후 공모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국립 치의학연구원도 천안 설립을 공약했지만, 타 시도에서 유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유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김 지사는 이어 “두 번째는 ‘기회발전특구’가 지금처럼 추진하면 기업들이 지역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적어도 상속세를 포함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우니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언급한 ‘기회발전특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게 혜택을 부여해 기업의 지방 이전과 비수도권 투자 촉진을 유도하는 제도다. 특구 지정으로 기업유입·일자리 창출·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인데, 김 지사는 기업이 이전할 수 있는 현실적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회발전특구는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지역 현안을 넘어 전국 지자체의 현안을 건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지사는 끝으로 윤 대통령에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책과 후속 조치를 건의했다. 충남은 전국 57개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개가 있다. 김 지사는 “2036년까지 30%대로 줄인다는데, 대책이나 보완도 없이 무조건 문만 닫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도 4개 지역에 50조의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특별법을 만들었다. 우리도 필요하다. 한 예로, 과거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때 폐광지역지원 특별법을 만든 것처럼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세 가지를 건의한 데 든 시간은 1분 10초 걸렸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시도지사들 건의가 끝난 뒤 오찬을 함께했고, 김관영 전북지사가“식사는 대통령께서 내는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김 지사는 “왜 대통령이 밥값을 내느냐. 가장 말을 많이 한 분들께서 내야 한다”고 하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늘 충남지사가 가장 말씀을 짧게 했다”고 말해 좌중이 웃음을 터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지사는 지난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합방위회의에서 헤드 테이블에 앉아 국방부 장관에게 육사 충남 이전 현안을 염두에 두고 “왜 만나자고 하는데 피하느냐. 계속 그러면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육사 이전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김 지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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