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 공모 전환 금지·기회특구 파격 혜택·석탄화력발전소 대책 등
[류재민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짧고 굵게’ 건의한 세 가지 현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 현안과 관련한 것부터 지방 정부에 필요한 것까지 포함한 사항이어서 얼마만큼 성과로 이어질지 눈여겨 볼만하다.
김 지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충청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윤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지사는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전북 전주에서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 여담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김 지사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시도지사들은 자신들의 발언 순서에서 적게는 10분에서 많게는 15분까지 대통령에게 지역 현안 사업 해결을 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저는 대통령에게 ‘1분 동안 세 가지만 하겠다’고 했더니, 다들 웃더라. 세 가지 건의를 어떻게 1분 만에 할 수 있겠냐는 식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먼저 윤 대통령에게 “국민과 약속한 대통령 공약을 중앙 정부 공모 사업으로 전환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충남지역 공약으로 내건 국립 경찰병원 분원 유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충남 아산에 경찰병원 분원 설립을 약속했지만, 이후 공모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유치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국립 치의학연구원도 천안 설립을 공약했지만, 타 시도에서 유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유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김 지사는 이어 “두 번째는 ‘기회발전특구’가 지금처럼 추진하면 기업들이 지역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적어도 상속세를 포함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지 않는 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우니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언급한 ‘기회발전특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게 혜택을 부여해 기업의 지방 이전과 비수도권 투자 촉진을 유도하는 제도다. 특구 지정으로 기업유입·일자리 창출·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연쇄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인데, 김 지사는 기업이 이전할 수 있는 현실적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회발전특구는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지역 현안을 넘어 전국 지자체의 현안을 건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지사는 끝으로 윤 대통령에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책과 후속 조치를 건의했다. 충남은 전국 57개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개가 있다. 김 지사는 “2036년까지 30%대로 줄인다는데, 대책이나 보완도 없이 무조건 문만 닫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도 4개 지역에 50조의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특별법을 만들었다. 우리도 필요하다. 한 예로, 과거 석탄산업합리화 조치 때 폐광지역지원 특별법을 만든 것처럼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세 가지를 건의한 데 든 시간은 1분 10초 걸렸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시도지사들 건의가 끝난 뒤 오찬을 함께했고, 김관영 전북지사가“식사는 대통령께서 내는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김 지사는 “왜 대통령이 밥값을 내느냐. 가장 말을 많이 한 분들께서 내야 한다”고 하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늘 충남지사가 가장 말씀을 짧게 했다”고 말해 좌중이 웃음을 터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지사는 지난 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합방위회의에서 헤드 테이블에 앉아 국방부 장관에게 육사 충남 이전 현안을 염두에 두고 “왜 만나자고 하는데 피하느냐. 계속 그러면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육사 이전은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김 지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