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로에 직접 굽는 체험 '인기'... 가족 단위 관광객 '인산인해'
알밤 활용한 샌드위치, 달고나, 초콜릿 만들기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
[공주=디트뉴스 김다소미 기자] 새해 첫 주말,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열린 ‘제6회 겨울공주 군밤축제’ 현장.
미세먼지는 ‘나쁨’ 수치를 나타냈으나 매서운 한파가 누그러져 비교적 따뜻한 날씨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을 잡아 끌었다. 축제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린 군밤 축제에 기대감도 숨어 있었다. ‘알밤의 고장’이란 공주시의 수식어처럼 종류와 크기, 생산지별 다양한 밤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했다.
총 27개의 알밤 직판장에는 공주 알밤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군밤 그릴 체험존’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뜨거운 화로에 밤을 굽기 바빴다.
아이들은 자기 키보다 큰 구이망을 들고 자리를 연신 옮겨가며 밤굽기에 빠졌다. 천진난만한 모습은 더욱 정겨웠다.
대전시에서 온 한지윤(9) 양은 “밤은 처음 구워보는데 연기 때문에 눈물이 나긴 하지만 맛있어서 또 굽고 싶어요”라며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곳곳에 설치된 화로를 뒤로하고 ‘알밤’을 활용한 체험부스도 인기였다.
식빵을 롤로 납작하게 만들어 미리 만들어 둔 밤잼과 앙금으로 마무리하는 ‘밤롤샌드위치’ 체험존과 알밤쿠키, 알밤라떼, 알밤초콜릿, 알밤떡, 알밤모양 달고나 만들기 부스 앞에는 체험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
달고나 만들기에 여념이 없던 아이가 알밤 모양 틀을 잘 찍지 못하자 옆에 있던 엄마는 “(틀을 눌러주고) 바로 힘을 빼야 해~. 오징어게임처럼 모양을 잘 잡는 게 중요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체험 부스를 돌면 본래 통로였던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군밤을 까먹는 가족들도 있었다. 불에 그을린 탓에 손톱 밑엔 숯검댕이가 가득해도 멈출수 없는 맛에 손이 쉴 틈이 없어 보였다.
민속놀이도 빠질 수 없었다. 관광객들은 광장 한 켠에 마련된 투호, 제기, 대형 윷놀이를 즐기며 환호성을 지르기도하고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반려견과 함께 천안시에서 온 동갑내기 박준희·배미연(35) 부부는 “새해 첫 주말을 어떻게 잘 보낼까 하다가 공주시에 군밤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달려왔다. 품질 좋은 밤을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고, 밤으로 만든 라떼가 일품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공주시 마스코트 공주와 고마곰이 그려진 패키지에 알밤 4kg를 담아 각자 부모님 집에 보낼 계획이다.
공주시가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고맛나루 장터’에서는 알밤을 포함한 각종 공주시 특산품을 설 선물 세트로 구성해 최대 20% 할인하고 있다.
총 3곳에 설치된 군밤 그릴 체험존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참을 기다리다 드디어 자리를 확보한 공주시민 박성효(25) 씨는 “별 거 아닐수도 있는 체험이지만 역시 군밤 축제의 묘미는 화로굽기”라며 “여자 친구가 빨리 구워오라고 재촉한다.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즐거워 했다.
밤이 익어가면서 타닥타닥 불씨들이 튀기도 했다. 행여나 외투에 불씨가 튀어 구멍이 생길까 요리조리 피해가면서도 달달하고 고소한 풍미를 내뿜는 ‘군밤’을 기다리게 된다.
호호 불며 뜨거운 껍질을 벗겨내면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알밤이 쏙하고 나온다.
알밤을 활용한 굿즈 판매점도 눈길을 사로 잡았다. 몽글몽글 귀여운 형태의 캐릭터 굿즈 부스 ‘바밤’에선 열쇠고리와 스티커, 배찌 등 다양한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알밤 직거래 장터에서 밤을 판매하는 상인 김 씨는 “공주 알밤이 크기로 보나 맛으로 보나 전국에서 최고다. 오랜만에 북적이면서 많이 팔리는 모습 보니까 어깨가 들썩인다"고 기뻐했다.
군밤 축제라고 해서 군밤만 구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축제가 열린 아트센터 고마는 본래 전시관이다. 축제기간에도 김진우, 오원영, 이장원 등 국내 유명 설치미술 및 조각 작가와 협업으로 빛의 색을 활용한 공간형 야간 전시가 진행됐다.
많이 이들에게 친숙한 네덜란드 작가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레플리카 전시도 공주시 전역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논산에서 온 김민재 씨는 “모든 체험이 다 좋았지만 주차가 너무 힘들었다. 30분 이상을 뺑뺑 돌다 겨우 주차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군밤 축제는 지난 6일 오후 2시 개막해 8일 저녁 8시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