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시장 당선...민선8기 출범 ‘성과와 한계’
일류경제도시, 토건 일변도 정책...곳곳서 마찰
진보의제 비판언론과 ‘단절’...풀뿌리 민주주의 후퇴
돌발적 인사권 행사로 공직사회 내부도 ‘속앓이’
방위사업청·우주산업클러스터 유치 등 외연적 성과도
[김재중 기자] 올해 대전시정은 지방권력 교체로 인한 ‘격변’을 겪었다. 시정구호의 변화가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민선7기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가 민선8기 ‘일류경제도시 대전’으로 탈바꿈했다. ‘시민’을 중심에 둔 시정철학이 ‘경제’로 환치되면서, 지방권력의 물적·인적 토대가 전면적으로 개편됐다.
지난 7월 취임한 이장우 대전시장은 ‘일류경제도시’ 구현을 위해 토목과 건설 중심의 인프라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1공약인 대전도시철도 3∼5호선 동시추진, 산업단지 500만평 조성,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과 호남고속도로 지선 확장 및 지하화 등이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이른바 ‘토건 낙수효과’를 통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전임 허태정 시장이 민선 7기를 통해 구현했던 시민공동체 사업 활성화, 주민참여예산 확대, 숙의민주주의제 도입과 같은 시민민주주의 가치는 ‘무능의 표상’으로 낙인 찍혔다.
이 시장은 취임 후 유독 땅을 파내는 지하화 토건정책에 열을 올렸다. 장대교차로 입체화는 지하화 방식으로, 고속도로 호남지선 확장과 함께 지하화 공약이 제시됐고,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예정구간 중 서대전육교 1곳이었던 지하화 계획이 테미고개를 비롯해 4곳 더 늘었다. 심지어 주차난을 겪고 있는 대전시청에 남문광장 지하주차장 건설계획까지 제시했다.
개발 일변도의 이장우 시장 정책은 환경가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보문산 관광개발 사업추진이 대표적 사례다. 그나마 시민단체에 우호적이었던 허태정 전 시장조차 보문산 목조전망대 설치를 두고 환경단체와 협의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지만, 이장우 시장은 아예 환경단체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워터파크, 스카이워크, 모노레일 등 복합개발을 서두르고 있고, 최근 휴양림 등 산림휴양단지 개발계획까지 제시한 상황이다. 숲과 하천 등의 자연생태적 가치보다는 사람의 이용편의성만 고려한 무분별한 개발이라고 비판받는 이유다.
환경논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권과 노동, 복지, 사회적 경제, 시민거버넌스, 건강한 비판언론에 대한 ‘단절과 배제’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인권센터와 사회적자본센터 등 각종 민간위탁 사업을 축소하거나 사업의 목적성과 상충되는 운영주체를 선정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대전시를 상대로 토론회를 요구할 수 있는 시민참여제 요건을 강화하는 등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책도 일사천리 추진됐다.
보편적 복지체계로 작동했던 지역화폐 ‘온통대전’은 ‘선택적 복지’라는 시정철학에 따라 폐지·축소 위기를 맞았고, 전체 예산대비 0.31%에 불과한 주민참여예산도 과하다는 논리를 들이대며 대폭 삭감했다.
아울러 지역언론에 대한 당근과 채찍으로 그나마 존재했던 ‘언론의 기계적 균형’ 마저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대전시 출입 언론을 상대로 전례 없는 ‘고압적 공지’로 보도지침 논란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때문에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민선8기 토건정책에 대한 홍보만 난무할 뿐, 언론의 비판기능이 실종됐다는 탄식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돌발적 인사권 행사’로 공직사회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이장우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3급 이상 고위직 3명을 포함한 사무관 이상 10명에 대한 전례 없는 ‘무더기 대기발령’ 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실질적 기능이 없는 조직을 신설해 이곳을 ‘유배처’로 활용하거나 특정 간부공무원을 회의에 참석시키지 않는 방식 등으로 합법적(?) 업무배제에 나서고 있다.
산하기관장 인사는 매번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다. 취임 이후 이어진 지방공기업 사장 등 기관장급 6∼7명 인선은 이 시장의 선거공신 위주로 이뤄졌다. 그나마 선거와 무관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한 공기업 사장은 ‘공모 전 내정설’이 돌았던 시장의 고교 동문 출신이다.
때문에 올해 대전시정은 상·하반기로 나뉘어 극명한 리더십 차이를 보여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다만 진보와 보수의 가치,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성향, 전현직 시장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리더십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전자의 경우 허 전 시장을 ‘민주적 리더십’으로 이 시장을 ‘독단적 리더십’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후자는 허 전 시장을 ‘무능한 리더십’으로 이 시장을 ‘유능하고 과감한 리더십’으로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편 2022년을 마무리하는 현 시점, 대전시는 취임 6개월 이장우 시장이 이룬 ‘외연적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 확정, 대전을 포함한 우주산업클러스터 3각 체계 확정, 2027년 충청권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 국비 4조원 시대 개막 등이 핵심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