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영의 손스피커] 슬기로운 지역화폐 개선방안

‘온통대전’ 카드. 대전시 제공
‘온통대전’ 카드. 대전시 제공

대전 지역화폐 ‘온통대전’이 존폐기로에 서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당선되고 온통대전의 1인당 충전 한도를 월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줄이고 캐시백 비율도 10%에서 5%로 낮췄다. 내년에는 아예 온통대전을 폐지하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졋다.

민선7기 허태정 시장 재임시절 만들어져 최대 치적으로 평가받는 온통대전의 폐지를 고려하는 것은 ‘전임 시장 지우기’ 뿐만이 아니라 재정운용의 전환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대전뿐만 아니다. 부산광역시는 대전시와 똑같이 동백전의 충전한도와 할인율을 낮췄다. 경남은 ‘경남사랑상품권’ 할인율을 10%에서 절반으로, 인천광역시도 마찬가지다. 광주광역시는 ‘광주상생카드’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자체가 지역화폐 예산을 줄이거나 폐지하려는 이유는 중앙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9월 초에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 화폐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는 2018년 100억 원을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으로 집행한 것을 시작으로 533억 원, 6298억 원, 1조 2522억 원으로 늘려왔다. 올해는 7053억 원을 지원했다. 정부지원의 배경에는 코로나로 인해 소비가 축소되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방송인터뷰에서 “지역 화폐는 효과가 개별 지자체에 한정되는 지자체 고유 사무로, 국가가 나라 세금으로 전국 모든 지자체에 (지원)해주는 건 사업 성격상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정부의 기조는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이고 민주당이 예산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역화폐예산을 얼마나 복원시킬지 모르는 마당에 지자체들의 고민은 깊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시비로만 운영하는 지역화폐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시도 하루빨리 이를 공론화하고 시민들과 함께 최상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0년 5월 출범한 온통대전은 현재 60만 명의 사용자가 1인당 매월 37만 원을 소비하고 3조8000억 원을 발행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금까지 캐시백 예산으로 4701억원(국비 1896억원, 시비 2805억원)이 지원되었다.

대전세종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온통대전은 출시 후 순소비 증대 9400억 원, 소상공인 매출이전 1조 200억 원, 역내 소비전환 5400억 원에 달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되었다. 산업자원부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과 행정안전부 ‘지역화폐 평가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대전시의 대표적 실적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장우 시장이 당선되면서 온통대전은 수술대 위에 올라 있는 상태다. 자칫 수술 없이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장우 시장 인수위원회의 백서에 따르면 과다한 예산 소요와 계층간 불평등 심화 등을 지적하며 캐시백 최소화, 정책발행 확대, 플러스할인 가맹점 확대라는 개선방안을 제시했지만 본질과는 동떨어진 방안으로 보인다.

지역화폐 발행의 근본 목적은 어려운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늘리는 데 있다. 근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역진적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오광영 전 대전시의원, 바른경제연구소 부소장
오광영 전 대전시의원, 바른경제연구소 부소장

얼마전 발표한 인천광역시의 ‘인천사랑상품권’ 개편방안 중에 몇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어 소개한다.

인천시는 30만원 한도에서 5%로 제공하던 캐시백 정책을 연 매출 3억 원 이하 가맹점을 이용할 땐 10%, 연 매출 3억 원 이상 가맹점 이용 시엔 5%로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소비자가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더 많이 찾게 하겠다는 취지다. 운영사와 협의해 가맹점이 내던 신용카드결제수수료(3억원 이하 0.25%, 3~5억원 0.85%)도 완전히 없앤 것도 이를 위한 조치다.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정책 수혜를 적게 받는 역진적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도 발표했다. 각종 정책수당(바우처)을 인천사랑상품권으로 충전하고 사용하기 위해 개인 수당 지급 계좌와 인천사랑상품권 충전 계좌를 통합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용인시는 지역에서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지역화폐를 만들기 위해 지난 7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슬기로운 와이페이’ 사업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지역화폐 플랫폼을 구축해 신용카드나 통신, 항공, 철도 등 여러 분야에서 적립된 마일리지 포인트를 지역화폐 ‘와이페이’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온통대전이 참조할 대목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전시민은 온통대전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타서치에 의뢰해 지난 9월 8일~11일 대덕구 18세 이상 남녀 5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1.4%는 ‘주민참여예산제 및 지역화폐 온통대전 예산을 확대 또는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는데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8.4%였다고 한다. 깊이 새겨볼 조사결과다.

주요한 시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리더나 공무원의 단편적인 판단은 자칫 시민의 불편과 손해를 초래하기 쉽다. 온통대전은 만족도가 높은 정책 중에 하나였다. 2023년 예산편성을 앞두고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좋은지 하루빨리 공론화하여 시민들의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